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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4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07 조회수1,282 추천수9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7일 (토) -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오늘의 복음]  마르 6,30-34

<그들은 목자 없는 양과 같았다.>

 

  30) 사도들이 예수께 돌아와서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보고하였다. 31)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좀 쉬자" 하고 말씀하셨다.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들은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32) 예수의 일행은 배를 타고 따로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났다. 33) 그런데 사람들은 그 일행이 떠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예수의 일행이라는 것을 알고는 여러 동네에서 모두 달려 나와 육로로 해서 그들을 앞질러 그곳에 갔다. 34) 예수께서 배에서 내려 군중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시고 목자 없는 양과 같은 그들을 측은히 여기시어 여러 가지로 가르쳐 주셨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사단(四端)의 마음씨

 

  오늘 복음은 파견된 제자들의 복귀와 활동보고, 그리고 쉴 틈도 없이 바로 이어지는 예수님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목요일 복음으로 예수께서 12제자들을 파견한 사실을 들었고, 어제 복음으로는 세례자 요한의 수난과 죽음에 관한 기록을 접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치유와 구마의 능력을 주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복음을 선포하도록 아주 엄중한 여장규칙과 함께 파견하였고, 파견된 제자들은 실제로 수많은 병자들을 치유하고 마귀들을 쫓아내며 하느님나라의 복음을 전파하였다. 마르코는 제자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동안에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과거기사를 들추어 보도하였다. 이는 제자들이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한 편집상의 묘기로 볼 수도 있고, 예수의 정체에 관하여 헤로데를 포함한 사람들의 오해와 착각을 불식(拂拭)시키는데 일조(一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사이에 제자들은 다시 예수께로 돌아왔고, 그들의 활동내역(6,13)은 이미 복음에 언급되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행한 활동들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상기되었을 터이고, 더러는 꽤나 피곤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제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과 재충전이다. 그런데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다. 그러므로 재충전이란 한적한 곳으로 떠나 좀 쉬면서 음식도 먹고 편안하게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한편으로는 예수와 제자들이 배를 타고 따로 한적한 곳으로 떠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예수의 일행을 찾아 혈안이 되어 있었다. 예수의 일행이 이동의 수단으로 배를 이용했으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군중은 영악했다. 그들은 여러 동네에서 나온 사람들과 함께 육로를 이용하여 예수의 일행을 앞질러 배가 닿을 곳에 이미 가 있었다. 이렇게 예수와 군중은 다시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은 곧 펼쳐질 ’오천 명을 먹인 빵의 기적’(6,35-44)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육신의 배고픔을 위한 빵을 먹기 전에 먼저 먹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말씀의 빵이다. 무릇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아야 하는 것"(마태 4,4)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여러 가지로 군중을 가르치셨다. 예수께서 자신은 물론이고 제자들까지 피곤해 하여 휴식을 필요로 함을 알고 계시면서도, 말씀의 빵을 내리신 이유는 군중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말씀의 빵은 인간의 영적(靈的)인 배고픔을 충족시킬 것이다. 그러나 육신(肉身)을 위한 빵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이게 직접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6,37)고 명하신 것이다. 불쌍한 군중에 대한 예수님의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 예수님의 마음은 또한 모든 사목자가 몸에 익혀야 기본적 소양(素養)이리라.  

 

  사목자가 몸에 익혀야 할 소양에 관하여는 유교교설의 사서(四書) 중 하나인 맹자(孟子)에서도 엿볼 수 있겠다. 맹자에는 사단(四端)이라는 대목이 있다. 사단은 사람의 본성인 인(仁)·의(義)·예(禮)·지(智)에서 우러나오는 측은(惻隱)·수오(羞惡)·사양(辭讓)·시비(是非)의 네 가지 마음씨를 말한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사람의 형편을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경계하는 마음이요, 사양지심(辭讓之心)은 겸손하여 불의(不義)를 받지 않거나 이에 응하지 아니하는 마음이요,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사물의 옳고 그름을 밝히고 따지는 마음이다. 이들 마음은 예수님처럼 행동에 옮겼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것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선 이런 마음을 우리 가슴에 사무치도록 새겨 넣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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