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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6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16 조회수1,359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16일 (월) -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오늘의 복음]  마르 8,11-13

<어찌하여 이 세대가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는가!>

 

  11)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와서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하느님의 인정을 받는 표가 될 만한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12) 예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시며 "어찌하여 이 세대가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는가!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세대에 보여 줄 징조는 하나도 없다" 하시고는 13) 그들을 떠나 다시 배를 타고 바다 건너편으로 가셨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시험과 요구에 응답은 없다.

 

  이방인의 땅에서 4,000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을 행하신 후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달마누타 지방으로 가셨다고 했다.(8,10) 달마누타(Dalmanutha)가 어딘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갈릴래아 호수 서쪽 포구 막달라일 가능성이 높다. 똑같은 대목에서 마태오복음은 예수께서 마가단(Magadan)으로 배를 타고 가셨다(15,39)고 했는데 이 또한 막달라와 같은 지명이다. 막달라는 막달라 마리아의 고향이기도 하다.(루가 8,2; 마태 17,56; 요한 19,25)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달마누타(막달라)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께 청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그 이상의 차원인 ’하느님의 인정을 받는 표가 될만한 기적’이였다. 이는 곧 ’하늘로부터 오는 표징’을 말하는 것으로서 예수를 메시아로 증명해 줄 것을 의미한다. 당시 유다인들은 종말에 올 메시아가 하느님의 마지막 예언자로서 이를 증명할만한 놀라운 표징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예를 들어 구약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만나와 메추라기의 기적(출애 16,1-36), 해와 달을 멈추게 한 기적(여호 10,12-14), 엘리야 예언자와 바알 예언자의 대결에서 제단 위에 내린 야훼의 불길(1열왕 18,30-40) 등과 같은 하늘에서의 표징으로 예수 자신을 증명해 보라는 것이다. 묵시문학에서는 하늘로부터의 표징을 ’우주적 이변들’로 표현한다.(묵시 12,1.3; 15,1)

 

  지금까지 예수께서 베푸신 기적이 어디 한 두 개인가? 제자들은 물론이고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도 예수의 수많은 기적들을 목격하였다. 그들이 이제 와서 하느님의 인정을 받을 표징을 청하는 이유는 예수를 믿는데 기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자들도 아직까지 스승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니 바리사이들의 불신과 표징을 청하는 무리한 요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바리사이들이 예수께서 하늘의 표징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동시에 그들이 ’믿음을 위해서’ 표징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수님은 알고 계신다. 따라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시험하는 것은 요구하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 야훼께서 직접 "너희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신명 6,16)고 하셨고, 모세도 백성들에게 "야훼를 시험하지 말라"(출애 17,2)고 했다. 예수께서도 ’하느님의 아들임’을 걸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는 악마의 유혹을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마태 4,7)는 말씀으로 물리치셨다.    

 

  예수께서 바리사이들의 이러한 태도에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시며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셨다. 특히 "나는 분명히 말한다"(12절)는 공관복음 모두가 아주 즐겨 사용하는 예수님의 독창적인 어법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 다음에는 통상 앞에 서술된 내용에 대한 ’절대적인 거부’, ’확신과 진실성’, ’현저한 대조’, 또는 ’더 높은 단계로의 진행’ 등의 말씀이 따른다. 시험과 요구에 대한 예수님의 응답은 없다. 나아가 예수께서는 그들을 버려 둔 채 즉시 다른 곳으로 떠나셨다. 표징이란 요구나 조건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선사(善射)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신앙인들은 자기가 믿는다는 하느님께 조건을 걸고 선물을 요구한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해 주신다면, 나도 저렇게 하겠다"는 식의 조건부 다짐이다. 이것은 신앙을 놓고 거래하는 것이고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과도 같다. 하느님께서 다짐을 보고 조건을 승낙할 수도 있지만,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는 말씀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하면 오늘복음에서와 같이 하느님께서 영영 나를 떠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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