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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 새로운 날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29 조회수1,296 추천수9 반대(0) 신고

 

 

 

                                  그 새로운 날

 

 

 새로운 날 다시 시작하는 노래, 지금 마음속에 퍼지고 있는 이 조화와 경쾌함.

 

 지금도 가끔 프란치스코는 나환자에게 입을 맞추던 날, 그 전 존재를 충만케 하던 해방감과 모든 것이 새로와졌다고 느껴지던 감각을 생생하게 떠올릴 때가 있다.

 

청년시절에 그를 지배하고 있던 폐쇄적인 욕구불만, 자기 연민, 고뇌에 찬 회의, 병으로 인해 느끼던 정서의 불안정, 그 모든 것이 마치 높다란 제방이 무너졌을 때처럼 일시에 마음속으로부터 떠내려간 것이다.

 

태어나서 이날까지 고여 있던 탁한 물이 한꺼번에 밖으로 흘러나가 땅으로 흡수되고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입맞춤은 처음으로 그의 마음을 자기 이외의 사랑의 대상으로 향하게 했다. 그날부터 그는 들이마시는 일보다 내뱉는 일, 안으로보다는 밖으로 향하는 일,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생각하기보다는 실행하기에 전심하게 되었다.

 

그는 마침내 타인과 자신을 갈라놓고 있던 심연을 뛰어넘을 용기를 얻은 것이다. 그전에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넘는 것을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에 나환자를 보았을 때 그는 자신이나 자신의  발밑의 심연 따위는 모두 잊어버리고 사랑과 행복을 주는 품안으로 곧장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 이후 그는 전생애 동안, 그 최초의 통찰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나날을 실행에 옮기는데만 열심히 노력해 왔다.

 

 사랑이란 타인의 눈을 바라보면서, 자신들 사이에 가로 놓인 깊은 심연이나 그 심연을 넘어야하는 불가능한 어려움을 잊으면서 자기를 주고 타인을 받아들이도록 팔을 벌리며 끝없는 심연에 첫걸음을 들여 놓는 일이다.

 

 프란치스코는 형제들에게 보내는 최후의 말, 유언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직 죄의 생활을 보내고 있을 무렵 나환자를 보는 일은 나에게 너무나 견디기 어려운 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님께서는 나를 그들 가운데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 결과 전에는 견디기 어렵게 생각되었던 일이 영혼과 육체를 위해 말할 수 없이 감미로운 것으로 변한 것을 느꼈습니다."

 

 이 말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환자를 향하여 가는 걸음이 그의 나그네의 첫걸음이었다. 그 순간 꿈이 실현되었던 것이다.

 

                    < 프란치스코의 여행과 꿈> 에서 발췌

 

 주님, 제가 견디기 어려운 일로 생각되는 일이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당신 안에서 감미로운 것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은혜를 청합니다.

 

 제게 허락하신 고통조차도 당신의 섭리안에서 저를 은과같이 정련하시기 위한, 마침내 당신 앞에 깨끗한 영혼으로 설 수 있기위한 꼭 필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삶속에서 십자가라고 느껴지는 고통을 당할때마다 제 자신의 마음을 내세우지 말고 당신과 함께 지고갈 수 있게 하소서. 당신안에서 당신과 내적으로 일치하고 있다는 충만함으로 기꺼이 지고 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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