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빈 들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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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흔 | 작성일2004-01-30 | 조회수1,348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26-34
그때에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앗을 뿌려놓았다. 하루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싹이 돋고 그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마침내 이삭에 알찬 낟알이 맺힌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추수 때가 된 줄을 알고 곧 낫을 댄다.”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를 무엇에 견주며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그것은 겨자씨 한 알과 같다. 땅에 심을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더욱 작은 것이지만 심어놓으면 어떤 푸성귀보다도 더 크게 자라고 큰 가지가 뻗어서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된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비유로써 말씀을 전하셨다. 그들에게는 이렇게 비유로만 말씀하셨지만 제자들에게는 따로 일일이 그 뜻을 풀이해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하나의 지향을 두고 기도를 한다는 것, 그것도 꾸준히 기도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인내심과 끈기가 약해질 때는 더욱 그러하다. 짧은 기간내에 해결될 일들이 아닐 경우,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서 끈기있게 기도해야 함을 알면서도 지속적이지 못할 때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 대개는 자신이 원하는 때에 적절하게 기도의 지향이 이루어진 것 같지 않은 자신의 얕은 견해가 깔려 있었음도 발견하게 된다.
기도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형상을 주로 접하고 살아가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의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이 나왔고, 혼란스럽고 어지러워 보이는 가운데서도 이 세상이 지탱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인 기도의 힘과, 끊임없이 기도하는 사람들의 덕에 힘입은 것이다.
하느님 나라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드리는 아주 작은 기도의 힘이 언제나 필요하고, 더 많은 이들의 기도를 필요로 하는 곳, 겨자씨와 같이 작은 믿음이 크게 자랄 수 있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곳, 지금 우리의 눈에 보여지지는 않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리없이 자라는 곳, 모든 이의 기도의 씨앗이 싹트는 곳이다.
언젠가 그분 앞에 가서 우리의 살아온 시간들을 셈하는 순간이 올 때, 그분이 주신 생명을 그분 뜻에 알맞게 썼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하는 순간이 되었을 때, 자신만을 위해 살았고, 자신밖에 몰랐기에 아무 것도 쌓은 것이 없는 빈 들판을 보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도록 깨어 기도해야 함을 느낀다. 추수할 것 없는 빈 들판을, 그래서 황량하기 그지 없는 빈 들판을 보기보다는, 소리없이 자라는 그 나라에 기도의 힘을 보태어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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