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복음산책(사순 제1주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29 조회수1,764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4년 2월 29일 (일) - 사순 제1주일 (다)

 

[오늘의 복음]  루가 4,1-13

<예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셔서 유혹을 받으셨다.>

 

  1) 예수께서는 요르단강에서 성령을 가득히 받고 돌아오신 뒤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셔서 2)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 동안 아무 것도 잡수시지 않아서 사십 일이 지났을 때에는 몹시 허기지셨다. 3) 그 때에 악마가 예수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하여 보시오" 하고 꾀었다. 4) 예수께서는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5) 그러자 악마는 예수를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잠깐 사이에 세상의 모든 왕국을 보여주며 6) 다시 말하였다. "저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저것은 내가 받은 것이니 누구에게나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줄 수 있소. 7) 만일 당신이 내 앞에 엎드려 절만 하면 모두가 당신의 것이 될 것이오." 8) 예수께서는 악마에게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예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9) 다시 악마는 예수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뛰어내려 보시오. 10) 성서에 ’하느님이 당신의 천사들을 시켜 너를 지켜주시리라’ 하였고 11) 또 ’너의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손으로 너를 받들게 하시리라.’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소?" 하고 말하였다. 12) 예수께서는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마라’라는 말씀이 성서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13) 악마는 이렇게 여러 가지로 유혹해 본 끝에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예수를 떠나갔다.◆

 

[복음산책]  예수님의 철저한 공생활철학

 

  파스카의 신비를 향한 사순시기의 첫 주일(다해)에 들려주는 오늘 루가복음은 예수께서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신 내용이다. 이 대목은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후(3,21-22) 즉시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셔서 40일간 주야(晝夜)에 걸쳐 기도와 단식으로 ’대피정’을 하셨다는 내용(4,1-2)과 그 마지막에 세 차례 악마의 유혹을 받으신 내용(4,3-13)으로 구성된다. 이 이야기는 공관복음 모두에 기록되어 있다. 마르코는 아주 간단하게(1,12-13), 마태오(4,1-11)는 유혹의 내용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순서를 바꾸었으나 루가복음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장황하게 기록하였다.

 

  오늘 복음이 공관복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면 예수님의 세례(마태 3,13-17; 마르 1,9-11; 루가 3,21-22)와 예수님의 갈릴래아 전도시작(마태 4,12~; 마르 1,14~; 루가 4,14~) 사이에 들어 있다. 그렇다면 이 대목이 예수님의 세례와 공생활의 시작과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예수님의 유혹사건이 예수님의 세례사건뿐 아니라 공생활의 시작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 보겠다. 공관복음이 보도하는 예수님의 세례사건에서 확실한 것은 세례를 받은 예수께서 비둘기 모양의 성령과 함께 하늘로부터의 음성을 통하여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시편 2,7)로 계시되었다는 사실이다. 예수는 곧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루가복음이 왜 예수님의 세례사건 다음에, 그리고 갈릴래아에서의 공생활 시작 직전에 ’요셉으로부터 아브라함과 아담을 거쳐 하느님께 이르는 족보’(3,23-38)를 삽입하였는지 그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루가는 예수가 실제로 하느님의 아들임을 족보를 통하여 증명하려 했고, 오늘 악마의 유혹에서 악마가 예수를 일컬어 ’하느님의 아들’(3절, 9절)이라고 말한 언명을 뒷받침하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오는 복음은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로서 악마의 유혹을 받았고, 또 이를 물리쳤으며, 하느님의 아들로서 공생활을 시작함으로써 예수의 공생활 전체가 ’하느님의 일’로 승격(昇格)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광야에서 보낸 40일간의 시간은 공생활을 위한 예수의 ’대피정’으로 간주되며, 대피정 중에 예수가 받은 악마의 세 가지 유혹으로부터 ’공생활을 위한 예수의 다짐과 각오’, 즉 ’예수의 공생활철학’을 추론(推論)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추론되는 예수의 공생활철학(公生活哲學)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 철학은 예수의 공생활 전체를 관통하고 담아내는 정신(精神)이요, 가치관(價値觀)이며 사고(思考)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마의 유혹과 이 유혹에 대한 예수의 대처(對處)를 통하여 예수님의 공생활철학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세례 때 예수 위에 내린 비둘기 모양의 바로 그 성령이 예수를 광야로 이끌어 갔다는 점과 유혹의 장소가 광야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이르기까지 한편으로는 야훼 하느님의 끊임없는 보살핌과 다른 한편으로는 모세를 통하여 하느님께 대한 백성의 수많은 원망과 불만, 투정과 시험(출애 14,11; 15,24; 16,2; 17,2; 민수 11,1.4; 20,3)으로 아로새겨진 40년의 광야생활을 상기시킨다. 즉, 예수의 광야생활 40일과 마귀의 유혹사건 속에 이스라엘 백성의 40년 광야생활의 역사가 유비적을 담겨있다는 말이다.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도 없이 하느님을 원망하고 시험하며, 투정을 부리고 불만을 표했지만, 오늘 유혹을 당하는 예수께서는 아버지께 어떤 종류의 투정도 불만도 원망도 시험도 하지 않으시며, 또 이를 통하여 어떠한 기적을 구하지도(1고린 1,22) 않으신다. 이것이 예수께서 취하신 공생활의 철저한 기본노선이다.

