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 때 그 수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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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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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4-02-03 | 조회수1,690 | 추천수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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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씨뿌리는 자, 기뻐하며 거두어 들이리라. 시편 126, 5
명절 때마다 우리 민족의 대대적인 대 이동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지닌 본능 중 고귀하고도 아름다운 본능이 바로 귀소 본능이 아닐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영혼에도 우리 존재의 원천인 하느님을 향한 거룩한 신(神)적 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 명절 연휴 때 연례 행사로서 저희 가족들과 함께 친정 본당(?)을 다녀왔답니다. 저희 가족들이 세례를 받고 오랜 세월 타지로 떠나가기 전까지 줄곧 영혼의 뿌리를 묻고 다녔던, 지금도 가끔씩 꿈 속에 보는 그리운 옛 성당에요! 일 년에 한 번씩 이 옛 성당을 가장 오고 싶어하고 감격해 하는 사람은 역시 결혼한 제 언니랍니다. 이젠 아주 낡고 작아져 버린 옛 성당 여기 저기를 돌아 보면서 저희 신앙의 뿌리인 할머니와 주일 학교 시절 저희 형제들과 제 주일학교 친구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때 그.. 강 수녀님을 회고하며 끝없는 이야기 꽃들을 피웠답니다. 저희 가족들에겐 영혼의 성지 순례인 옛 성당을 다녀 올 때마다 가슴 뭉클한 신앙적인 감화와 신선한 감격을 받고 돌아와 무척 기쁘답니다.^^ 언젠가 제가 제 신앙 형성에 큰 도움을 주셨던 제 친 할머니 이야기를 해 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 때 그 주일 학교 시절 너무도 사랑해 마지 않았던 강 수녀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랫 글은 오래 전 제가 자유 게시판에 올렸던 글인데 제 영혼에 눈물을 흘리며 뜨거운 신앙의 씨를 뿌리셨던 수녀님의 노고와 사랑에 깊은 감사 드리며 제 영혼에 좋은 열매로 영글어져 나가기를 주님께 청하는 의미로 다시 한번 이 글을 나누고 싶어요. 기쁜 하루 되세요.^^
잊을 수 없는 그 때 그 수녀님!
그 때 그... 사랑의 강 수녀님은 내가 다섯살 때부터 할머니 언니 오빠의 손을 잡고 그 높은 언덕 하나를 힘들게 넘어 가야만 하는 언덕 위의 낡고 오래된 성당에 사시는 우리 주일학교의 천사 수녀님이셨다. 아주 작은 체구에 애교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구사하시며 아브라함 할아버지와 모세 이야기를 정말 맛나게도 온 몸으로 절절히 표현해 한참 주의 산만해 지기 쉬운 우리들의 마음을 화~악 잡아 버리시는 "열정과 열변의 수녀님"이셨다. 수녀님에게선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조를때마다 어디에선가 이야기 보따리들이 타~악 풀어 헤쳐져 귀신 이야기부터 시작해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영화 이야기까지 이 세상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줄줄이 사탕마냥 달콤하게 흘러나왔다. 우린 수녀님이 이야기해 주실 때 마다 귀를 있는대로 쫑긋 세우고 눈을 똥글 똥글하게 뜨고선 하염없이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곤 했었다.
가끔씩 수녀님이 이야기 하시는 도중
수녀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시든(드물게 우리를 혼내실 때도) 난 수녀님의 그 큰 체스쳐들과 시원스런 음성들이 좋았다. 그랬다! 그건 마치 뜨거운 외침 혹은 뜨거운 열변같았다. 수녀님의 열정! 어린 난... 늘 궁금했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 저 작은 수녀님으로 하여금 저토록 열정적으로 이 코흘리개 꼬맹이들 앞에서 온 몸으로 이야기하게 만드시는 것일까? 무엇일까? 왜 수녀님은 저토록 늘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실까? 그녀에겐 무언가 아주 특별한게 있는 거 같았다. 혹은 신비스러운 그녀만의 비밀이 있는 거 같기도 하였다.
내 생(生)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그 때 그 수녀님, "열정의 그 수녀님"과 함께 했던 첫 영성체 교리반 시절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리고 우리들 키가 점 점 자라나던 어느날, 그 사랑의 수녀님은 아주 조용히....그녀의 열정적인 몸짓과 열변에는 대조적으로 아주 조용히 우리 성당을 홀홀히 떠나가셨다. 수녀님을 떠나 보낸 우리들은 세월이 약간 흐르면 수녀님께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실 줄 알았다. 그게 영 영 이별인줄은 미처 모르고...!
성당앞 나뭇잎새들이
그 때마다 지나간 세월들이 저만큼씩 밀려가고 그 곳 우리들이 뛰놀았던 성당 마당과 교리실엔 아직도 강 수녀님의 따스한 체취와 온기가 곳곳에 배여있음을 느끼고 혼자서 가만 눈물을 짓곤 했었던 적이 있었다. 이만큼 세월이 흘렀지만.....그 때 떠나가신 수녀님은 다신 돌아오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 후 한참 자라나, 냉담의 터널을 터덜 터덜 지나 내 신앙이 어느정도 익어갈 즈음 난 그 때 그 강 수녀님의 열정어린 몸짓들과 열정어린 음성들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작은 수녀님으로 하여금 그토록 열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게 했었던 그녀만의 그 신비스러움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열정적이게 했을까? 세월이 한참 지난 어느날 난, 어린 시절 내가 그 수녀님에게서 보았던 그 뜨거운 "열정"이 내 가슴속에 살아 꿈틀 거리고 있음을 보았다. 조촐한 가방 보따리 하나 싸들고 우리들 몰래 떠나 가버리셨던 강 수녀님의 그 뜨거운 열정이 지금 내 가슴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본 것이다. 수녀님은 떠나가셨지만 그녀는 내게 그녀의 "열정"을 선물해 주시고 떠나가셨다. 그 때 그 수녀님은 내 가슴에 "열정"이라는 형체도 없고 잡혀지지 않는 아주 뜨거운 선물을 하나 주시고 떠나가신 거다!
아! 난 수녀님은 보냈지만 그녀의 열정은 아주 오랜 세월 내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꼭~한번 보고 싶은 사랑의 강 수녀님! 사랑했어요. 그 땐 잘 몰랐지만요! 당신이 주신 사랑의 선물 그 "열정" 잘 간직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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