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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사순 제3주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14 조회수1,539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4년 3월 14일 (일) - 사순 제3주일 (다해)

 

[오늘의 복음]  루가 13,1-9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1) 바로 그 때 어떤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빌라도가 희생물을 드리던 갈릴래아 사람들을 학살하여 그 흘린 피가 제물에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일러드렸다. 2)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죄가 많아서 그런 변을 당한 줄 아느냐? 3) 아니다.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4) 또 실로암 탑이 무너질 때 깔려 죽은 열 여덟 사람은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죄가 많은 사람들인 줄 아느냐? 5) 아니다.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6)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았다. 그 나무에 열매가 열렸나 하고 가보았지만 열매가 하나도 없었다. 7) 그래서 포도원지기에게 ’내가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따볼까 하고 벌써 삼 년째나 여기 왔으나 열매가 달린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아예 잘라버려라. 쓸데없이 땅만 썩일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하였다. 그러자 8) 포도원지기는 ’주인님, 이 나무를 금년 한 해만 더 그냥 두십시오.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9) 그렇게 하면 다음 철에 열매를 맺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 때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버리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복음산책]  무화과나무를 통한 교훈

 

  93년경에 완성된 플라비우스(37?-100)의 ≪유대고대사≫는 유대역사를 창조 이후부터 반란(66-70년) 전까지의 사건들을 기술한 책으로 성서의 이야기들을 각색하여 실었고, 유대교의 율법과 제도의 합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대고대사 총20권 중 제18권에는 이스라엘의 5대 총독(26-36)으로 재임했던 빌라도가 두 번이나 유대인들을 크게 학살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첫째는 예수님 당대에 예루살렘에서 반란을 일으킨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두 번째는 예수께서 돌아가신 후 35년경 가리짐산(고대 북왕조 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 남쪽 13Km 지점에 위치)으로 제사를 지내러 올라가던 사마리아인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사건이다. 빌라도 총독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추궁으로 소환되었고 그후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오늘 복음이 소개하는 빌라도 총독에 의한 갈릴래아 사람들의 학살사건이 실제적인 사건인지는 의문스럽다. 실제로 있었다면 과월절을 지내러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간 갈릴래아 사람들이 성전 뜰에서 희생물로 짐승을 바치다가 참변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위에서 언급한 빌라도의 두 가지 대량학살 사건을 하나로 뭉친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예수께서 달리 언급하시는 실로암 탑의 붕괴로 18명이 죽었던 사건은 실제일 가능성이 높다. 실로암은 예루살렘 동쪽 성밖 키드론 골짜기에 있는 ’기혼’이라는 샘물을 유다왕국의 히즈키야(기원전 716-687) 왕이 터널(히즈키야 터널)로 연결하여 성안으로 끌어들여 만든 저수장(貯水場)이다. 따라서 실로암 탑의 붕괴는 성벽의 붕괴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수님 당대의 유대인들은 뜻하지 않게 당하는 참사는 모두 당사자가 지은 죄 때문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빌라도의 학살과 실로암 탑의 붕괴로 말미암은 희생자들이 자신들의 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죄가 당시 그곳에 살면서 죽음을 면한 사람들의 죄보다 크지 않았다고 강조하신다. 예수님 말씀의 요지는 사건의 잘잘못이나 죄의 대소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을 염려하여 당장 회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5절) 회개의 촉구는 다음에 이어지는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의 비유’(6-9절)에 잘 나타난다.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그들과 같은 죽음을 불사(不辭)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유 속에는 세 가지 주체가 등장한다. 이는 포도원에 심겨진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와 포도원지기와 포도원주인이다. 비유를 풀이하면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을, 포도원지기는 예수님을, 주인은 하느님을 뜻한다. 3년이 지나도록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려는 주인에게 포도원지기가 말미(末尾)를 청한다. 말미는 1년이라는 시간적 여유와 포도원 지기의 정성과 거름이다. 포도원지기가 무화과나무와 연대(連帶)하여 주인에게 말미를 청하는 모습은 아브라함이 소돔의 구원을 위하여 애쓰는 장면을 연상시킨다.(창세 18,23-33) 야훼께서는 아브라함의 청을 들어주셨다. 그러나 소돔은 단 10명의 의인(義人)이 없어 결국 멸망하고 만다.(창세 19,24-25) 이와 같이 오늘의 무화과나무도 포도원지기의 도움을 받아 다음 철까지 열매를 맺을 기회를 가진다. 만약 그래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소돔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오늘 비유말씀에는 여지없이 당장 회개를 촉구하는 예수님의 바램이 담겨있다. 아울러 회개의 과정에 예수께서 포도원지기처럼 끝까지 도와주실 것을 약속하신다. 단지 여기서 ’끝까지’라는 시간은 회개를 필요로 하는 자가 살아 있는 동안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당장 회개하고 화해의 삶을 살도록 해야한다. 동시에 아무 죄 없이도 십자가의 죽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시는 주님께 눈물과 기도로 회개의 도움을 청하여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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