 

  예수님의 공생활철학은 악마의 유혹과 이에 대한 대처로 정립된다. 악마의 유혹과 예수의 대처를 각각 정리해보면, ①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돌을 빵이 되게 하라 ->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신명 8,3), ② 내 앞에 엎드려 절하면 모든 권세와 영광이 담긴 세상의 모든 왕국을 주겠다 ->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예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신명 6,4-5.13-15), ③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 천사들이 너를 지켜 주리라(시편 91,11-12) ->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신명 6,16)는 것이다. 예수께서 모든 유혹을 성서의 말씀으로 대처하신 점이 특이하다. 성서의 말씀은 곧 하느님의 말씀이요 그분의 뜻이기도 하다. 악마의 세 가지 유혹의 정체와 예수님의 대처가 담고 있는 정신은 무엇인가? 딱 부러지게 언급된 것은 아니나 그것은 ① 빵, 물질의 유혹 -> 청빈, 하느님의 말씀, 진리의 정신, ② 절, 아부, 출세, 영달, 영광과 명예의 유혹 -> 유일신 하느님, 사람은 평등, 사랑과 인간 존엄성의 정신, ③ 기적과 시험, 권력과 특권의 유혹 -> 믿음과 봉사의 정신으로 정립될 수 있다. 예수님의 공생활철학은 이렇게 진리, 사랑, 봉사의 정신으로 요약된다.

 

  물질의 풍요함을 누리고, 입신출세하여 명예와 영광을 누리며, 되도록 많은 힘과 능력과 권력을 쌓아 이를 과시하며 살아가는 것은 분명 인생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로 통하는 힌두교(Hinduism)가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필히 가져야 하는 것으로 재물과 명예와 권력을 손꼽은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힌두교의 속 깊은 가르침은 다르다. 재물과 명예와 권력은 이를 가지려는 사람이 타인의 것을 취하거나 빼앗아야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기름으로 불을 꺼야 하는 원리’로 되풀이된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재물과 명예와 권력은 결코 영원할 수 없고 한시적이다. 잠시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할 수는 있으나 영원한 것이 될 수 없는 이곳에 사람의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공생활철학은 철저한 진리와 사랑과 봉사에 있다. 이 철학은 예수님의 공생활 전체와 그분의 인류구원사명을 견인(牽引)하는 정신으로 드러날 것이다. 앞으로도 악마의 유혹은 계속될 것이다.(13절) 그러나 어떠한 경우든 인류의 구원을 가져올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향한 그분의 인생여정은 바로 이들 정신으로 아로새겨질 것이리라.◆[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