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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2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22 조회수1,493 추천수9 반대(0) 신고

◎ 2004년 1월 23일 (금) - 연중 제2주간 금요일

 

[오늘의 복음] 마르 3,13-19

<예수께서는 마음에 두셨던 사람들을 부르시어 당신 곁에 있게 하셨다.>

 

  13) 예수께서 산에 올라가 마음에 두셨던 사람들을 부르셨다. 그들이 예수께 가까이 왔을 때에 14) 예수께서는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시고 당신 곁에 있게 하셨다. 이것은 그들을 보내어 말씀을 전하게 하시고, 15)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을 주시려는 것이었다. 16) 이렇게 뽑으신 열두 사도는 베드로라는 이름을 붙여 주신 시몬과 17) 천둥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둘 다 보아네르게스라고 이름을 붙여 주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18) 그리고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타데오, 혁명 당원 시몬, 19) 그리고 예수를 팔아 넘긴 가리옷 사람 유다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모으기와 가르기

 

  마르코복음에 따르면 어제 복음으로 예수님의 제1단계 활동은 마무리됐다.(1,14-3,12) 오늘 복음으로 예수님의 제2단계 활동이 시작된다.(3,13-6,6) 우리는 예수님의 제1단계 복음선포의 활동을 통해서 복음의 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았다. 인격적 매력까지 지니신 예수께서는 몇 사람을 뽑아 가까이 두시면서 가르침과 병자치유 및 구마기적을 통하여, 그리고 죄사함과 안식일법,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한 식탁공동체 등의 문제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같은 특별 부류와의 논쟁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조금씩 밝혀 주셨다. 그러니까 제1단계 활동은 예수님의 탐색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제2단계 예수님의 활동은 비유설교와 병자치유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의 핵심적 의도는 설교와 치유에 있다기보다 이를 통하여 ’모으기’와 ’가르기’를 하는데 있다. 복음의 본질이 원래 결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제2단계 복음선포 활동의 시작으로서 전형적인 ’모으기’ 작업의 한 부분이다. 예수께서는 일단 산으로 올라 가셔서 마음에 두셨던 사람들을 불러놓고 그 중에서 열두 명을 뽑아 제자로, 그리고 동시에 사도로 삼으셨다. 복음의 보도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눈을 감고 이 장면을 재구성하여 떠올려보면 이는 분명 주교서품식 내지는 사제서품식과도 같은 것이다. 산은 거룩한 장소다. 산은 야훼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이며,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다. 산은 기도하는 곳이며, 하느님의 영(靈)과 명(命)과 계약을 받드는 장소이다.(출애 3,1-4,17; 19,1-31,18; 1열왕 19,8) 그 옛날 시나이 산이 바라보이는 광야에서 모세를 시켜 이집트를 탈출한 온 이스라엘 백성을 12지파로 갈라주신 하느님처럼 예수께서도 이러한 산에서 12명의 제자를 선발하신 것이다.

 

  12명의 제자를 특별히 뽑아 세운 목적 또한 아주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다. 선발의 목적은 "열둘을 당신 곁에 있게 하고, 그들을 보내어 말씀을 전하게 하시고,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을 주시려는 것"(14-15절)이다. 이 목적을 하나씩 분석하여보자. 첫째, 열둘을 예수님 당신 곁에 두게 하심은 그들을 제자(弟子, disciple)로 삼는다는 뜻이다. 열둘은 예수님 곁에 머물면서 아직도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배운 것이 없으면 가르칠 수도 없을 것이 아닌가. 둘째, 그들을 보내어 말씀을 전하게 하심은 그들을 사도(使徒, apostle)로 삼으심을 의미한다. 사도란 실제로 세상과 사람들에게 파견되어 제자로서 배운 바를 선포하는 사람들이다. 셋째,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을 주신다 함은 복음선포의 목적이 하느님의 구원임을 뜻하는 것이다. 죄와 악으로 가득 찬 세상은 늘 마귀의 세력에 노출되어 있다. 예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도 그렇거니와 세상을 향한 사도들의 파견도 마찬가지로 마귀의 세력을 세상에서 몰아내고 하느님의 영(靈)이 다스리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12제자의 명단이 공개되어 있다. 마르코복음의 12제자 명단은 마태오복음(10,1-4)과 루가복음(6,12-16)의 명단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요한복음에는 아예 없다. 마르코는 12제자들 중에서 시몬을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열거하지 않고 ’베드로’ 라는 이름을 붙여 따로 떼어놓았고, 베드로 다음 자리에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배치하고 그들에게 ’보아네르게스’(천둥의 아들들) 라는 이름을 덧붙였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은 예수께서 특별히 아끼던 제자들이었고, 이들은 마르코복음에서 예수활동의 특별한 목격자이자 동시에 증인이 되기도 한다.(5,37; 9,2; 14,33) 예수를 팔아 넘긴 가리옷 사람 유다는 맨 마지막에 기록되어 있다. 그가 배반자였으니(14,10) 꼴찌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유다가 당신을 배반할 줄을 처음부터 아셨을 것인데 왜 제자로 뽑으신 것일까? 예수께서 차라리 그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나, 성서의 기록이 성취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14,21)고 말씀하셨지만, 유다의 선발은 여전히 신비로 남는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또 다른 유다를 수없이 보아왔다. 어쩌면 나도 그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그를 경계로 삼아 우리 자신의 제자와 사도의 사명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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