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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사순3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18 조회수1,502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4년 3월 18일 (목) - 제3주간 목요일

 

▣ 예루살렘의 성 치릴로 (315-386) 주교 학자 기념

 

  313년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기도 전 시퍼런 박해의 서슬 아래서도 초대교회는 ’교회가 진정 무엇을 믿는가?’라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 중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에 관한 문제는 당대의 뜨거운 감자였다.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아리우스가 유일신 하느님 사상을 근거로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였다. 아리우스의 이단설은 319년 알렉산드리아 회의에서 단죄를 받았고, 325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소집한 제1차 니체아공의회에서 재삼 확인되어 단죄되고 추종자 모두를 파문하였으나 그 세력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당시 아리아니즘에 휩쓸려 많은 학자들이 오해를 받았고 이단의 오명을 쓰고 추방되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바로 예루살렘의 치릴로 성인이다. 315년경 예루살렘의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난 성인은 훌륭한 교육을 받고 존경받는 사제가 되었다. 350년경 예루살렘의 주교가 되었으나, 특히 체사레아의 주교 아카치우스가 앞장서 치릴로 성인을 이단자로 누명을 씌우고 빈자들을 위해 쓸 교회공금을 횡령하였다고 비난하였다. 결국 성인은 386년 예루살렘에서 죽기까지 재직기간의 반 이상을 변방에서 지내야 했다. 사실 치릴로는 니체아공의회의 정신을 잘 지켰고, 당대의 교회 삶을 엿볼 수 있는 세례와 성찬례에 관한 설교를 남겼다. 치릴로는 성찬례에서 ’성변화’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신학자였다. 성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동방교회의 교회학자로 공경을 받았고, 로마교회에서는 1883년 교황 레오 13세가 치릴로 성인에게 교회학자의 칭호를 내렸다.

 

[오늘의 복음]  루가 11,14-23

<내 편에 서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다.>

 

  14) 예수께서 벙어리 마귀 하나를 쫓아내셨는데 마귀가 나가자 벙어리는 곧 말을 하게 되었다. 군중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5) 그러나 더러는 "그는 마귀의 두목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으며 16) 또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하늘에서 오는 기적을 보여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17)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갈라져서 싸우면 쓰러지게 마련이고 한 집안도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망하는 법이다. 18)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하는데 만일 사탄이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그 나라가 어떻게 유지되겠느냐? 19)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면 너희 사람들은 누구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이냐? 바로 그 사람들이 너희의 말이 그르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다. 20) 그러나 나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21) 힘센 사람이 빈틈없이 무장하고 자기 집을 지키는 한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22) 그러나 그보다 더 힘센 사람이 달려들어 그를 무찌르면 그가 의지했던 무기는 모조리 빼앗기고 재산은 약탈당하여 남의 것이 될 것이다. 23) 내 편에 서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며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헤치는 사람이다."◆

 

[복음산책]  적수들의 모함과 예수님의 반격

 

  예수님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분의 발걸음은 예루살렘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을 향한 그분의 걸음이 빨라질수록 예수와 그 반대자들의 대립과 긴장은 고조된다. 적수들의 모함도 더 노골적이다. 그 가운데 예수님은 확실한 선택을 요구하신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며,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헤치는 사람이다."(23절) 오늘 대립의 발단은 예수께서 사람을 언어장애자로 만든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면서부터 시작된다. 예수를 반대하는 자들은 예수가 마귀의 두목 ’베엘제불’의 사주를 받아 마귀를 쫓아낸다고 함으로써 예수의 능력을 격하시킨다. 베엘제불은 직역하면 ’집주인’이란 뜻이지만 ’오물의 신’으로 널리 쓰였다. 아마 유대인들이 이교도들의 신명(神名)을 경멸하려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자들의 모함에 대한 예수님의 반격은 3단계로 진행된다. ① 마귀가 마귀를 쫓아낸다면 마귀세력의 내분(內紛)과 와해(瓦解)를 초래할 것이 뻔한데 아무리 마귀라 할지라도 그런 어리석은 일은 할 리가 없다. ② 예수가 마귀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마귀를 쫓아내는 그 누구라도, 즉 바리사이파 사람들 자신들과 그 자식들까지도 마귀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다른 어떤 능력으로 마귀를 쫓아낸다면, 예수의 능력 또한 마귀와 별개의 것으로 인정해야 함을 피할 수 없다. ③ 힘센 자의 무장을 해제하려면 그 보다 더 힘센 자가 요구되듯이, 마귀를 추방하는 데는 마귀 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능력이 바로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이며, 원문에는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기록되어 있다.

 

  적수들의 모함에 대한 예수님의 3단계 반격은 결국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음"(20절)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하느님나라의 도래(到來)는 메시아의 도래로 실현되는 것으로서 "절름발이는 사슴처럼 기뻐 뛰고 벙어리도 혀가 풀려 노래하며, 사막에 샘이 터지고 황무지에 냇물이 흐르는 때"(이사 35,6)이다. 따라서 벙어리 마귀의 구마는 메시아 도래의 상징적 행위에 속한다. 예수께서 벙어리 마귀를 구마(驅魔)하심은 곧 사람에게 인간본연의 품위와 자유, 하느님 말씀의 경청(傾聽)과 발설(發說)을 돌려주시기 위함이다. 이 일을 예수께서 하신다면 그는 하느님이시며, 그로 인해 이 땅에 이미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한 것이다.(20절) 그러므로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인정하는 사람은 누구나 예수님 편에 서는 사람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도래하였음을 믿고 있다. 이 믿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그 어떤 힘도 하느님의 손가락을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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