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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5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12 조회수1,500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12일 (목) - 연중 제5주간 목요일

 

[오늘의 복음]  마르 7,24-30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

 

  24) 예수께서 그 곳을 떠나 띠로 지방으로 가셨다. 거기서 어떤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계시려 했으나 결국 알려지고 말았다. 25) 그래서 악령이 들린 어린 딸을 둔 어떤 여자가 곧 소문을 듣고 예수를 찾아와 그 앞에 엎드렸다. 26) 그 여자는 시로페니키아 출생의 이방인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달라고 간청하였다. 27) 그러나 예수께서는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28) 그래도 그 여자는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만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 하고 사정하였다. 29) 그제야 예수께서는 "옳은 말이다. 어서 돌아가 보아라. 마귀는 이미 네 딸에게서 떠나갔다" 하고 말씀하셨다. 30) 그 여자가 집에 돌아가 보니 아이는 자리에 누워 있었고 과연 마귀는 떠나가고 없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유다인의 머릿속을 뒤집는 작업

 

  지난 이틀간의 복음을 통해 우리는 예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말 그대로 지키고 따르며 소중히 여기던 조상들의 전통을 ’사람이 만든 계명’으로 단언하시고, 이를 과감히 폐기하심으로써 정결에 대한 새로운 계명을 세우신 것을 보았다. 이제 세상에서 사람과 또 사람과 하느님의 관계를 더럽히는 것은 모두가 사람의 마음에서 밖으로 나오는 악한 생각들이다. 예수께서 유다인들의 전통과 관습을 폐기하신 일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어 예수께 대한 유다인 지도계층을 적대감은 계속 커져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의중은 전통이나 관습 따위의 외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다인들 머릿속에 든 생각까지 바꾸는데 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일까?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들만이 하느님 야훼로부터 간택된 백성이며 자기들만이 구원  받으리라는 배타적인 선민사상(選民思想)과 구원관에 사로 잡혀있었다. 비참했던 바빌론 유배 생활을 몸소 체험한 것을 시작으로 주변 강대국의 끊임없는 침략과 지배, 그리고 문화적인 압박을 통하여 그들의 선민사상과 구원관은 메시아사상과 함께 더욱 고조되어갔다. 이스라엘이 로마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했을 때 그들의 메시아사상은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해방과 메시아의 직접적 통치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메시아는 비천한 마구간 출신의 나자렛 평민으로 등장한다. 그분은 백성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지상의 왕국이 아니라 천상의 왕국을 선포하시며, 로마제국의 세력을 내어 몰기는커녕 가난하고 구박받고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억압받는 이들에게 지상의 행복보다는 천상의 행복을 약속하신다. 이것이 곧 예수께서 의도하시는 이스라엘의 배타적인 선민사상과 구원관을 보편화시키는 작업이다. 비록 이러한 메시아의 참된 정체를 유다인들이 외면하더라도 이 작업이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성취시키기 위해서 예수께서는 이방인 지역의 선교를 떠나신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예수께서 찾아가신 ’띠로’는 시리아의 페니키아(시로페니키아) 지방에 속한 도시로서 갈릴래아 호수에서 북서쪽으로 약 56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현재 레바논에 속하는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이다. 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 이곳에 도착하여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집에 계시려 했으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시로페니키아 출생의 한 여인 때문에 들키게 되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 머물러 잠시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지적해야 할 점이 생긴다. 첫째, 예수께서 혼자 띠로까지 먼길을 가셨을 리는 없다. 오늘 복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는 마태오복음(15,21-28)을 보면 분명히 제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띠로와 시돈의 이방인지역 선교여행에 제자들이 함께 있었고, 군중도 대거 동행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 따라서 예수께서 ’조용히 계시려 했으나 들키게 된 일’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는 메시아의 정체성이 점점 밝혀지고 있음을 예고하는 마르코복음사가 특유의 편집기법으로 풀이된다. 이 의도가 악령이 들린 딸을 고치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온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믿음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시로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은 선민(選民)도 아니고, 선민들로부터 비난받던 한 이방인이다. 그런데 이 여인이 확고한 믿음으로 예수를 찾아와 딸에 대한 치유의 간청과 함께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27절)는 예수님의 말씀과 이에 대한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만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28절)라는 여인의 대답은 서로 대조를 이룬다. 예수님의 말씀 속에는 이스라엘의 배타적인 선민사상과 구원관이 메아리치지만 여인의 대답으로 그 메아리가 즉시 멈춘다. 예수님의 단호한 말씀에 주위의 이스라엘 군중은 처음에 사뭇 기뻐하였을 것이나, 여인의 대답을 알아들은 사람은 즉시 안색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 예수님의 행동은 곧 이방인 여인에게도 구원의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제 이방인들도 구원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방인 여인의 탄복할 믿음을 바탕으로 예수께서는 유다인들의 머릿속 생각까지 엎어버리셨다. 이스라엘 백성이건 이방인이건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참 메시아로 모시고 그 분께 믿음을 두는 자는 다 하느님의 백성이다. 이들이 곧 신약의 새로운 하느님백성이며 이를 우리는 교회라 부르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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