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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사순3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20 조회수1,306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4년 3월 20일 (토) - 사순 제3주간 토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18,9-14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라 세리였다.>

 

  9) 예수께서는 자기네만 옳은 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다. 10)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는데 하나는 바리사이파 사람이었고 또 하나는 세리였다. 11) 바리사이파 사람은 보라는 듯이 서서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욕심이 많거나 부정직하거나 음탕하지 않을 뿐더러 세리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12) 저는 일 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칩니다’ 하고 기도하였다. 13) 한편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 14) 잘 들어라.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세리였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

 

[복음산책]  세리의 기도 - 처절한 자기인식과 통한

 

  오늘 복음이 전하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 비유’는 루가복음에만 기록된 특수사료이다. 그런데 비유(比喩), 또는 예화(例話)라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예수께서 가르침을 비유로 말씀하실 때, 그것이 사람과 관련될 경우, 통상 ’어떤 사람, 어떤 부자, 어떤 재판관, 어떤 과부, 어떤 여인, 한 아버지’ 등의 불특정(不特定)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선택하신다. 그러나 오늘 비유의 주인공은 당시 유대사회의 특정 인물, 즉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그 자리에서 듣고 있는 바리사이파 사람과 세리라는 점이 특이하다. 따라서 오늘 복음은 스스로 죄인임을 자처하는 세리의 기도하는 태도와 스스로 옳다고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기도하는 태도를 비교함으로써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위선을 노골적으로 질책하고 있다.

 

  세상에는 의인으로 자처하는 죄인이 있는가 하면, 죄인으로 자처하는 의인도 있다. 그러나 누가 죄인이고 누가 의인인지 그 판단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신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그 판단을 하느님께 맡겼다: "잘 들어라,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세리였다."(14a절) 아울러 스스로도 자신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14b절) 하느님의 판단 기준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마치 창세기의 카인과 아벨의 제사를 보는 듯 하다.(창세 4,3-5) 농부인 카인이 땅에서 난 곡식을, 목자였던 아벨이 양떼 가운데 맏배의 기름기를 각각 예물로 드렸건만, 왜 야훼 하느님의 처사는 불공평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이 대목의 성서말씀을 자세히 읽어보면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야훼께서는 아벨과 그가 바친 예물은 반기시고, 카인과 그가 바친 예물은 반기지 않으셨다."(창세 4,5)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벨과 그가 바친 예물’이라는 성서구절이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야훼께서는 사람이 바치는 예물만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바치는 사람도 함께 받으신다는 점이다.

 

  이제 오늘 복음에서 오히려 세리를 의인으로 인정한 하느님의 처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도는 오늘 비유 속의 바리사이파 사람이 했던 것처럼 머리를 빳빳이 들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자기소개나 자기과시도 아니며, 자랑도 아니다. 타인을 폄하(貶下)하는 고발은 더더욱 아니다. 기도는 비유 속의 세리처럼 멀찍이 서서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 죄인임을 깨닫는 자기인식(自己認識)이며, 그래서 처절한 통한(痛恨)이며, 그래서 자비를 구함이다. 기도를 들어주시고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 삶의 결과만을 보시지 않으신다. 비록 그 삶의 결과가 부패와 부정 속에 허덕이고 있다하더라도 그 마음과 생각을 꿰뚫어 보신다. 세리는 자신이 하는 일 때문에 이미 의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로부터 갖은 업신여김을 받았다. 스스로 겸손하다고 말하기는 쉬워도 업신여김을 참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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