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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아네스 동정 순교자)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21 조회수1,810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1월 21일 (수) - 성녀 아네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 성녀 아네스(+304) 동정 순교자

 

  12살의 어린 나이에 순교의 월계관을 받은 성녀 아네스의 축일이다. 성녀 아네스만큼 일찍부터 교회의 공경을 받아온 성인은 드물다. 그녀는 로마 순교자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성인 중의 한 분이다. 이미 354년에 작성된 순교자 달력에 성녀의 이름이 들어 있었고, 성 암브로시오 주교도 저서 《동정녀들》에서 성녀 아네스를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고 있다. 로마의 어느 부유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난 성녀는 어린 나이에도 출중한 미모 때문에 많은 사대부 도령들의 청혼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성녀는 ’나는 이미 약혼하였다’고 말하였고, 도대체 누구랑 약혼하였냐는 끊임없는 질문에 ’나의 약혼자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박해가 한창 중인 당시에 성녀는 어린 나이에 이미 순교를 각오하고 있었다. 청혼자 중 하나가 성녀를 밀고함으로써 법정에 서게 된 성녀를 꺾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발가벗긴 채로 창녀촌에 보내진 성녀에게 천사가 빛의 망토를 입혀주어 정결을 보존해 주었다는 전설도 있다. 다시 잡혀온 성녀는 다른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도미씨아노 경기장에 보내졌다. 군인들이 그녀를 불 속으로 보냈으나, 불길이 그녀를 피해갔다고 한다. 결국 성녀는 창으로 목이 찔려 숨을 거두었다. 성녀의 순교일은 정확하지 않으나 304년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284-305)의 박해기간으로 추정된다.

 

  부모와 친구들이 성녀의 시체를 수습하여 비아 모멘따나 카타콤바에 안치하고 밤을 지낼 때, 아름다운 동정녀의 무리들이 원을 그리며 나타나 성가를 부르는데 그 한가운데 기쁨에 찬 성녀 아네스가 있었다고 한다. 성녀의 손에는 약혼반지가 그 옆에는 어린양(아뉴스, Agnus)이 있었다고 한다. 350년경에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딸이 성녀의 묘지 위에 아네스성당을 건립하였고, 교황 호노리우스 1세(625-638)가 증축한 이래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녀 아네스는 동정녀들의 상징이 되었고, 예술가들은 성녀를 어린양으로 묘사하였다. 로마에는 오늘 두 마리의 양을 축성하여 그 양털로 빨리움(Pallium, 대주교나 교황의 목에 걸치는 영대 같은 견의)을 만드는 관습이 있다.

 

[오늘의 복음] 마르 3,1-6

<안식일에 사람을 살리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1) 안식일이 되어 예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마침 거기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2) 그리고 예수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기만 하면 고발하려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3) 예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는 "일어나서 이 앞으로 나오너라" 하시고 사람들을 향하여는 "안식일에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사람을 살리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은 말문이 막혔다. 5) 예수께서는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탄식하시며 노기 띤 얼굴로 그들을 둘러보시고 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펴자 그 손은 이전처럼 성하게 되었다. 6)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나가서 즉시 헤로데 당원들과 만나서 예수를 없애 버릴 방도를 모의하였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안식일은 창조의 완성이다.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는 일(창세 2,2-3; 출애 20,8-11)과 할례를 받는 일(창세 17,10-11)은 야훼께 대한 유다인들의 가장 중요한 신앙행위의 지침들이다. 동시에 이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신앙심을 저울질하는 종교적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앞서간 복음에서는 예수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자르는 행동으로 안식일법을 어겼고, 오늘은 예수님 스스로가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심으로써 안식일법을 어기셨다. 물론 바리사이파 사람들 편에서 보았을 때 치유의 행위가 범법(犯法)이 되나 예수님 편에서 볼 때는 는 아니다. 우리는 앞서간 복음을 통하여 안식일에 대한 새로운 법칙 두 가지를 발견하였다. 첫째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2,27)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의 아들이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2,28)는 것이다.

 

  오늘 복음의 치유기적은 원래 따로 전해오던 것을 마르코가 의도적으로 이 자리에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예수와 그 반대자들인 바리사이파 사람들과의 논쟁을 일단락 짓기 위해서이다. 물론 논쟁의 일단락은 예수에게 불리하게 진행된다. 반대자들이 예수를 제거하려고 결의하고 그 작업에 착수하겠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더라도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와 뜻을 밝히려 하신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선포하신 안식일에 대한 새로운 법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려 하시는 것이다.

 

  안식일법을 지킨다는 것은 이 날을 거룩하게 하는 것이다. 유다인들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하는 것을 이 날에 금지된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예수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문하신다. 안식일에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옳은가?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은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옳은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옳은가? 이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기도 하다. 혹자는 예수께서 굳이 안식일법을 어기지 말고, 안식일을 피해 다른 날을 택하여 좋은 일을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루가 13,14 참조) 그러나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은 예수께 있어서 내일은 없고, ’지금’과 ’여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수께서는 안식일과 좋은 일을, 안식일과 사람을 살리는 일을 서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계시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엿새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렛날에 모든 일에게 손을 떼고 쉬셨다(창세 1,2)고 해서 이렛날을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날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 날은 창조의 완성을 의미하는 날이기에 거룩한 날이고 다른 날보다 복(福)이 많은 날이다. 이 날이 유다인들에게는 토요일이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예수께서 부활하신 주일(主日)이다. 따라서 이 날은 죽은 무행(無行)의 날이 아니라 살아있는 행위(行爲)의 날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의 사명의 핵심은 바로 ’생명을 주는 일’, ’사람을 살리는 일’에 있다. 이들 일은 안식일에 더욱 더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명만 챙기고 나만 살자고 하는 행위는 안식일의 정신에 어긋난다. 예수께서 자신은 스스로 죽임을 당할 줄을 내다보시면서 안식일에 다른 사람을 살리시는 뜻을 우리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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