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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례했던 이유에 대한 변호 하나 추가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12 조회수1,361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제5주간 수요일

독서: 1열왕 11,4-13 ; 복음: 마르 7,24-30

 

성서저자는 솔로몬이 초기엔 백성의 소리를 잘 듣고(’명석한 머리’를 달라는 유명한 솔로몬의 기도의 원문은 ’듣는 마음’을 달라는 것이다) 외교적으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여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가져온 지혜로운 왕이었다고 칭송한다.

 

그러나 솔로몬의 치세 후기에는 주변국가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결혼했던 수많은 후궁들과 그들이 거느리고온 사절단들을 위해 전국에 산당을 세웠고 이민족의 신들을 받드는 죄를 저질렀다고 질책한다. 특히 오늘 독서의 대목을 쓴 신명기계 역사가들은 솔로몬의 사후 나라가 둘로 쪼개진 원인도 바로 그 우상숭배의 죄에서 찾았다.

 

솔로몬이 건립했던 성전과 왕궁, 요새와 같은 화려한 건축물들은 당시 금은세공으로 유명했던 페니키아왕국에서 데려온 장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 페니키아의 중심도시가 바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띠로와 시돈이다. 그 나라의 영향력은 솔로몬 시대 뿐 아니라 예언자 엘리야 시대에 아합 왕의 왕비 이세벨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달한 듯하다. 그만큼 이스라엘 민족에겐 위협적인 나라였다. 그 심리적 반동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을 압박하는 민족들 모두를 짐승 취급했었다.(어느 나라나 자기 주변국가들하고 가장 사이가 좋지않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측에서 보면 페니키아 출신의 짐승같은 여자와 예수님이 오늘 만나고 있다. 그렇다고해도 어떻게 예수님 같은 분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그 여자를 보고 ’강아지’라 할 수 있을까? (이 대목만 나오면 예수님의 인격에 손상이 가지않도록 하기위한 수많은 변호를 들었다)

 

친구 중 하나가 우리 나라에서 은근따 당하고 있는 어떤 지방 출신이었다. 하루는 어떤 자매가 와서 그 지방 사람에게 지독히 당했다며 대신 친구에게 시비를 걸었다. 친구는 화를 내지 않고 ’얼마나 속상했겠냐고?’ 위로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예전에도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다 그 지방 사람이었다고 욕을 해댔지만 친구는 시종일관 같은 태도였다. 옆에 있던 주위사람들이 민망해서 더 화가 났다. 사실 그 자리에 그 지방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시비를 걸던 자매가 하도 무례하게 나오니 모두 친구의 편을 들게 되었다.

 

구약성서에는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두 다 없애버리겠다"고 화를 불같이 냈다가 모세와 같은 중개자가 나서서 ’그러면 되겠냐’고 말리면 하느님이 얼른 노기를 풀어버리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과연 그렇게 경솔하고 성질 급한 하느님일까?

 

이제 무슨 이야긴지 짐작이 간다. 예수님도 야훼 하느님도 같은 역할을 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예수님의 생각은 변함없다. 그분에게는 동족도 이방인도 모두 당신의 백성일 뿐이다. 그렇지않다면 그분이 띠로와 시돈, 데카폴리스와 같은 이방인 지역에 무엇하러 가시겠는가? 더구나 그분 자신도 이방인의 지역이라 일컫는 갈릴래아 지방 출신이다.

 

이제 그분이 가엾은 여인에게 보인 지나친 무례함과 냉정함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같다. 마태오복음에선 그 냉정함이 더 심하게 묘사되어 있어 한 마디 대꾸도 않는 예수께 제자들이 ’계속 소리치고 있으니 여자를 돌려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유다인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마태오복음서에 왜 예수님은 더 냉정하게 묘사되었을까? 왜 유다인 제자들이 그 여자를 위해 중개를 하고 있을까?

 

위의 몇가지 정황들을 가지고 추론해볼 때, 예수님은 바로 당신의 제자들, 주변 사람들, 편견을 가지고 있던 수많은 유다인들을 위해 지나친 태도를 취하고 계신 것이다. 그분은 처음부터 여인의 절실한 믿음을 알고 계셨고 주위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고 또한 왜 짐승(개)과 같은 이방인을 고쳐주느냐는 시비를 불식시켜버리셨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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