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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 제7주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23 조회수1,386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22일 (일) - 연중 제7주일

▣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없음)

 

[오늘의 복음]  루가 6,27-38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27) "그러나 이제 내 말을 듣는 사람들아, 잘 들어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28)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해 주어라. 그리고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어라. 29) 누가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 주고 누가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마저 내어주어라. 30)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빼앗는 사람에게는 되받으려고 하지 마라. 31)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32) 너희가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한다. 33) 너희가 만일 자기한테 잘해 주는 사람에게만 잘해 준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죄인들도 그만큼은 한다. 34) 너희가 만일 되받을 가망이 있는 사람에게만 꾸어준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것을 알면 서로 꾸어준다. 35) 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남에게 좋은 일을 해주어라. 그리고 되받을 생각을 말고 꾸어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며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은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다. 36) 그러니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37) "남을 비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비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를 받을 것이다. 38) 남에게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말에다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후하게 담아서 너희에게 안겨주실 것이다. 너희가 남에게 되어 주는 분량만큼 너희도 받을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어리석고 손해보는 사랑 : 아가페 사랑

 

  오늘 복음은 지난 연중 제6주일에 시작된 평지설교(6,20-49)의 계속된 가르침이다. 우리는 평지설교의 첫 부분으로 4개의 행복선언과 4개의 불행선언을 이미 들었다. 행복선언과 불행선언을 묵상하면서 나는 과연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한번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예수께서 선언하신 행복한 부류나 불행한 부류에 넣어 단정짓는 자체는 어리석은 일이다. 진정한 행복함과 불행함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에 어떠했거나 미래에 어떠할 것이라는 사실보다는 지금 어떠한지가 더 중요하다. 재삼 언급하자면, 가난하고 굶주리고 슬퍼하고 예수님 때문에 갖은 고난을 받는 자체가 행복하거나, 부유하고 배부르며 웃고 칭찬 받는 자체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분명히 전자(前者)의 경우는 불행해 보이고, 후자(後者)자의 경우가 더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의 눈에는 그 반대로 보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후자의 경우가 전자의 경우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것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인간의 눈에 불행해 보이는 처지가 더 행복한 상태임을 가르쳐주시려는 것이다.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길, 바로 이 길을 오늘 복음이 가르쳐주고 있다.

 

  오늘 복음은 그리스도교의 핵심사상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랑’에 관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은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로서 아주 행하기 힘든 원수에 대한 사랑, 동태복수법(탈리오법)의 근절, 황금률에 대한 가르침이다. 원칙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우선 원수의 종류를 열거하신다. 나에게 원수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 저주하는 사람, 학대하는 사람이다. 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은 그들에게 후하게 사례하고 축복하며 기도해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동태복수법을 뛰어넘어 아예 복수를 금지하는 것이며, 나아가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는’ 황금률에 정착하는 방법이다. 황금률의 기본원칙은 먼저 ’주는 것’(giving)이다. 절대 먼저 ’받는 것’(taking)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남에게 줄 때 ’그에게서 내가 바라는 대로’ 주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남에게서 바란다’는 희망이 당장에 내 눈에 보여서는 안 된다. 원수나 죄인들도 ’받은 만큼’은 되돌려 줄줄 알며, ’받을 것’을 알면 주는 법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사랑의 핵심은 원수에게까지 먼저 ’주고, 베풀라’는 것이다.

 

  원수에게까지 주고 베풀며, 나를 미워하고 저주하며 학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후하게 베풀고 축복해주며 기도해 주는 것이 바로 예수께서 가르치시는 원수사랑이다. 이 사랑은 피붙이나 집단적 우정으로 표현되는 ’스토르게’(Storge) 사랑을 능가하는 것이며, 남녀간의 애정이나 진리추구를 미화한 ’에로스’(Eros) 사랑이나 ’필로스’(Philos) 사랑을 초월하는 무조건적이고 이타적(利他的)이며 말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아가페’(Agape) 사랑을 말하는 것이다. 아가페 사랑은 ’사랑할 수 없는 자에 대한 사랑’이요, ’사랑을 받을 만한 행위와 무관한 사랑’이요,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지 않는 사랑’이다. 이런 사랑은 사람의 눈에는 손해보는 사랑이요 어리석은 사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 사랑 외에 다른 사랑은 모르신다.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께서 이 사랑을 보여주시듯이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들도 이 사랑을 배워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지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 비판하지 말 것이며, 단지 단죄받지 않기 위해서 남을 단죄하지 말 것이며, 단지 내가 용서받기 위해서 남을 용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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