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 때 그 수녀님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03 조회수1,688 추천수15 반대(0) 신고

             

             

               

                   

                  눈물을 흘리며 씨뿌리는 자,

                  기뻐하며 거두어 들이리라.

                  시편 126, 5

       

      명절 때마다 우리 민족의 대대적인 대 이동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지닌 본능 중 고귀하고도 아름다운 본능이 바로 귀소 본능이 아닐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영혼에도 우리 존재의 원천인 하느님을 향한 거룩한 신(神)적 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 명절 연휴 때 연례 행사로서 저희 가족들과 함께 친정 본당(?)을 다녀왔답니다. 저희 가족들이 세례를 받고 오랜 세월 타지로 떠나가기 전까지 줄곧 영혼의 뿌리를 묻고 다녔던, 지금도 가끔씩 꿈 속에 보는 그리운 옛 성당에요! 일 년에 한 번씩 이 옛 성당을 가장 오고 싶어하고 감격해 하는 사람은 역시 결혼한 제 언니랍니다. 이젠 아주 낡고 작아져 버린 옛 성당 여기 저기를 돌아 보면서 저희 신앙의 뿌리인 할머니와 주일 학교 시절 저희 형제들과 제 주일학교 친구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때 그.. 강 수녀님을 회고하며 끝없는 이야기 꽃들을 피웠답니다. 저희 가족들에겐 영혼의 성지 순례인 옛 성당을 다녀 올 때마다 가슴 뭉클한 신앙적인 감화와 신선한 감격을 받고 돌아와 무척 기쁘답니다.^^ 언젠가 제가 제 신앙 형성에 큰 도움을 주셨던 제 친 할머니 이야기를 해 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 때 그 주일 학교 시절 너무도 사랑해 마지 않았던 강 수녀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랫 글은 오래 전 제가 자유 게시판에 올렸던 글인데 제 영혼에 눈물을 흘리며 뜨거운 신앙의 씨를 뿌리셨던 수녀님의 노고와 사랑에 깊은 감사 드리며 제 영혼에 좋은 열매로 영글어져 나가기를 주님께 청하는 의미로 다시 한번 이 글을 나누고 싶어요. 기쁜 하루 되세요.^^

     

                 

                잊을 수 없는 그 때 그 수녀님!

       

      그 때 그... 사랑의 강 수녀님은 내가 다섯살 때부터 할머니 언니 오빠의 손을 잡고 그 높은 언덕 하나를 힘들게 넘어 가야만 하는 언덕 위의 낡고 오래된 성당에 사시는 우리 주일학교의 천사 수녀님이셨다. 아주 작은 체구에 애교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구사하시며 아브라함 할아버지와 모세 이야기를 정말 맛나게도 온 몸으로 절절히 표현해 한참 주의 산만해 지기 쉬운 우리들의 마음을 화~악 잡아 버리시는 "열정과 열변의 수녀님"이셨다. 수녀님에게선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조를때마다 어디에선가 이야기 보따리들이 타~악 풀어 헤쳐져 귀신 이야기부터 시작해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영화 이야기까지 이 세상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줄줄이 사탕마냥 달콤하게 흘러나왔다. 우린 수녀님이 이야기해 주실 때 마다 귀를 있는대로 쫑긋 세우고 눈을 똥글 똥글하게 뜨고선 하염없이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곤 했었다.

       

      가끔씩 수녀님이 이야기 하시는 도중 두건 아래로 수녀님의 검은 곱슬 머리 몇 가닥이 수녀님의 하얀 이마 아래로 흘러내리곤 했었는데, 난 그 모습이 그리도 아름다워 보였었다. 아마 우리에게 예수님을 낳아주신 성모님의 모습이 우리 강 수녀님과 비슷했었으리라고 혼자 상상하기도 했었었다. 또 수녀님의 마른 얼굴에 약간 도톰히 나와있는 광대뼈와 은색깔의 안경테도 그녀의 이지적이고도 열정적인 눈빛에 무척 어울린다고도 생각했었다. 나는 늘 아니 우리 모두는 구성지고 애교어린 경상도 사투리와 아주 작은 체구로 늘 조용 조용 성당안을 걸어 다니시는 수녀님이 교리 시간만 되시면 갑작스레 목소리가 커지시고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선가 폭발적인 에너지가 넘쳐 흘러 온 몸으로 손짓 발짓 다 하시면서 열정적이고도 열변적으로 거침없이 이야기 해주시는 수녀님이 너무 너무 좋았다. 수녀님껜 무언가 특별한게 있으셨다. 수녀님께서 이야기하실 땐 다른 사람과는 달리 무언가 아주 특별한게 있으셨다...! 나는 그 수녀님의 열정적인 몸짓과 음성들이 그냥 조건없이 좋았다.

