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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8) 그분께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26 조회수1,382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4년2월26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ㅡ신명기30,15-20;루가9,22-25ㅡ

 

   그분께

       ㅡ편지ㅡ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지내세요? 바쁘신가요?

우리 만나면 무척 반가울텐데 잘 만나지지가 않네요. 만나고 싶어요. 길에서라도 한번쯤은.

있잖아요? 어제 ##이가 너무 기특한 말을 해서 꼭 전해 드리고 싶어서요.

뭐라고 했는지 궁금 하시지요?

 

"엄마, 선생님 만나면 으스러지게 한번 안아드리고 싶어요.

선생님께서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알거 같아요.

정말 말 안듣는 나를 2년씩이나 꼴보고 계셨다는 그 사실이 너무 감사해서 한번만 만나면 진짜 꼭 끌어안고 죄송했다고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은 주일학교에서도 뵙기가 힘이 들어요.

오늘따라 너무 보고싶어요. 그 선생님.

조금만 하면 되는데 조금을 하지 않았으니 하느님을 믿지 않았다면 나를 참아주시지 못했을거예요.

그렇지요? 엄마.

진짜 고생했다고 안아드리고 싶어요. 오늘 진짜 보고싶어요."

 

보세요.

제가 뭐라고 했어요?

공부라는건 본인이 하고자 마음 먹었을때 하는거라고 했지요?

형처럼 벗이 되어 주시고 그 시간 동안 거리를 배회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으면 최고의 만족이라고 했지요?!

2년씩이나 벌받으시는 동안에 그 아이의 심성은 바로 서고 있었던 거예요.

인내해 주시지 않았다면 공부할 마음이 없었던 시기이므로 어떤 잡기에 마음을 쏟아서 지금의 저 모습이 아닌 전혀 엉뚱한 모습이 되었을지 모르잖아요.

 

##이 아빠도 그러셨어요.

"그 선생님은 너란놈 꼴을 안 보게 되어서 날개를 달고 해방되어 날아 가셨다."구요.

그렇게 힘들게 제 아이를 보아주신걸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거 아시지요?

꼭 전해 드리고 싶었어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열심히 했으면 너무 좋아하셨을 거라고 이제와서 생각을 하는거 같아요.

어때요? 제가 해드린 말들이 맞지요?

결코 그냥 제 아이를 보시는게 아니라 주님의 뜻이라구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어른의 노릇을 하는거고 몫은 주님의 지휘봉이 그놈에게 주신대로 인도될 거라고 했지요?!

 

수고 하셨어요.

주님을 믿지 않았다면, 우리 같이 성당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두달도 안가고 그녀석 꼴을 안보셨을 거예요.

실제로 한달만에 포기 하셨었지요?!

그러나 제가 부탁 했잖아요. 부모는 포기 할 수 없으니 그냥 말벗 삼아서 대해주시라고.

그때 거절하지 않고 2년을 참으신 거네요.

그 놈이 그런 말 안해도 제가 우연히 라도 만나뵙게 되면 꼭 안아드리고 싶었어요.

잘생긴 미남을 아짐씨가 안아드리면 처녀들이 왕눈이 하고 욕한다구요?

그럼 손만이라도 잡아보고 싶네요.

"사춘기 제 자식을 인내로 지도해 주신 은혜를 언제까지나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씀도 올리고 싶구요.

 

졸업식은 잘 하셨나요?

조심스러워서 요즘에 이런질문 하는거 아니라는데 궁금은 해요. 취직은 되었나요?

훗날 장가 가셔서 아이들 키울때 공부 안한다고 혼찌검 내지 마시고 나쁜길로 빠지지 않도록 인도하다보면 공부는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수렁에 빠지게 되면 힘들어지니까 그 시기만 잘 넘겨주면 잘 할 수 있는거라구요.

가정을 꾸리면서 추억해 보도록 하세요. 옛날에 사춘기의 어떤아이와 그 엄마를.

"내 아이를 나는 어떻게 인내하고 어떤 관심으로 키울 것인가?" 라고 늘 성찰 하시면서 잘 키우도록 하세요.

남의 자식도 그렇게 잘 키우셨는데 잘 하실거예요.

 

주님의 지휘봉이 우리 모두의 삶을 인도하고 계시다고 제가 늘 얘기 했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삶을 살아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구요. 주님께서 주신 그릇에 맞게 최선을 다 하고 살면 세속적으로 성공하지 못 했다고 해도 행복한거라구요.

바르게 살지 못하고 술먹고 객정하고 사람을 해치고 그런 삶은 잘못 살은 삶이지만, 열심히 살았다면 그건 주님의 지휘봉이 주신 시련이라고 했지요? 제 아이도 그 때는 어미가 그런방법으로 자식을 키우라는 주님의 뜻이어서 우리 만나는 인연이었던거예요.

아주 우연히 친구랑 얘기했다가 주일하교 담임선생님으로 만난거잖아요. 주님의 이름으로....

 

결국 우리가 생각했던 세속적인 욕심은 채워지지 않았어요.

보세요. 주님의 뜻은 다른데 있었어요. 그때 제 아이 곁에 계시지 않았다면 그 아이가 성당을 떠나버릴 엄청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잖아요. 주님의 뜻은 그런데 있으셨을거예요.

그래도 꾸준히 말벗이 되어주셔서 그 모든 위기를 잘 넘기고 주님을 믿는데 허술함이 없게 자랐잖아요.

주님의 뜻을 우리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시기에 주님의 뜻을 전혀 가늠하지 못하는 제자들을 복음을 통하여 뵙게되잖아요?

그러나 주님을 따르느라고 힘들었을 제자들처럼 우리도 힘들지만 주님의 지휘봉을 열심히 따라 살기로해요.

 

그 고비, 어떤아이나 격었을 시간들이 지나고 저렇게 감사할 수 있다는게 은총이잖아요.

다른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도자 없이 또래아이들끼리 보냈을 힘든 혼란의 시기를 멋지신 분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주님의 특별한 배려와 인내로 견뎌주신 분의 희생이었던거예요.

올해는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지 않으시나요? 주일학교에서 조차 얼굴뵙기가 어려워 졌다고 무척 섭섭해 해서요.

꼭 한번 만나고 싶네요. 뵙고싶네요.

여전히 건강하시고 잘생긴 미남이시지요?!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시고 참한 색시도 만나시라고 기도 할께요.

잘 살으세요. 감사합니다.

안녕!

##엄마올림

 

ㅡ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루가9,23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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