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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재의수 다음 목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26 조회수1,553 추천수15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26일 (목) - 재의 수요일 다음 목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9,22-25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22) 예수께서는 이어서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었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23)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24)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25)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거나 망해 버린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복음산책]  생명이 죽음을 이기는 법칙

 

  예수께 대한 베드로의 메시아 고백(루가 9,18-21)이 있은 후, 예수님은 모든 제자들에게 첫 번째 수난을 예고하고 십자가 추종에의 초대를 선포하신다. 수난예고는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함께 공관복음 모두가 보도하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사건’(루가 9,28-36)의 도입부 역할을 한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이 메시아이자 야훼의 종인 당신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내다보고 계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배척과 고난과 죽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다 이루어지면 반드시 부활이 그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함께 내다보고 계신다. 부활을 향한 그 날까지 반드시 일어나야 할 일들을 위해 스승은 서서히 제자들을 준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수난예고와 함께 예수께서는 제자들 또한 스승의 길을 그대로 따라오기를 원하시면서 추종의 기준을 제시하신다.

 

  추종의 기준을 보자.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고,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곧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자기 목숨을 살리려 하는 자는 오히려 잃고, 잃는 사람은 되려 얻는다는 것이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일방적인 자기비하(自己卑下)나 겸손을 뜻하지 않는다. 이 모든 ’자기를 버림과 잃음’은 철저히 예수님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는 예수를 위하여, 그리고 예수 옆에 머물기 위해 자신의 명예와 삶을 내어놓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수께서 자신의 생명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자는 것이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분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것은 하느님 때문에 내어놓는 것이며, 이는 곧 하느님께서 죽어갈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를 바라고 계시기 때문이다. 결국은 예수께서 생명을 사랑하기 때문에 생명이 죽음을 이길 수 있도록 생명을 죽음에 부치시는 것이다.

 

  오늘 스승이 제자들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스승이 앞으로 당해야 한다는 일도 그렇고, 그런 달갑지 않은 일을 대비하도록 제시하는 추종의 기준도 그렇다. 명사(名士)들은 통상 자기의 추종자들에게 지지(支持)와 따름에 대한 보상을 약속한다. 강도나 도둑들의 두목도 동업자에게 획득한 전리품에 대한 정당한 배분과 몫을 약속하는 법이다. 이 경우 약속된 것은 거의 달콤하고 좋은 것이다. 그런데 약속된 것이 기다린다고 그냥 주어지는가? 아니다. 많은 어려움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내어놓아야 할 때도 있다. 예수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다른 것은 약속의 내용이다. 예수라는 스승이 자기 제자들에게 약속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함께 죽자는 것이다. 사실은 죽음 후에 주어질 부활이 함께 약속되었지만 제자들의 머리로 부활을 깨닫기는 아직 멀었다. 아무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생명이 죽음을 이기는 법칙을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쉽게 말하면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는 법칙이다.

 

  매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것, 예수를 위하여 생명을 잃음으로써 얻는 것, 이는 게임(game)과도 같은 것이며 하나의 내기(betting)와도 같다. 말도 안 되는 게임 같지만 이기면 온 세상을 얻는 것보다 더 소중한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다. 예수님과 함께 하는 십자가의 추종에는 제자들뿐 아니라 모든 믿는 이들도 초대되었다. 누구든지 마지막까지 예수와 연대(連帶)하여 십자가를 지고 자신을 버릴 때, 진실로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며, 예수님만이 줄 수 있는 기쁨 안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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