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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 수난, 그 여정의 인물들 2(빌바트 라이어제더)
작성자김현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24 조회수1,068 추천수7 반대(0) 신고

빌라도의 아내

 

’꿈은 거품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꿈은 단지 환영에 불과하다는 뜻이겠다. 또 ’꿈에서 깨어나라.’는 말도 있다.이는 비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한 충고인데, 이뜻에는 비현실을 상징하는 꿈을 현실과 분리하여 생각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총독 본시오 빌라도에게 예수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꿈에 대한 얘기가 한 번 나온다. 마태오 복음사가만이 그 꿈 이야기를 전해준다.

 

(마태오 27,11-14.19)

 

이 이야기는 우선 ’꿈은 거품과 같다.’는 식으로 치워버릴 수 있다. 하지만 성서에서는 종종 중요한 결정이 꿈을 통하여 준비되고 행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약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격적으로 만나진다. 예수께서는 직접 인간에게 요구하시고, 사랑의 법을 주시며 당신을 따르라고 부르신다.

 

이러한 성서의 맥락을 기억해 본다면, 총독 빌라도의 아내의 꿈 내용이 결코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추측 할 수 있다. 그녀는 예수가 유죄판결을 내리지 않게 하기 위한 자신의 이의 제기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러한 일은 아무리 판사의 아내라지만, 재판 과정에 대한 간섭으로서 당시나 오늘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빌라도는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예수를 다른 죄수와 바꾸려고 한다. 예수의 지존함과 존엄 때문인지, 아니면 고발자들의 맹목적인 증오 때문인지 빌라도는 예수를 빼내려고 여러 번 시도하지만 예수에게 가하려는 불의는 점점 뚜렷하게 그리고 공공연하게 드러난다.

 

그녀는 이성을 잃은 군중이 외치는 ’그 사람을 선택할 것이냐?’하는 양자택일의 증인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이 내려진다. 빌라도에게 황제의 우정을 잃는 것은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위험에 직면하여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라는 군중의 외침을 이 여인만이 유일하게 거부하는 것이다.

 

빌라도의 아내는 사람을 보내어 ’당신은 그 무죄한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사람들의 증오와 고함에 대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마태 수난곡’에서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대답을 한다.

 

’그분은 우리 모두에게 선을 행하셨다.

눈먼 이들을 보게 하고

절름발이를 걷게 하고

당신 아버지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해주셨다.

악마를 몰아내시고

슬퍼하는 이를 일으켜 세우셨다.

그분은 우리의 죄를 짊어지셨다.

그 외에 나의 예수는 아무것도 행하지 않으셨다.’

 

그녀는 하느님께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인간에게 다가오시는 것을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꿈을 통해 하신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는 여인이다. 그러나 그녀의 태도도 결국 남편의 공공연한 행동, 즉 빌라도는 겁이 많고 너무나도 세속적인 사람이라 아내의 충고를 이중적으로 대한다. 즉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는 군중들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아내의 충고에 겁을 먹고 손을 씻는 것이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마태오 27,24)면서.

 

이제 그녀는 혼자다. 왜냐하면 재판관인 총독에 대한 존경심은 물론 자기 남편마저 잃었기 때문이다.

 

빌라도의 아내, 전설에 의하면 ’멀리 있는 여인(Procula)’라고 불리는 이 여인은 이방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된다. 이로써 그녀는 가파르나움의 백인 대장과 십자가 아래 있었던 백인 대장과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된다.

 

빌라도의 아내는 확실히 변두리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 그리스도안들에게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즉 우리는 그 거울 앞에 서서 항상 ’그 예수가 나에게 의미있는 분인지, 오늘 나는 그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부류에 넣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있느데. 그중에는 ’하느님이 계속 활동하시고 현존하신다.’는 진리에 대해 섬세한 느낌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시 이방인이었던 빌라도의 아내처럼, 신앙인들을 훨씬 능가하여 하느님의 현존을 인정하고 또 그 현존을 증거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 공동체인 교회를 세례받은 사람들의 숫자로만 평가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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