       

      수녀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시든(드물게 우리를 혼내실 때도) 난 수녀님의 그 큰 체스쳐들과 시원스런 음성들이 좋았다. 그랬다! 그건 마치 뜨거운 외침 혹은 뜨거운 열변같았다. 수녀님의 열정! 어린 난... 늘 궁금했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 저 작은 수녀님으로 하여금 저토록 열정적으로 이 코흘리개 꼬맹이들 앞에서 온 몸으로 이야기하게 만드시는 것일까? 무엇일까?  왜 수녀님은 저토록 늘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실까? 그녀에겐 무언가 아주 특별한게 있는 거 같았다. 혹은 신비스러운 그녀만의 비밀이 있는 거 같기도 하였다.

       

       어린 우리 주일 학교 어린얘들이 힘들게 언덕 하나를 올라가야만 하는 그 낡고 오래된 성당엔 늘 우리들의 작은 천사, 열정의 그 수녀님이 늘 따끈하고도 구성진 이야기들을 하나씩 준비해 두시고서 언제나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 자주 우린 성당에서 수녀님과 눈을 맟추고선 약간 멋적게 배시시 웃곤 했었는데 그건 수녀님과 우리들만의 아주 자연스러운 인사법이었다. 나는 정말로 세상에서 강 수녀님이 나를 가장 사랑해 주시고 나 또한 세상에서 강 수녀님을 가장 사랑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내 또래의 같은 주일 학교 친구들 역시 나와 똑같은 그녀에 대한 동등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지만 우린 한번도 서로 질투를 해본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강 수녀님에 대한 우리들의 사랑과 믿음은 깨어지지 않는 바위처럼 확고한 그런 사랑이었다.

       

      내 생(生)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그 때 그 수녀님, "열정의 그 수녀님"과 함께 했던 첫 영성체 교리반 시절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리고 우리들 키가 점 점 자라나던 어느날, 그 사랑의 수녀님은 아주 조용히....그녀의 열정적인 몸짓과 열변에는 대조적으로 아주 조용히 우리 성당을 홀홀히 떠나가셨다. 수녀님을 떠나 보낸 우리들은 세월이 약간 흐르면 수녀님께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실 줄 알았다. 그게 영 영 이별인줄은 미처 모르고...!

       

      성당앞 나뭇잎새들이 몇 번씩 철 따라 옷을 갈아 입어도 한번 떠나가신 강 수녀님은 다신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으셨다. 우린 떠나가신 수녀님의 뒷모습... 그 여운자락을 안고 가끔씩 머리에 스치는 그리움을 키워가며 자라나 모두들..그렇게...타지로 떠나갔다. 타지로 떠나갔던 나 역시 가끔씩 귀향하면 꼭 내가 자라난 성당 마당에 한번씩 들려보곤 했었다.

       

      그 때마다 지나간 세월들이 저만큼씩 밀려가고 그 곳 우리들이 뛰놀았던 성당 마당과 교리실엔 아직도 강 수녀님의 따스한 체취와 온기가 곳곳에 배여있음을 느끼고 혼자서 가만 눈물을 짓곤 했었던 적이 있었다. 이만큼 세월이 흘렀지만.....그 때 떠나가신 수녀님은 다신 돌아오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 후 한참 자라나, 냉담의 터널을 터덜 터덜 지나 내 신앙이 어느정도 익어갈 즈음 난 그 때 그 강 수녀님의 열정어린 몸짓들과 열정어린 음성들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작은 수녀님으로 하여금 그토록 열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게 했었던 그녀만의 그 신비스러움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열정적이게 했을까? 세월이 한참 지난 어느날 난, 어린 시절 내가 그 수녀님에게서 보았던 그 뜨거운 "열정"이  내 가슴속에 살아 꿈틀 거리고 있음을 보았다. 조촐한 가방 보따리 하나 싸들고 우리들 몰래 떠나 가버리셨던 강 수녀님의 그 뜨거운 열정이 지금 내 가슴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본 것이다. 수녀님은 떠나가셨지만 그녀는 내게 그녀의 "열정"을 선물해 주시고 떠나가셨다. 그 때 그 수녀님은 내 가슴에 "열정"이라는 형체도 없고 잡혀지지 않는 아주 뜨거운  선물을 하나 주시고 떠나가신 거다!

       

      아!  난 수녀님은 보냈지만 그녀의 열정은 아주 오랜 세월 내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꼭~한번 보고 싶은 사랑의 강 수녀님! 사랑했어요. 그 땐 잘 몰랐지만요! 당신이 주신 사랑의 선물 그 "열정" 잘 간직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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