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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주님탄생예고대축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25 조회수1,522 추천수16 반대(0) 신고

◎ 2004년 3월 25일 (목) -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오늘의 복음]  루가 1,26-38

<너는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다.>

 

  26)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그 때에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27)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하고 인사하였다. 29)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31)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33)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34) 이 말을 듣고 마리아가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자 35)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 37)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38)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복음산책]  주님의 뜻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주님의 성탄 대축일(12월 25일)에서 거꾸로 아홉 달이 되는 오늘,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께서 보낸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성자를 잉태할 것을 기별 받은 일을 경축한다. 이것이 주님의 탄생예고 대축일(3월 25일)이며, 다른 말로는 성모영보(聖母領報)대축일이다. 출산(出産)이 있으면, 당연히 수태(受胎)가 있어야 하는 법, 그렇다고 오늘의 대축일이 9개월 정도의 임신기간이라는 인간적인 계산에서 그 첫날을 단순히 축하하자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성모 마리아 신심이 남달리 강했던 동방교회가 이미 550년경부터 3월 25일을 성모영보대축일로 지낸 것을 보면, 오늘 축일의 의미가 대단히 컸다는 짐작이 간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간과 세상의 구원은 이미 천지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계획이다. 우리는 구약의 역사를 통하여 이 구원계획의 수행 또한 하느님께서 스스로 주도하셨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때가 왔을 무렵, 하느님은 당신의 아들을 보내셔서 여자의 몸에서 나게 하셨다.(갈라 4,4 참조) 이 사건을 오늘 복음이 보도하고 있다. 여섯 달 전에 즈가리야를 찾아가 세례자 요한의 수태를 알렸던 가브리엘 천사가 이번에는 마리아에게 가서 그녀가 하느님의 아들이요 메시아의 어머니로 간택되었음을 전한다. 이 전갈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28절)는 마리아에 대한 천사의 인사말씀으로 시작되었다. 당황한 마리아가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천사의 전갈이 이어졌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30-31절)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성취를 위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이 선포되는 순간이었다. 하느님 편에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처녀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요셉과 약혼만 했지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지에서 마리아는 당황함 속에서도 침착하게 그 가능성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천사는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가진 엘리사벳의 경우를 설명하고, 마리아가 하느님 아들의 어머니가 되는 일에 ’성령 하느님’이 굳센 보증이 될 것임을 약속한다.

 

  흔히 약속이나 계약을 할 때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큼직한 인감도장이 찍힌 서류도 없고 보증서도 없다. 오직 ’성령 하느님’이 그 보증이다. 이제 결정은 마리아에게 달렸다. 그러나 마리아는 모든 것을 믿음과 순명으로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1,38)하고 대답하였다. 이는 단순한 대답이 아니다. 이는 마리아가 자신을 깡그리 바쳐 하느님께 드리는 것이며, 온 인류를 들어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맞아들이는 일이다. 이로써 마리아의 역할은 분명해 졌다. 마리아가 바로 하느님의 구원협조자(coredemptrix)로 간택된 것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하느님께서 세상을 구원하는 일, 하느님 스스로가 인간이 됨에 있어 인간을 협조자로 선택했다는 것, 이는 하느님 신성(divinitas; 神性)에 우리 인간성(humanitas; 人間性)이 참여함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신성이 인성을 취하심이다. 따라서 오늘은 마리아뿐 아니라 우리 전(全) 인류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날이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도 마리아처럼 당당히 "Ecce ancila Domini"(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fiat mihi secundum verbum tuum!"(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즉 "fiat voluntas tua!"(주님의 뜻이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하리라. 이는 결코 소극적인 관망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용임을 알아야 한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이 땅위에서 얼마나 많은 언어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바쳐지는 기도인가? 누구든지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은 그 옛날 천사와 마리아의 만남 안으로 들어가 이 만남을 다시금 살아 숨쉬게 한다. 누구든지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은 천사와 함께 인류구원의 시작과 성취를 기뻐하게 되며, 동시에 성모 마리아의 믿음과 순명을 자신의 것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기도는 마리아와 함께 지고(至高)의 하느님께 드리는 믿음과 순명의 서원(誓願)이다. 누구든지 이 기도를 묵주에 실어 바치는 사람은, 비록 자신이 죄인이라 할지라도 손에서 손으로 자손만대에 이 서원(誓願)을 물려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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