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복음산책 (연중4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03 조회수1,480 추천수5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3일 (화) - 연중 제4주간 화요일

▣ 성 블라시오(?-316) 주교 순교자, 성 안스가리오(801-865) 주교 기념

 

[오늘의 복음] 마르 5,21-43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소녀야, 어서 일어나거라.>

 

  21) 예수께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다시 가시자 많은 사람들이 또 모여들었다. 예수께서 호숫가에 계셨을 때에 22) 야이로라 하는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를 뵙고 그 발 앞에 엎드려 23)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제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쳐 살려 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를 따라 나서시었다. 24) 그때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밀어 대며 따라갔다. 25) 그런데 군중 속에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증으로 앓고 있던 여자가 있었다. 26) 그 여자는 여러 의사에게 보이느라고 고생만 하고 가산마저 탕진했는데도 아무 효험도 없이 오히려 병은 점점 더 심해졌다. 27) 그러던 차에 예수의 소문을 듣고 군중 속에 끼어 따라 가다가 뒤에서 예수의 옷에 손을 대었다. 28) 그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29) 손을 대자마자 그 여자는 과연 출혈이 그치고 병이 나은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30) 예수께서는 곧 자기에게서 기적의 힘이 나간 것을 아시고 돌아서서 군중을 둘러보시며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31) 제자들은 "누가 손을 대다니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군중이 사방에서 밀어 대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반문하였다. 32) 그러나 예수께서는 둘러보시며 옷에 손을 댄 여자를 찾으셨다. 33) 그 여자는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예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34)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병이 완전히 나았으니 안심하고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예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와서 회당장에게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저 선생님께 더 폐를 끼쳐 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36) 예수께서는 이 말을 들은 체도 아니하시고 회당장에게 "걱정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37) 그리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 외에는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하시고 38) 회당장의 집으로 가셨다. 예수께서는 거기서 사람들이 울며불며 떠드는 것을 보시고 39) 집안으로 들어가셔서 그들에게 "왜 떠들며 울고 있느냐? 그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을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40) 그들은 코웃음만 쳤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다 내보내신 다음에 아이의 부모와 세 제자만 데리고 아이가 누워 있는 방에 들어가셨다. 41)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고 "탈리다 쿰!"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소녀야, 어서 일어나거라" 라는 뜻이다. 42) 그러자 소녀는 곧 일어나서 걸어다녔다. 소녀의 나이는 열두 살이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 마지않았다. 43)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 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시고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죽음이 생명으로 가는 현장체험

 

  예수께서 ’군대’ 라는 마귀가 들린 사람을 고쳐 주시고, 그 마귀의 무리를 2,000마리 돼지 떼에 불어넣어 물에 빠져 죽게 하신 일로 더 이상 게라사(게르게사)에 머무를 수 없었다.(마르 5,1-20) 자초지종을 모두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마귀 들렸던 사람이 치유됐다는 사실을 기뻐하기보다 막대한 손해를 입은 일을 더 아깝게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께 떠나달라고 간청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이방인의 지방 게라사에 한나절도 채 계시지 못하고 배를 타고 다시 호수 건너편으로 가셔야만 했다. 예수와 제자들은 떠났지만 이곳에는 마귀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이가 또 다른 제자가 되어 예수의 복음을 계속 선포할 것이다.

 

  예수께서 배를 타고 다시 돌아오신 곳은 비유설교(4,1-34)를 행하셨던 바로 그 호숫가이다. 예수께서 그곳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큰 군중이 몰려들었다. 군중 속에는 예수님의 자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 복음은 두 편의 기적사화를 전해주고 있는 바, 회당장 야이로의 죽은 딸을 되살린 소생기적사화와 그 중간에 하혈병을 앓던 부인이 예수의 옷자락에 손을 댐으로써 스스로 치유를 받는 치유기적사화가 그것이다. 이 두 편의 기적사화는 본디 따로 전해 오던 것을 마르코가 한데 묶어 햄버그 형식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햄버그 형식의 편집은 일종의 화술(話術)로서 긴장감을 고조시켜 새로운 정상(頂上)을 일구어내는 기법이다. 그 기법은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를 살려달라는 간청을 향한 발걸음 도중에, 엉뚱한 하혈병 여인이 치유되고, 그 사이에 죽은 아이에게 생명을 다시 선사하는 소생기적으로 마무리된다.

 

  어린 딸이 죽어 가는데 아버지의 체면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당시 유대사회에서 제법 높은 지위를 가진 회당장 야이로는 예수의 발 앞에 사정없이 무릎을 꿇었다. 야이로는 가파르나움의 회당장이었을 가능성이 크며, 그렇다면 이미 예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예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마귀 들린 사람을 치유하실 때(1,21-28),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었을 때(3,1-5) 바로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고, 예배를 주관하고 감독하는 직책을 맡은 회당장 야이로가 다른 바리사이파와 헤로데 사람들과 함께 예수를 제거하려는 모의(謀議)에 가담했을지도(3,6)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오늘은 그가 예수께 자기 딸을 고쳐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무언(無言)으로 청을 받아들여 회당장의 집을 향하셨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밀어대며 따라가는 장면이 돌발사태를 예고한다. 12년간 투병에 육체적 심리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가산마저 탕진해버린 한 여인, 그녀에게 삶이란 곧 죽음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엎치락뒤치락 떠밀려 가는 군중 속에서 마지막 남은 한 가닥 믿음을 예수님의 옷자락에 걸고 따라가고 있었다. 여인의 믿음은 빗나가지 않았다. 옷자락을 통한 치유의 힘은 여인을 났게 하였고, 이어 예수님의 말씀은 죽어 가는 여인에게 생명을 선사했다: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34절)

 

  죽어 가는 여인의 삶에 생명이 선사되는 동안 다른 살아 있던 생명이 죽음을 맞이하였다. 수많은 병자들과 마귀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치유하시고 바람과 풍랑까지도 다스리시는 예수께서 죽음만은 어찌할 수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예수께 죽음이란 잠시 지나가는 잠과도 같다.(39절) 예수께서 죽은 소녀의 손을 잡고 "탈리다 쿰"(Talitha cumi), "소녀야, 일어나라"(41절) 하고 말씀하시자 소녀는 마치 잠에서 깨어나듯 벌떡 일어나 걸어다녔다. 부활한 것은 아니나 소녀는 소생하였다. 죽음에 생명이 선사된 것이다. 소녀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잠자고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코웃음을 치는 사람들에게 죽음이 생명으로 바뀌는 현장체험은 허락되지 않았다. 오직 예수께서 택하신 사람들, 예수 앞에 무릎을 꿇었던 아버지(부모)와 나중에 거룩한 변모의 산(마르 9,2)과 죽음의 피땀을 쏟은 게쎄마니(마르 14,33)에서도 스승과 함께 있을 베드로, 야고보, 요한에게만 그 현장체험이 허락되었다. 이 제자들은 미구(未久)에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을 체험하게 될 것이고 또 그 증인이 될 것이다. 예수의 부활은 예수께서 진정 생명의 주인이며 생명을 선사하는 분임을 증명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때까지는 함구(緘口)되어야 하며, 오직 믿음을 가진 자의 마음속에만 참 생명의 의미와 고마움이 있을 뿐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