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목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다윗은 아들 솔로몬에게 유언을 남긴다.

하느님의 계몀을 반드시 지키고 모세법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라고 당부한다.

<나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야할 것같다. 힘을 내어 사내 대장부가 되어라. 너의 주 하느님의 명령을 지키고 그분이 보여 주신 길을 따라가며 또 모세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법도와 계명, 율례와 가르침을 지켜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성공할 것이다>(1열왕 2,2-3).

예수님도 열두제자를 파견하시며 당부 말씀을 하신다.

<여행하는 데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 그리고 <먹을 것이나 자루도 가지지 말고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말며, 신발은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속옷은 두 벌씩 껴입지 말라>(마르 6,8-9).

<어디서 누구의 집에 들어가든지 그 고장을 떠나기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그러나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나 너희의 말을 듣지 않는 고장이 있거든 그곳을 떠나면서 그들에게 경고하는 표시로 너희의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마르 6,10-11).

그럼 나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내 형제들에게, 내 가족들에게, 내 이웃들에게 무슨 유익한 당부를 할 것인가?

어떤 체험적 이야기를 해주어야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다윗의 40년 왕위를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은 아들 솔로몬에게 전수되었고

그것이 솔로몬이 왕위를 든든히 굳히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예수님의 체험적 당부말씀이 보잘것없는 제자들을 하느님 나라의 일꾼이 되도록

굳건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어디 그 뿐이랴!

다윗의 당부는 솔로몬 이후의 수많은 왕들에게도 귀감이 되었고,

예수님의 이 당부는 열두제자들에게만이 아니라 그 후대의 수많은 제자들에게도

전수되어 하느님 나라 일꾼의 지침이 되었다.

오늘 하월곡동 산동네에

우리 관구의 작은 현존공동체가 축복식을 갖는다.

남들은 다 바깥으로 이사갔는데

우리 형제들은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재개발을 앞두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이곳으로 이사들어와서

둥지를 튼다.

오늘 이들에게 내가 전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

다윗이 아들 솔로몬에게 당부하듯이, <수도생활의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과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당부하듯이, <없이 살아라!>는 말 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녀 아가타의 이름이 말해주는 의미인

이곳 주님들과 <선하고 착한 이웃이 되어주어라!>고나 할까?

솔로몬이 지혜출중한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그 메시지가 바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메시지라고

여기고 거기에 충실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배운 것도 없고 능력도 별로 없었지만 하느님 나라의 일꾼이요

증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예수님의 당부말씀을 그냥 좋은 말씀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상명령으로 알아듣고 실천에 옮기려 노력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예수님이 나자렛에서 기적을 행하실 수 없었던 이유가

동네사람들이 예수의 말씀을 거져 좋은 말씀으로 알아들었지

하느님의 말씀으로 알아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을 통해 오늘 나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굳게 믿고 받아들이며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이 중요할 게다.

오늘

주님께서 다른 이웃을 통해 나에게 전해주시는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자.

그냥 좋은 말씀이라고만 생각지 말자.

오늘의 묵상을 대하면서도 그냥 좋은 말씀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그 말씀을 통해 주님께서 나에게 당부하시는 말씀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야 한다.

그리고 <예, 알겠습니다> 하며

기쁘고 흔쾌한 마음으로 응답하여야 하리라.

주님, 말씀하소서.

당신 종이 듣고 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