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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녀 스콜라스티카)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10 조회수1,801 추천수14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10일 (화) -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 성녀 스콜라스티카(480-542)

 

  오늘 교회가 축일로 지내는 성녀 스콜라스티카에 관한 자료는 성 그레고리오(540-604) 대교황이 남긴 《대화집》이 전부다. 이 기록에 의하면 성녀는 수도생활의 아버지요 서방교회의 수호성인으로 불리는 베네딕토(480-547) 성인의 동생이자 쌍둥이 자매이며, 480년경 이탈리아 움브리아의 누르시아(Nursia)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둘은 어릴 적부터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였다고 한다. 로마에 공부를 하러 갔던 베네딕토가 중단하고 수비아코에서 3년 은수자생활을 한 후 529년 몬테카씨노에 수도원을 세워 수도생활에 전념할 무렵 성녀 또한 수비아코에서 은수자생활을 한 후 몬테카씨노 근처 플롬바리올라에 여성들을 위한 수도 공동체를 세웠다. 남매는 일년에 한번씩 만나서 영적 대화를 나누었는데, 어느 날 베네딕토 성인이 성녀를 방문하였을 때 성녀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것을 예지하고 오빠에게 자기와 함께 머물러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베네딕토는 수도원 밖에서 밤을 지냄으로써 자신이 세운 규칙을 깨뜨릴 수 없었기 때문에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자 스콜라스티카는 기도를 올렸다. 기도가 끝나자 심한 폭풍우가 몰아쳐 베네딕토와 그의 수사들이 수도원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베네딕토는 동생에게 도대체 무엇을 기도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스콜라스티카는 "오빠가 거절한 부탁을 하느님께 청했더니 하느님께서 그것을 들어 주셨습니다" 하고 말했다. 결국 남매는 밤을 새워 영적 대화를 나누고 다음날 아침에 헤어졌다. 3일 후 베네딕토가 수도원에서 기도를 하던 중 동생의 영혼이 하얀 비둘기의 모습으로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 시각 성녀는 세상을 떠났고, 성인은 시신을 거두어다 자신을 위해 마련해 두었던 무덤에 안장하였다. 5년 후 547년 베네딕토 성인의 시신도 같은 곳에 안장되었다.◆

   

[오늘의 복음]  마르 7,1-13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고집하고 있다.>

 

  1)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 몇 사람이 예수께 모여왔다가 2) 제자 몇 사람이 손을 씻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3) 원래 바리사이파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유다인들은 조상의 전통에 따라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었고 4) 또 시장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반드시 몸을 씻고 나서야 음식을 먹는 관습이 있었다. 그 밖에도 지켜야 할 관습이 많았는데 가령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 같은 것을 씻는 일들이 그것이었다. 5) 그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께 "왜 당신의 제자들은 조상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하고 따졌다. 6)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 "이사야가 무어라고 예언했느냐?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여도 마음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 있구나. 7) 그들은 나를 헛되이 예배하며 사람의 계명을 하느님의 것인 양 가르친다’ 했는데 이것은 바로 너희와 같은 위선자를 두고 한 말이다. 8)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고집하고 있다." 9)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그 전통을 지킨다는 구실로 교묘하게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고 있다. 10) 모세가 ’부모를 공경하여라’ 하였고 또 ’아버지나 어머니를 욕하는 자는 반드시 사형을 받는다’ 하였는데 11) 너희는 누구든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제가 해드려야 할 것을 하느님께 바쳤습니다’라는 뜻으로 ’코르반’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12)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아무 것도 해드리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13) 이것이 바로 전해 오는 전통을 핑계삼아 하느님의 말씀을 무시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냐? 너희는 이 밖에도 그런 일을 많이 저지르고 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조상의 전통을 파기하는 하느님의 뜻

 

