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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사순4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22 조회수1,305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3월 22일 (월) - 사순 제4주간 월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4,43-54

<집에 돌아가라. 네 아들은 살 것이다.>

 

  43) 이틀 뒤에 예수께서는 그 곳을 떠나 갈릴래아로 가셨다. 44) 예수께서는 친히 "예언자는 자기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 하고 말씀하신 일이 있었다. 45) 갈릴래아에 도착하시자 그 곳 사람들은 예수를 환영하였다. 그들은 명절에 예루살렘에 갔다가 거기에서 예수께서 하신 일을 모두 보았던 것이다. 46) 예수께서는 전에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적이 있는 갈릴래아의 가나에 다시 가셨다. 거기에 고관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가파르나움에서 앓아 누워 있었다. 47) 그는 예수께서 유다를 떠나 갈릴래아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예수를 찾아와 자기 아들이 거의 죽게 되었으니 가파르나움으로 내려가셔서 아들을 고쳐달라고 사정하였다. 48) 예수께서는 그에게 "너희는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는다" 하고 말씀하셨다. 49) 그래도 그 고관은 "선생님, 제 자식이 죽기 전에 같이 좀 가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50) 예수께서 "집에 돌아가거라. 네 아들은 살 것이다" 하시니 그는 예수의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51)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그의 종들이 길에 마중 나와 그의 아들이 살아났다고 전해 주었다. 52) 그가 종들에게 자기 아이가 낫게 된 시간을 물어보니 오후 한 시에 열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53) 그 아버지는 그 때가 바로 예수께서 "네 아들은 살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와 그의 온 집안이 예수를 믿었다. 54) 이것은 예수께서 유다를 떠나 갈릴래아에 돌아오신 뒤에 보여주신 두 번째 기적이었다.◆

 

[복음산책]  시간과 공간에 매이지 않은 예수님의 기적

 

  사순시기에 들어 처음으로 요한복음이 등장했다. 오늘 사순 제4주간 월요일부터 성주간 화요일까지 남은 사순시기 동안에는 줄곧 요한복음을 평일미사의 복음으로 듣게 될 것이다. 늘 그렇듯이 요한복음에 대한 이해는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 요한복음의 서술상 구조가 공관복음의 그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공관복음이 예수의 전사(前史), 세례자 요한의 활동, 예수의 갈릴래아 활동기, 예루살렘 상경기, 그리고 예루살렘 활동기의 순서로 대략 짜여있는데 비하여, 요한복음은 크게 1부와 2부로 짜여있다. 제1부는 프롤로그(머리말), 세례자 요한의 활동과 예수의 갈릴래아 활동기를 담고 있고, 제2부는 예수의 예루살렘 활동기와 에필로그(맺음말)를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공관복음이 약 1년에 해당하는 예수님 공생활의 기간을 다루고 있는 반면, 요한복음은 꼬박 3년의 공생활 기간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요한복음이 예수께서 3번이나 예루살렘에서 과월절 축제를 지낸 것(2,13; 6,4; 12,12)에 대한 보도로 추정된다.

 

  요한복음의 제2부(13-21장), 즉 예루살렘의 활동기 중에서 반 이상이 십자가 죽음 직전의 고별사(13-17장)에 치중하고 나머지는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관한 보도로 일관하는 관계로 제1부(1-12장)에 예수님의 실제적인 공생활이 집약되어있다. 따라서 공생활의 주제를 정리하는 것이 곧 요한복음의 핵심과 목적을 파악하는 길이다. 요한복음의 저술목적은 저자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이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20,31)이며, 이 목적을 향한 예수님의 자기계시적 활동이 곧 복음서의 주제인 셈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요한복음의 기록 하나 하나가 연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의 기적사화도 그렇다. 공관복음에 비하여 기적사화도 대폭 줄여 보도하고 있는 요한복음은 ’표징’이라는 개념으로 모두 일곱 개의 기적사화를 전하고 있다. 일곱 개의 표징사화는 ①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2,1-11), ② 고관 아들의 치유(4,46-54), ③ 베짜타 못가의 병자치유(5,2-9), ④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6,1-15), ⑤ 물위를 걸으신 기적(6,16-21), ⑥ 태생 소경의 치유(9,1-12), ⑦ 죽은 라자로의 소생기적(11,1-44)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약 26Km 떨어진 가파르나움을 향하여 행하신 원격(遠隔) 치유기적사화로서, 요한복음이 보도하는 혼인잔치에서의 포도주 기적(2,1-11)에 이은 두 번째 기적이다. 첫 번째 기적을 통하여 제자들의 믿음을 얻으신(2,10) 예수께서는 두 번째 기적을 통하여 고관(원문: 왕궁의 관리)과 그의 온 가족의 믿음을 얻는다(4,53). 여기서 고관은 마태오와 루가복음이 보도하는 앓는 하인의 치유를 청하는 백인대장과 같은 인물로 추정된다.(마태 8,5-13; 루가 7,1-10 참조) 백인대장의 믿음과 같이 고관의 믿음은 어떤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고야 믿음을 가지는 예수의 고향 사람들의 그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마태오 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정말 어떤 이스라엘 사람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마태 8,10) 하고 백인대장의 믿음을 높이 평가하셨다.

 

  고관에게 있어서 기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었다. 그는 이미 예수를 믿고 찾아와 아들의 치유를 간청하였으며, "집에 돌아가거라, 네 아들은 살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하여 자신의 믿음을 더욱 확신하였다. 이 말씀은 비단 고관을 향한 말씀일 뿐 아니라 주위의 모든 청자(聽者)를 향한 말씀이며, 나아가 이 복음을 읽게될 우리를 위한 말씀일 것이다. 오늘 고관의 믿음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좋은 귀감이 된다. 기적을 요구하는 것은 믿음의 표현이 아니라 불신의 표현이다. 많은 유다인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오히려 믿음이 기적을 불러온다. 예수님의 단지 말씀에 대한 고관의 믿음은 서로 다른 장소에 있던 아들의 치유를 불러온 것이다. 이렇듯 고관의 굳센 믿음을 통하여 우리는 예수님의 치유능력이 어떤 장소와 시간에 매여있지 않음을 보았다. 이제는 우리의 믿음을 통하여 이 기적사건이 시공을 초월한 사건으로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 믿어도 좋겠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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