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원수를 위한 기도
작성자조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06 조회수2,136 추천수9 반대(0) 신고

 

 ♣ 원수를 위한 기도 ♣

 

중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저는 청소년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해서 활동을

했습니다. 냉담하는 같은 또래의 학생들을 찾아다녔고, 주일이면 성당 문

앞에 서서 미사에 오는 신자 분들께 주보를 나누어드리기도 했습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길이 미끄러워 걷기 힘들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을 부축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학 내내 매일 새벽미사에 나가는

아주 착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습니다.

 

어느날인가 회합을 끝낸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성당 마당엔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회합을 마친 단원들만 모여 즐겁게 환담을 하고 있었습니다.짖궂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장난을 쳤습니다. 저를 포함한 여학생들이 큰소리

로 웃으며 도망쳤습니다.

 

그때 성당을 지키던 종지기 아저씨가 막대기를 들고 나와 저희를 마구 나무

랐습니다. 버릇도 없고 예의도 모르는 막된 놈들이라며 그러려면 성당에

나올 필요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삽시간에 썰렁해졌고

우리는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친구와 함께 집으로 가며 정말 화가 났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인가?’어찌나 창피하고 분했던지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순간 저는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를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 그 아저씨를 위해서 기도하자.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잖아.’ 그래서

저는 가톨릭 기도문 중에서 ’원수를 위한 기도’를 외우자고 같이 걸어가던

친구에게 제의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원수를 위한 기도를 하자고?

누구? 설마 그 아저씨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그 순간 저는 당황했습니다.

머리를 쇠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내가 왜 그토록 화가 났는지. 그 밑바닥에 도사렸던 제 교만한

껍질을 어렴풋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보았으니까요.

 

그후 누군가가 자꾸 미워질 때는 ’진짜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원수를 위한 기도’는 잊어버렸습니다.

 

《 2004년 ’야곱의 우물’에 나오는 매일성서묵상 3월 6일자 내용으로

한국 에니어그램 연구소 연구원 안미경 님의 글입니다.》

 

※오늘의 말씀: 마태오복음 5장 43절~48절 말씀 입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여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

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오늘의 잠언 6장 1절]

"아들아, 네 이웃의 담보를 서거나

 남의 보증을 서지 말아라."

 

【안나의 묵상 나누기】

 

†   :)   †

 

주님을 따르는 삶에서 섬기는 일보다 힘든 일이 있다면

용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용서하는 일 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것은 원수를 사랑하는 일이

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었다.

 

가족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해서 중.고등학교를 미션

스쿨을 거치며, ’학교 놀이’를 좋아했던 나는 주일학교

교사를 개척교회에서 일찍 시작하였다.

 

그리고 성가대 봉사며,중등부 부회장도 하고 고등학교땐

학교 학생회 활동하느라 잠시 교회 생활을 멀리 한 적도

있지만 나에게 끊임없이 따라 다니는 십자가가 있었는데

하나뿐이 없는 오빠였다.

 

오빠 이야기를 하자면 밤 낮으로 족히 단편집 한 권은 쓸

정도이지만 내가 말하자고자 하는 것은 오빠가 아니다.

단지 내 어린 유.초.중.고 모든 시절을 하느님없이는 살지

못하도록 우리 가족을 고통스럽게 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세상을 알아갈 즈음에 그 고통은

신앙과 연결되어서 나의 영혼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그 때

이웃에 사는 예비 목사님 한 분을 알게되어 신앙의 나눔을

갖을 수 있게 되었는데 오늘 이 말씀을 나에게 던져 주셨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그것은 힘이 없는 나이었으니 어찌 할 수 없었으므로 사랑

하는 척하면 된다지만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이 말씀은 너무나 내 가슴을 치는 말씀이었다.

 

어찌 기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한 사람 때문에 내 삶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도저히 기도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또 그랬다.

 

그런데 예비 목사님은 그래야만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서 말하며 그것도 모자라서 내 손을 꼬옥 잡고

기도해주셨다.

 

그 다음...내 마음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고,

나는 오빠를 위해서 기도하게 되었으며...

그 기도는 수 년이 지난 뒤에 오빠가 먼저 가톨릭 신자가

되기위해 명동 성당을 찾게된 기초석이 되었었다.

 

그리고 나는 세례받는 것은 너무나 거룩하기 때문에 함부로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깨트리고 예비 목사님이 개척하시는

교회에 가서 봉사하게 되었으며 첫 세례식에 세례를 받으므로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큰 기쁨을 체험하게 되었다.

 

정말 힘들지만...

원수를 사랑하고, 우리를 박해하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는 믿음에 이르게만 된다면 말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녀가 되는 큰 기쁨을 이 땅에서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고...모기만한 목소리로

 

외치는..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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