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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재의수 다음 토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28 조회수1,434 추천수14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28일 (토) - 재의 수요일 다음 토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5,27-32

<나는 의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27) 이 일이 있은 뒤 예수께서 그 곳을 떠나 길을 가시다가 레위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따라오너라" 하셨다. 28) 그러자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 나섰다. 29) 레위는 자기 집에서 큰 잔치를 베풀고 예수를 모셨는데 그 자리에는 많은 세리들과 그 밖에 여러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 30) 이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그들의 율법학자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예수의 제자들에게 "어찌하여 당신들은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는 것입니까?" 하고 트집을 잡았다. 31)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렇게 대답하셨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32) 나는 의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복음산책]  난 오늘 기꺼이 병자요 죄인이고 싶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중풍병자를 치유하신 얼마 후 길을 가시다가 레위라는 세리를 불러 제자로 삼으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나자렛의 회당에서 공생활 개시(開始)를 선포하신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수주변으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복음선포의 활동을 시작하셨다. 가파르나움의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온갖 병자들을 고쳐주시며 마귀를 쫓아내시고 어부들을 뽑아 제자로 삼는 등 예수님의 복음선포 활동은 크게 하느님나라에 대한 가르침과 병자치유·구마기적의 활동과 제자교육의 세 가지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이 있다. 예수님의 복음선포 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선포된 복음이 인간 측에 수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포된 복음이 무조건 인간에 의해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그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수님에 의해 선포되는 복음은 하느님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이며, 이는 곧 하느님의 선물(膳物)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선물을 베풀 때 다른 무엇을 주시지 않고, 당신 스스로를 주신다면 인간이 과연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인간이 이 선물을 받는데 장애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죄(罪)다. 죄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허물어뜨리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 장애물이 제거되지 않고서는 하느님의 선물은 수용되기 어렵다. 따라서 예수께서 사람들이 중풍병자를 들것에 눕힌 채 지붕을 뜯어 내려보냈을 때 그들의 용기와 믿음을 보시고 병자의 병만 치유하신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병인 죄까지도 용서해 주셨던 것이다.(5,18-26) 이 일로 말미암아 루가복음에서 예수와 바리사이파 율사들 간에 본격적인 반목이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죄의 용서는 오직 하느님만이 하시는 일이다. 그들이 예수 안에 육체의 치유능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었지만, 죄의 용서까지는 능력 밖의 일로 믿었던 것이다.

 

  예수께서 사람의 죄를 용서하여 창조 이래로 깨어진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친분관계를 회복시키는 메시아이심을 계시(啓示)하는 일은 복음서의 중요한 목적이다. 따라서 루가는 중풍병자를 놓고 병의 치유보다 죄의 용서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에 당시 죄인으로 취급받았던 세리를 제자로 삼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식탁공동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예수께서 레위라는 세리를 ’나를 따라 오너라’(27절)는 단 한마디의 말씀으로 당신 제자로 삼았다. 죄인을 제자로 삼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청산하고 예수님을 따라야 할 레위가 친구들을 모아놓고 송별만찬을 준비했던 모양이다. 여기에 예수님도 당연히 함께 자리하셨다.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의 눈에는 못마땅하게 보였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죄인들과 식탁에 함께 앉으신 것이다. 이는 의사가 앉아서 병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손수 찾아 나섬이요,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오신 인자(人子)의 사명인 것이다.

 

  사순시기는 이렇게 하느님께서 손수 병자와 죄인을 찾아 나서시는 때이다. 하느님 친히 병자와 죄인들을 당신 식탁에 초대하여 식사와 친교의 공동체를 마련하시는 것이다. 초대받은 병자와 죄인들 중에 스스로 자격이 있어 그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은 의인이라고 자처하는 죄인들도 마찬가지다. 식탁에 들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일은 허물을 벗고 죄를 씻는 일이다. 따라서 세관에 앉아 업무를 수행하던 레위에게 ’나를 따라 오너라’는 말씀은 곧 ’죄로부터 떨어져라’는 말씀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순시기는 은총의 때인 것이다. 예수님과 함께 먹고 마시는 식탁공동체에 앉을 수만 있다면, 나도 기꺼이 병자요, 죄인이고 싶다. 아니, 이미 병자요 죄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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