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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5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13 조회수1,518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13일 (금) - 연중 제5주간 금요일

 

[오늘의 복음]  마르 7,31-37

<예수께서는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셨다.>

 

  31) 그 뒤 예수께서는 띠로 지방을 떠나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 지방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 때에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주시기를 청하였다. 33) 예수께서는 그 사람을 군중 사이에서 따로 불러내어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34)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 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라는 뜻이었다. 35) 그러자 그는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으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널리 소문을 퍼뜨렸다. 37) 사람들은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시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하구나" 하며 경탄하여 마지않았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에파타, 제발 열려라 열려...

 

  이방인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믿음은 참으로 모범적이었다. 반면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은 물론이고 제자들까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하느님 구원의 현주소가 우선적으로 이스라엘을 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스스로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이 구원을 간절히 원하고 애를 끊는 심정으로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지만, 하느님께서 보내실 구원과 메시아는 그들을 넘고 비켜서 이방인과 온 세상을 향하여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그 서두에 띠로를 떠나신 예수님은 북쪽으로 약 36Km 더 떨어진 항구도시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를 거쳐 다시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 오셨다고 한다. 어디 예수님의 이방인지역 선교여행이 이렇게 단 한마디로 요약될 그런 사안이겠는가?

 

  예수께서 띠로에서 시돈으로 가셨고, 시돈에서 데카폴리스 지방으로 가시자면 골란과 바타네아 지방을 거쳐 남쪽으로 가셨을 것이고, 데카폴리스에서 다시 갈릴래아 호수까지 오셨다면 이 장정(長程)은 아무리 짧아도 150Km 정도의 먼길이다. 예수께서 대장정의 이방인 선교여행 끝에 도달한 곳은 다시 갈릴래아 호수였다. 추측컨대 이곳은 갈릴래아 호수 동편 골란 지방과 데카폴리스 지방의 접경지역이었을 것이고, 일찍이 ’부대’라는 마귀를 쫓아내고 돼지들이 떼죽음 당하게 했던 게라사(게르게사) 마을(5,1-20) 근처였을 것이다. 예수께서 이 넓은 이방인 지역을 여행하시면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으나, 두말할 필요 없이 하느님나라의 복음선포가 아니었겠는가? 그런데 그 효과 역시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으나 그리 탐탁치가 않았을 것이다. 좀더 쉽게 말하자면 예수께서 시로페니키아 여인과 같은 믿음을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보실 수 없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늘 복음이 전하는 ’귀먹은 반벙어리’의 치유는 단순한 치유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벙어리(dumbness)란 음성언어를 소리낼 수 없는 사람인데, 음성언어를 소리낼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고, 이전에는 말을 할 수 있었으나 어떤 원인으로 그 능력을 상실한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농아(聾啞)인데, 농아는 귀가 먹어 귀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언어를 익히지 못해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람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예수께 데려와 치유를 청하는 귀먹은 반벙어리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귀먹은 반벙어리는 곧 하느님나라의 복음을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듣는다고 해도 그 뜻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자들뿐 아니라 이방인 모든 사람들, 나아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속한다. 이들을 향하여 예수께서 외치신다. "에파타!" ’열려라’는 뜻이다.

 

  에파타! 열려라! 하느님나라의 복음을 향해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께서 그토록 간절히 원하시는 것이다. ’에파타’는 비단 오늘 복음에만 해당되는 말씀이 아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온 세상을 향한 간절한 소망으로서 ’지금 여기에’만이 아니라 복음이 전해지는 모든 곳과 세상끝날까지 영원히 통용될 말씀이다. 귀먹은 반벙어리가 예수님의 은혜로 ’들음과 말함’을 찾았다고는 하나 ’들음과 말함’이 예수님의 뜻과 부합되지 않을 때는 언제고 함구령(緘口令)이 내린다. 들어도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엄한 함구령 다음에는 또 다른 효과가 있기는 하다.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시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하구나"(37절)라는 사람들의 경탄은 지극히 당연하다. 소경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의 귀가 열리며 절름발이가 사슴처럼 기뻐 뛰고 벙어리도 혀가 풀려 노래하는(이사 35,5-6) 현실은 메시아 시대의 표징들이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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