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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 제2주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18 조회수1,471 추천수10 반대(0) 신고

◎ 2004년 1월 18일 (일) - 연중 제2주일

 

▣ 일치주간

 

  2,000년 전 예수께서 수난과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구원하신 이래로 오늘날까지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어 고백하는 교회는 지구상에 그 숫자가 130개를 넘는다. 비록 최대와 최다의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 가톨릭교회도 이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교회는 초기 박해가 끝날 무렵부터 끊임없이 분열되어 왔다. 예수께서 근본적으로 모든 믿는 이들의 하나됨을 원하셨으니(요한 17,21), 어떤 이유로든 교회의 분열은 스승의 뜻을 어기는 것이며, 교회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다. 다행히 19세기초부터 성공회에서 교회일치운동의 돛을 높이 올렸고, 많은 교회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 가톨릭교회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계기로 ’교회일치에 관한 교령’을 반포하는 등 교회의 진정한 일치를 위하여 모든 신자들이 기도할 것을 권장한다. 일치운동의 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톨릭교회는 매년 1월 18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의 개종 축일인 26일까지를 ’일치 주간’으로 정하였다.

 

[오늘의 복음] 요한 2,1-11

<이렇게 예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셨다.>

 

  1) 이런 일이 있은 지 사흘째 되던 날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도 계셨고 2) 예수도 그의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고 와 계셨다. 3) 그런데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다 떨어지자 예수의 어머니는 예수께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알렸다. 4)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보시고 "어머니,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5) 그러자 예수의 어머니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일렀다. 6) 유다인들에게는 정결 예식을 행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 예식에 쓰이는 두세 동이들이 돌항아리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7) 예수께서 하인들에게 "그 항아리마다 모두 물을 가득히 부어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여섯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자 8) 예수께서 "이제는 퍼서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어라" 하셨다. 하인들이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었더니 9) 물은 어느 새 포도줄 변해 있었다. 물을 떠 간 그 하인들은 그 술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고 있었지만 잔치 맡은 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술맛을 보고 나서 신랑을 불러 10) "누구든지 좋은 포도주는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덜 좋은 것을 내놓은 법인데 이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오!" 하고 감탄하였다. 11) 이렇게 예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를 믿게 되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가나 혼인잔치의 표징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벌어진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기적을 전해주고 있다. 이 기적은 요한복음이 보도하는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이다. 서방교회는 나중에 본 따온 것이지만, 동방교회는 일찍부터 가나 혼인잔치의 포도주기적을 동방박사들의 아기 예수방문과 예수님의 세례와 더불어 예수님의 공현(公顯)사건으로 다루었다. 마르코복음이 예수님의 공생활 중에 있었던 구체적인 기적사화를 18가지로 편집하여 보도하는 데 비하여,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기적행위를 보도하는 데 다소 인색함을 보인다. 요한복음은 전체에서 8가지 기적사화를 전하고 있다. 이는 가나 혼인잔치의 포도주기적(2,1-11), 고관의 아들치유(4,46-54), 베짜타 못가의 병자치유(5,2-9),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6,1-15), 물위를 걸으신 기적(6,16-21), 태생 소경치유(9,1-12), 라자로 소생기적(11,1-44),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활하신 예수께서 베드로를 시켜 153마리의 고기를 잡게 하신 기적(21,1-14)이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가나 혼인잔치에서의 기적은 사실 다른 기적들에 비하여 그 중요성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잔치도중에 포도주가 다 떨어졌다면 다른 데서 구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딱한 처지를 먼저 알게 된 마리아가 아들 예수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예수께서는 하인들을 시켜 돌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가득히 채우게 하시고 이를 모두 포도주로 바꿔버리셨다. 600리터 정도의 물이 포도주로 변한 것이다. 하느님이신 예수께 이런 일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야훼께서는 모세의 지팡이를 통해 이집트의 모든 물을 피가 되게 하시지 않았던가.(출애 7,14-24) 그래서 이 기적의 중요성을 더욱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적은 그 자체로도 신나는 일이고 기적을 입은 당사자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경험이 된다. 그런데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 편에서 볼 때 기적은 항상 표징이다. 이 표징을 통해서 예수님은 자기 자신을 하느님의 아들로 구원자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한복음은 오늘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을 통하여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첫째는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자신의 때’와 관련된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이다. 마리아께서 잔칫집의 처지를 알리자 예수께서 어머니를 보시고 ’어머니’(공동번역) 라고 하셨다지만, 원문에는 ’부인이여’ 라고 불렀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섭섭하게 들렸을 말인가? 게다가 덧붙인 말인즉, 아들은 아직 자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그 때를 당기려 하신다. 예수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아들인 예수를 잘 알고 있다. 예수께서는 결국에 어머니의 청을 들어 주셨지만, 여기서 ’때’는 어떤 시간을 말하는가? ’때’는 예수님의 전생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가 되어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사람의 아들은 때가 되어 하늘나라의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셨다. 예수님 생애의 순간 순간이 ’때’의 표징이다. 그러나 ’때’의 극치는 십자가상에서 이루어진다. 예수님의 진정한 ’때’는 십자가상에서 이루어지는 자기사명과 인류구원이 성취되는 때이며, 이는 곧 죽음과 생명, 자기비하와 영광이 반전(反轉)되는 때이다. 이 때는 예수께서 마리아를 진실로 "어머니" 라고 고백하는 때이다.(요한 19,26) 예수께서는 바로 이 때를 오늘 가나 혼인잔치에 당겨 미리 보여주시는 것이다. 오늘 기적의 물과 포도주가 인류의 죄사함과 구원을 위하여 흘리실 당신의 귀한 물과 피의 예표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물의 표징인 인간성과 포도주의 표징인 천주성의 만남과 일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둘째는 잔치책임자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누구든지 좋은 포도주는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덜 좋은 것을 내놓은 법인데 이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오!"(10절) 그렇다. 모든 좋은 것은 예수님으로부터 오며, 하늘로부터 온다.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처지를 자비로이 대하는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 최상품의 포도주를, 그것도 600리터나 되는 필요 이상의 넘치는 은혜를 베푸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 술집에서 손님이 술에 취하면 술에 물을 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남에게는 아무렇게나 해도 좋다는 생각, 돈만 된다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넘치게 주시건만 그것을 모두 자기 것으로 생각하여 따로 챙겨두는 우리들이 아닌가?◆[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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