  오늘은 그 동안 뜸했던 예수님과 바리사이파 율사 계층의 사람들 사이의 논쟁이 다시 시작됨을 알린다. 예수님의 공생활 초기에 있었던 논쟁에 이어 이는 두 번째 논쟁이다. 첫 번째 논쟁은 예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 주변 동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당시 ’죄인으로 취급받던’ 레위를 부르신 후 그의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나눈 일로 바리사이파 율사들이 예수님을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노는 작자’로 단정해버린 것이다. 그에 이어 단식논쟁이 있었고, 안식일에 제자들이 이삭을 까먹은 일과 역시 안식일에 회당에서 손이 오그라든 환자를 치유한 일로 논쟁은 한층 격렬해져 바리사이들이 헤로데 당원들과 결탁하여 예수를 제거하기로 결의하기에 이른다.(2,13-28; 3,1-6) 그 이후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사들이 예수가 베엘제불에 사로잡혔고 마귀두목의 힘을 빌어 마귀를 쫓아낸다고 모함한 적도 있다.(3,22) 이 대목도 논쟁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첫 번째 논쟁에서와 다른 점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사들과 함께 예수와 논쟁을 벌일 작정을 하고 몰려온 것이다. 생각건대 갈릴래아 지방의 바리사이들이 예루살렘에 율사들을 청하여 오게 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께 몰려오자마자 그들의 눈에 띈 것은 제자들 몇이 손을 씻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바로 이 일이 오늘 논쟁의 주제가 된 셈이다. 따라서 오늘 복음의 논쟁은 율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조상들의 전통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정결에 관한 율법규정은 따로 있다.(레위 12-15장) 조상들의 전통이란 넓은 의미로 볼 때 율법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율법은 아니다. 여기서 전통이란 율법을 확대하여 생겨난 관습(慣習)이나 인습(因習)을 말하는 것으로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와 사람들의 몸에 배이거나 익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는 일종의 ’터부(taboo)’로서 그 사회에 줄곧 통용되는 ’금기(禁忌)’이다. 터부는 통상 종교적 신성(神性)을 제고할 목적으로 사람의 생활태도, 행위, 언어, 사물 등 인간의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 묶어둔 금기(禁忌)를 말하는 것이다.

 

  마르코복음 7,1-23에는 유다인들의 조상전통에 속하는 정결관습, ’코르반’ 관습, 그리고 금기식품에 관한 습관이 언급되고, 이 세 가지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함께 예수님의 새로운 해석이 내려진다. 오늘 복음에는 정결관습과 ’코르반’ 관습이 그 논쟁의 주제가 되었다. 율사들은 제자들이 정결관습을 어겼다 하여 예수께 시비를 건 것이다. ’코르반’이란 복음에 설명되어 있듯이 "자식이 부모에게 해드려야 할 것을 하느님께 바쳤다"(11절)는 뜻이다. 그러니까 부모에게 드려야 할 것을 놓고 ’하느님께 봉헌했다’는 뜻으로 ’코르반’이라고 말하면 드리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습에 대한 예수님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람의 계명을 하느님의 것인 양 가르치고 사람의 전통을 고집하고 핑계삼아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인습, 관습, 터부, 금기 등을 지키는 일이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중에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일, 사람들이 군집한 시장이나 공공장소에서 돌아와 몸을 씻는 일, 음식을 담기 전에 그릇들을 씻는 일을 놓고 이 일들을 하지 않으면 종교적·도덕적으로 부정(不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도 하지 않아도 무방하며, 하지 않으면 단지 위생상 불결할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다도(茶道)가 복잡하지만 정신수양에 도움이 되고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차를 마시는 규칙이 하느님을 섬기는 일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어린 자식의 양육은 부모가 책임지지만 나이 든 부모의 봉양은 자식의 의무이다. 그런데 무모와 자식간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여 ’코르반’ 서원문을 이용하여 부모봉양을 무시한다면, 이는 조상의 전통을 빙자하여 인륜을 저버리는 것이며, 제4계명을 범한 것이다.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자식은 분명히 부모를 업신여겼거나 부모에게 악담을 일삼았을 것이다. 이런 자식들은 ’코르반’ 서원문을 외치기에 앞서 "부모를 업신여기는 자는 반드시 사형을 당해야 한다"(출애 21,17), "누구든지 자기 부모에게 악담하는 자는 반드시 사형을 당해야 한다"(레위 20,9)는 구약의 율법을 되새겨야 한다. 그러므로 사소한 관습이나 규정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애써 받들어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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