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로 오너라.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14 조회수2,109 추천수19 반대(0) 신고

                         

                         

                 

                2004년 1월 14일 수요일 독서中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

                사무엘 상 3, 10

       

      제겐 대학 시절 내내 저와 가장 절친했던 단짝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불행히도 유아기 때 고열로 한 쪽 귀 청각을 상실해 강의 시간이나 대인관계, 기타 생활하는데 어려움들이 있어 늘 제 서비스(?)와 도움들을 필요로 했었답니다. 청각을 상실한 귀에 보청기나 인조 고막 수술등은 별 효과가 없었고 친구였던 제가 그녀를 위해 해 줄 수 있었던 건 강의가 끝난 후 그녀가 미처 알아듣지 못한 교수님 강의를 다시 설명해 주는 일과 친구들과 대화가 끝난 후 다시 이야기 해주는 일 또 그녀와 대화시 필수적으로 음성을 높여 그녀의 성한 귀에 대고 이야기 해주는 것등이었어요. 제가 불편했었고 조금 힘들었냐구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제 친구의 청각 장애에 친구로써 당연히 작은 도움들이 되었겠지만 그녀에게나 저에게나 그녀의 청각 장애가 우리들의 우정과 당시 날아갈 것처럼 즐겁고 신났던 대학 생활에 그리 큰 어려움은 아니었으니까요. 날마다 왜 그리도 신나고 행복했던 something들이 많았었는지요..! 아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 대학 생활이 풍요로웠고 즐거울 수 있었던 건 청각 장애를 지닌 제 친구의 진한 우정 때문이 아니었나 해요.

       

      그녀 만큼 저를 잘 이해하고 저를 깊이 사랑했으며 저의 모든 변덕어린 투정들을 잘 받아 참아 주었던 친구가 있었을까해요. 제가 그녀에게 받은 진실어린 우정들과 사랑에 비하면 그녀의 청각 장애에 대한 제 작은 도움들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지요. 제겐 그녀외에도 절친한 성당 친구들 그리고 학교 친구들이 있었지만 특히 그녀와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건 그녀 특유의 "들어주는 태도" 때문이 아니었나 해요. 한 쪽 청각을 잃은만큼 그녀는 모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사람에 대한 집중력이 상당히 뛰어났고 그녀의 그런 모습들이 상대방에게 신뢰심을 불러 일으켜 신비하게도 상대방의 마음을 끌고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었으니까요.

       

      그녀와는 중학교 때 부터 같은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그녀의 한 쪽 귀에 문제가 있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지만 대학 때 같은 클라스 메이트가 된 이후 같은 동창이라는 이유로 자주 어울리다 보니 그녀 특유의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주는 모습"들과 상대의 마음을 널리 헤아려 주는 점등에 제가 많이 끌려 그녀와 좋은 우정을 나누게 되었지 않았나 해요. 그녀는 언제나 세상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들을려 했었지요. 심지어 저의 작은 기침 소리나 흥얼거림 또는 속삭이는 소리들까지도 놓치지 않을려 했고 설혹 들지 못했다 하더라도 저의 표정과 움직임들을 통해 다 알아 듣고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대인 관계에서 참 쉬운거 같으면서도 힘든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습인 거 같아요. 말하는 건 쉽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끝까지 들어주고 그 마음을 이해해 주는 거....친근하고도 좋은 대인관계를 이루어 가는데 필수적이지 않나해요. 주님과 저희들의 관계가 민감하게 주님의 말씀에 귀기울일 때 그분의 참 뜻을 찿을 수 있고 더 친밀해 지는 것처럼요. 제 친구는 비록 청각 장애가 있었지만 늘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 열린 귀를 지녔었던 만큼 당연히 민감한 영혼의 소유자였어요. 저희들이 산이나 바다로 함께 놀러 가 저희들의 정상적인 청각으로도 미처 듣지 못한 작은 새의 울음소리나 바람소리 또는 시냇물 소리들을 그녀는 다 듣고 돌아왔었으니까요. 그녀가 지닌 영혼의 청력이 민감했던 그 만큼 그녀는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들에 대해 저희들보다 훨씬 더 깊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감동했지요. 그녀는  아름답고도 매우 섬세한 소리들에 대해 정상적인 청력으로도 들을 수 없는 건강한 마음의 청력을 지녔었어요!  물론 세상엔 스트레스가 되는 소음들도 있지만 그 보다 더 아름답고도 정감있는 소리들도 많으니까요....기차의 기적소리, 바람소리, 작은 풀이 바람에 눕는 소리, 새소리, 시냇물 소리, 엄마가 아기를 달래는 소리, 맑은 웃음소리등에 깃든 주님의 속삭임이요.

       

      오늘 독서에서 어린 사무엘이 주님의 부르심에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종알 종알 말하는 거 대신 듣고 있기가 왜 그리도 어려운지요. 저도 솔직히 침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주님앞에서나 또는 사람들 앞에서요. 살짝 여담으로 지금이 새해 초라서 지리산 도령이니 계룡산 도령이니 하는 분들께 점(占)보러 가고픈 유혹을 느끼시는 분들 계실텐데요, 교통비, 시간, 비싼 복채 들이지 마시고 원조 올리브산 예수 도령님께 찿아가세요. 지금 올리브산에서 수도 통달 득도 하산하사 새해를 맞이하신 중생(?)들에게 무료로 운세 상담해 주시고 계신답니다. "말씀"으로요! 신통 방통한 원조 올리브산 예수 도령이신 만큼 그 점괘 또한 원조 점괘랍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중 대중들에게 명강연도 많이 하시고 많은 기적도 일으키셨지만 가끔씩 한적한 곳으로 물러나 침묵중에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심로써 하느님과 깊이 일치하셨듯이 저희들도 "말하는 시간"만큼 "듣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해요. 비록 어렸지만 주님께 마음을 열어 언제나 주님의 말씀을 들을 준비를 해왔던, 영적으론 민감한 청력을 지녔던 어린 사무엘처럼요.

       

      저는 특별히 기도 시간을 내서 멋지게(?) 기도하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의 주파수를 천국행 TV에 맟추기 위해 매일 시간을 내서 구약과 신약을 조금씩 읽고 또 영성 서적을 읽음으로써 "듣는 연습"을 한답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주님의 계획안에서 주님이 저를 부르실 때 어린 사무엘처럼 "주님,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요. 그렇게 듣는 연습중에 저는 제게 참으로 필요한 말씀들을 듣기도 한답니다. 마음의 주파수를 주님께 맟추고 채널 고정, 시선 집중해 보세요. 주님께서 윙크해 주실거예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로 오너라.

              나의 말을 들어라.

              너희에게 생기가 솟으리라.

              이사야 55, 3

              기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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