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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루르드의 동정 마리아)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11 조회수1,699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11일 (수) -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세계 병자의 날)

 

  오늘은 1858년 2월 11일 프랑스의 루르드라는 작은 마을의 마사비엘 동굴에서 14살의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한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기념하는 날이다. 동시에 오늘은 12번째 맞는 ’세계 병자의 날’로서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제정되었다. 교황께서 오늘 2월 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정한 것은, 육체의 고통으로 절망의 기로에 선 자들에게는 치유와 위로를, 이들을 위해 물신양면으로 봉사하는 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의료인과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루르드에서 발현하셨던 성모 마리아의 전구와 성령의 도움으로 병자들이 고통을 덜고, 고통을 그리스도 예수의 파스카 신비에의 동참으로 묵상하며 승화시키도록 하기 위함이다.

 

  1858년 2월 11일에 시작된 루르드에서의 성모발현은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께서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즉 ’성모무염시태’ 교리를 전교회의 믿을 교리로 선포한지 4년째 되는 때였다. 이 교리의 선포는 당대 많은 학인(學人)들의 불만을 쌌고 가톨릭계 학자들도 교회를 떠나곤 했었다. 그런데 이 교의를 성모님 스스로가 추인(追認)해 주셨다.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18번에 걸쳐 발현하신 성모님, 12번째 발현은 3월 25일 성모영보축일에 이루어졌다. 약속대로 발현하신 성모님께 베르나데트가 "부인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침묵을 지키던 성모님은 소녀의 세 번째 물음에 "나는 하자 없는 잉태로다" 하고 대답하였던 것이다. 성모님의 이 한마디 속에는 원죄(原罪)와 그리스도를 통한 강생구속에 대한 교리가 한꺼번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 후 루르드는 세계 속의 성지(聖地)로 우뚝 서게 되었다. 루르드에는 이미 수백만의 순례객이 다녀갔고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순례하여 성모께 대한 신심을 앙양하고 하느님을 찬미한다. 특히 마사비엘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기적의 성수(聖水)가 지금까지 수많은 병자들을 치유한 일로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순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루르드 성지 순례 중 기적적인 치유가 이루어진 것은 지금까지 대략 6,600건으로 집계되었다. 그 중에서 교회당국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치유는 2004년 현재 66건이다. 65번째 공식인정은 1976년 당시 12세의 한 소녀가 루르드 순례 후 종양이 제거된 치유로 13년의 검토기간을 거쳐 1989년 기적으로 인정되었고, 불치의 경화증으로 걷지도 못해 절망에 빠져있던 장 피에르 벨리씨가 1987년 2월 9일 루르드 마리아 성당에서 미사를 참례한 후 완치된 사실은 1999년 2월 10일 66번째 루르드의 공식기적으로 인정되었다. 교회가 이토록 기적인정에 인색한 이유를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공적으로 인정하고 않는 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늘 복되신 마리아의 루르드 발현기념과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성모님의 전구로 주님께서 고통받는 병자들에게 외적 치유의 은혜를, 우리들에게는 내적 치유의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손 모아 기도 드린다.◆

 

[오늘의 복음]  마르 7,14-23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14) 예수께서 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으시고 이렇게 가르치셨다. "너희는 내 말을 새겨들어라. 15) 무엇이든지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더럽히는 것은 도리어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17) 예수께서 군중을 떠나 집에 들어가셨을 때에 제자들이 그 비유의 뜻을 묻자 18) 예수께서는 "너희도 이렇게 알아듣지를 못하느냐?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느냐? 19) 모두 뱃속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뒤로 나가버리지 않느냐? 그것들은 마음속으로 파고들지는 못한다" 하시며 모든 음식은 다 깨끗하다고 하셨다. 20) 그리고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21) 안에서 나오는 것은 곧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음행, 도둑질, 살인, 22)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같은 여러 가지 악한 생각들이다. 23) 이런 악한 것들은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진정으로 사람을 더럽히는 것

 

  오늘 복음에서도 부정(不淨)함과 정(淨)함에 대한 논쟁이 계속된다. 어제 복음에서 보았듯이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잣대로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은 제자들의 부정함을 트집잡았다. 이에 예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29,13)를 인용하여 그들이 율법만큼 중요시하는 조상의 전통을 ’사람의 계명’(7절), ’사람의 전통’(8절)이라고 단언하셨다. 즉 사람들이 만들어낸 관습에 불과한 것을 율사들은 하느님의 계명인 양 내세운 것을 질타한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만든 조상의 전통은 하느님을 섬기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지 않은 행동이 율법상 정결을 깨뜨린 부정함의 행동이 아닌 셈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바리사이와 율사들, 그리고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가까이 불러 모아놓고 정결에 관한 율법을 다시 세워 주시는 대목이다. 예수께서는 사람을 더럽히고 진정 하느님 앞에 부정(不淨)함이 되는 것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임을 선포하신 것이다. "무엇이든지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더럽히는 것은 도리어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15절) 이 말씀으로 신약의 새로운 "정함"과 "부정함"의 율법이 세워졌다.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느 것도 사람을 더럽히지 못한다. 이것으로 구약에 불결하다 하여 금기한 음식들은 (레위 11장; 신명 14,3-21) 모두 폐기된 셈이다. 사실 유다인들에게 굽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새김질하는 짐승들, 정(淨)한 새들과 곤충들, 그리고 비늘과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들 외에 다른 동물은 거의 부정한 것이어서 식용(食用)이 금지되었다. 그나마 그것도 주검에 닿으면 다 부정한 것이 되어 먹을 수 없었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주식으로 삼았던 메뚜기(마태 3,4; 마르 1,6)는 식용으로 허용된 곤충(레위 11,22)이었다. 아무튼 예수께서는 모든 금기식품을 단 한마디 말씀으로 폐기해 버리셨다. 자연 그대로의 모든 음식물이 명예를 회복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과연 사람을 더럽히고 하느님 앞에 부정함이 되는 것인가? 그것은 ’도리어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15절)이다. 여기까지가 바리사이들, 율사들, 그리고 군중이 들은 말씀이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물러갔을까? 대변(大便)을 생각했을까? 진정으로 더럽히는 것에 대한 설명은 제자들에게만 허용되었다. 어떤 음식이든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음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대변이 되어 배설되고 만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파고들어 사람을 더럽히는 부정(不淨)한 것은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같은 여러 가지 악한 생각들이다.(22절) 이는 곧 예수께서 제시하시는 죄악의 목록이다. 온갖 정결규정을 동원하여 ’껍데기’만 가지고 백성들의 정함과 부정함을 판단하던 율사들은 자신들이 내뱉은 말 때문에 도리어 부정하게 되고 말았다. "정함"과 "부정함"에 대하여 예수께서 새롭게 세우신 규정은 남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이 볼 수 없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무엇인지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지 않겠는가?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서 나오는 가장 먼저의 것은 말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러니 한마디의 말이라도 사랑과 깨끗함이 담긴 말이 되어야 하겠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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