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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보다도 더 큰 사랑
작성자이정흔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19 조회수1,451 추천수12 반대(0) 신고

주일은 내게 일주일 중에서 가장 바쁜 날이다.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일요일 오후에 시작되는 예비자 교리반 봉사는 내가 속해 있는 청년 레지오에서 맡고 있는 활동이다.

 

봉사자들은 오후 5시 30분부터 시작되는 교리반 봉사를 하기 위해 1시간 전부터 모여서 교리 봉사 준비를 한다. 예비자 교리는 신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톨릭의 많은 기초적인 지식을 가르쳐 준다.

 

유아세례를 받은 나인지라 너무도 익숙한 기도문들, 끊기지 않고 미사 때마다 이어져 나오는 많은 기도문들이 예비자들에게는 외워야 할 것이 많은 엄청난 과제 중의 하나다.

 

여러 가지 기도문을 외울 때 몇 번이고 다시 기도서를 들여다 보는 사람,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봉사자들 앞에서 잔뜩 긴장한 채 한 부분이라도 잊어버릴까봐 조바심을 내는 사람, 행여 눈을 마주칠세라 바닥만 쳐다보고 들릴까 말까 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외우는 사람,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기도문을 외우는 사람 등 그 모양은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열심히 기도문을 외우고 봉사자들 앞에 와서 검사를 받으며 자신이 외운 기도문이 혹시 틀릴까봐 노심초사하는 그 모습들에서 유아세례를 받았기에 너무도 익숙한 것이 많은 내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때론 나를 정신이 번쩍 들도록 자극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나이가 많건 적건, 그분들은 모두 한결같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린 나이에 부모님 덕분으로 유아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내겐 더 없이 큰 기쁨이다. 청년활동을 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도 참 큰 기쁨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새로운 마음을 갖고 끊임없이 거듭나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느낄 수 있고, 우리가 모두 하느님 앞에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기쁨이다. 나태해지기 쉽고, 타성에 젖기 쉬운 내 모습을 자꾸만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신앙을 가진 지 오래 된 자신이지만, 습관에 젖고 타성에 젖어 익숙해져 온 것들 가운데서 지내온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새 포도주가 새 부대에 담겨야 하듯이, 우리의 마음도 하느님 앞에서 그분을 향해 언제나 새롭게 열려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많은 죄로 인해 자주 아파하는 순간이 있다 해도, 그분의 자비와 용서가 있는 한 언제나 우리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죄보다도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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