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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1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15 조회수1,602 추천수6 반대(0) 신고

◎ 2004년 1월 15일 (목) -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오늘의 복음] 마르 1,40-45

<그는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

 

  40) 나병환자 하나가 예수께 와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며 "선생님은 하고자만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 주실 수 있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41) 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손을 갖다 대시며 "그렇게 해 주겠다. 깨끗하게 되어라" 하시자 42) 그는 곧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 43) 예수께서 곧 그를 보내시면서 44)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한 대로 예물을 드려 네가 깨끗해진 것을 그들에게 증명하여라" 하고 엄하게 이르셨다. 45) 그러나 그는 물러가서 이 일을 널리 선전하며 퍼뜨렸기 때문에 그때부터 예수께서는 드러나게 동네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동네에서 떨어진 외딴곳에 머물러 계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예수께 모여들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부정(不淨)과 부정(不正)

 

  소록도나 산청 성심원이나 삼랑진 루가원 등 한센병 환자들이 고생하며 모여 사는 곳에 한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들의 삶이 인간의 눈에 얼마나 저주받은 모습으로 보이는가를 말이다. 이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오늘 복음에서처럼 십자가의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하고 기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치유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은 본 적이 없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자신의 험악한 처지를 오히려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부정(不淨)한 사람들인가?

 

  "선생님께서 원의(願意)만 있으시면, 저를 깨끗하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 예수 앞에 무릎을 꿇은 나병환자의 애달픈 간청이다. 그러나 간청 속에는 확신에 찬 믿음이 흐르고 있다. 예수께서 그에게 손을 갖다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원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예수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그는 깨끗하게 되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나병환자의 치유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적은 나병환자의 부정(不淨)함을 정(淨)함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수께서는 율법이 정한대로(레위 14,2-32) 치유 받은 자에게 곧장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공적으로 인정을 받은 후 예물을 드림으로써 ’깨끗하게 되었음’을 증명하라고 하셨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오늘 복음의 기적사화가 일어난 장소는 대략 갈릴래아 지방 가파르나움 근처였을 것이다.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예물을 드리려면 예루살렘까지 가야 한다. 약 100Km 떨어진 먼길이다. 그러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예수님의 엄한 명령에도 불구하고 치유 받은 사람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자기에게 일어난 기적을 선전하며 갔을 것은 뻔한 일이다.

 

  구약성서에 의하면 어떤 모양으로든 깨끗하지 못함은 공동체나 하느님과 일치 될 수 없는 요소이다. 모든 부정함의 극치는 문둥병이다. 이는 인간적 삶과 종교적 공동체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모세를 비난한 대가로 문둥병을 얻었던 미리암을 보고 아론이 "저렇게 살이 뭉그러진 채 죽어 태어난 아이"(민수 12,12) 라고 했던 말을 기억해 보라. 문둥병에 걸린 자는 살아 있어도 곧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는 말이다. 구약의 사제는 피부에 병이 있는 자를 진단하여 그것이 문둥병(악성 피부병)이면 그를 부정한 자로 선언하고 격리시켰다. 그들을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윗수염을 가리우고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쳐야 했다.(레위 13-14장) 누구든 레위기의 이 대목을 읽어보면 머리나 몸의 어딘가가 따갑고 간질거릴 것이다. 혹시 나의 몸에 부정(不淨)함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 나의 마음에 부정(不正)함이 있어 그럴 것이다.

 

  그렇다. 오늘 복음을 몇 번이고 읽어 묵상하면 기적의 핵심이 육체적 악성피부병에 있다기보다는 내적인 ’깨끗하지 못함’과 ’깨끗하게 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적인 부정(不淨)은 곧 부정(不正)이다. 부정(不正)은 정직(正直)하지 못한 것으로서 죄(罪)를 말한다. 우리 중에 죄인이 아닌 자가 있는가? 없다. 따라서 우리 또한 부정(不淨)한 사람들이다. 깨끗하지 못한 사람들이 취할 자세는 항상 겸손이다. 그러한 겸손으로 하느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깨끗함을 간청하여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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