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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사순5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29 조회수1,246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4년 3월 29일 (월) - 사순 제5주간 월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8,12-20

<나는 세상의 빛이다.>

 

  12)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13) 그러자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당신이 당신 자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 됩니다" 하며 대들었다. 14)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으니 내가 비록 나 자신을 증언한다 해도 내 증언은 참되다. 그러나 너희는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 15) "너희는 사람의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나는 결코 아무도 판단하지 않는다. 16) 혹시 내가 무슨 판단을 하더라도 내 판단은 공정하다. 그것은 나 혼자서 판단하지 아니하고 나를 보내신 아버지와 함께 판단하기 때문이다. 17) 너희의 율법에도 두 사람이 증언하면 그 증언은 참되다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18) 내가 바로 나 자신을 증언하고 또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도 증언해 주신다." 19) 이 말씀을 듣고 그들은 "당신 아버지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나를 알지 못할 뿐더러 나의 아버지도 알지 못한다. 너희가 만일 나를 알았더라면 나의 아버지도 알았을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20) 이것은 예수께서 성전에서 가르치실 때에 헌금궤가 있는 곳에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잡지 않았다. 때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복음산책]  예루살렘을 비추는 네 개의 등불

 

  사순 제5주간 월요일이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복음으로는 요한 8,1-11(간음한 여인과 이를 용서하시는 예수)이 봉독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복음은 ’다해’ 사순 제5주일의 복음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복을 피하기 위해 ’다해’의 사순 5주간 월요일에는 오늘 복음과 같이 요한 8,12-20을 택하고, ’가해’와 ’나해’에는 요한 8,1-11을 봉독한다. 5세기경에 삽입된 대목으로 간주되는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8,1-11)를 빼고 나면 7장과 8장은 매끄럽게 이어진다. 이는 곧 지난 토요일의 복음과 오늘 복음 사이에 뚜렷한 일관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예수와 적대자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7장에서는 메시아의 기원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졌다. 거기서 예수께서는 나자렛 출신이기 때문에 당신을 거부하는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 자신을 메시아로 계시하셨다. 8장에서는 7장의 메시아성을 기반으로 한층 더 심오한 예수의 신성(神性)이 피력된다. 예수께서는 우선 자신을 ’세상의 빛’이라고 하신다.

 

  예수께서 왜 오늘 이 대목에서 당신을 ’세상의 빛’이라고 하셨을까? 물론 요한복음 1장에서부터 예수님은 ’빛’으로(1,4.5.7.8.9 등) 계시되었고, 예수님 스스로도 자신이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음(3,19.20.21 등)을 암시하셨다. 예수께서 굳이 이 대목에서 자신을 빛으로 계시하신 이유는 초막절 축제와 관련이 있다.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초막절은 이집트를 탈출한 조상들의 40년 광야생활과 또 광야에서 초막을 지어 묵었던 사실을 기념하는 축제로서 티쉬리달 15일부터 21일까지(9월말부터 10월초) 거행되었다. 후에 추수감사절로도 불린 이 축제는 7일간 지속되었고 제8일째 마감되었다. 초막절 축제기간에 유다인들에게는 따로 초막을 지어 그 안에서 7일 동안 지내는 관례가 있었고, 예루살렘 성전에서도 두 가지 관례가 있었다. 첫째는 축제의 시작과 함께 성전 제단으로 향하고, 헌금궤가 놓여있는(20절) ’여인의 뜰’에 금으로 만든 4개의 대형 등(燈)을 높이 세우고 불을 밝혀 성전 마당은 물론 온 예루살렘을 비추는 관습이었다. 이 불빛에 예수께서는 당신을 비유하신 것이다. 둘째는 축제 제7일째 아침 제관들이 실로암 못에 가서 물을 길어다가 순례객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제단에 일곱 번 물을 붓는 예식을 행하는 관습이었다. 이 두 번째 관례는 예수께서 축제 마지막 날에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요한 7,37b)고 외치셨던 말씀과 직접 관련이 있다. 이는 곧 예수께서 샘이요 물이라는 말씀과도 같은 것이다.

 

  요한복음의 서술 순서를 따르면 오늘 복음은 시간상 7일간의 초막절 축제가 끝나고 제8일에 해당하는 시점이다. 제8일에는 축제 전체를 마감하는 예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름 아닌 7일내내 밝혔던 대형 등불을 끄는 예식이었을 것이다. 이 예식에 즈음하여 예수께서는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12절)고 말씀하신 것이다. 유다인들이 초막절을 맞아 대형 등불을 밝힌 이유는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주야로 행군할 수 있도록 야훼 하느님께서 낮에는 구름기둥을, 밤에는 불기둥을 세워주신 것을 기념하는 것이었다.(출애 13,21-22; 14,19) 광야의 조상들이 이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도움으로 이집트 군대의 추적을 따돌리고 생명을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을 따라가는 사람이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여기서 빛은 곧 생명인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또 한 가지 더없이 중요한 점은 예수께서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서 "나는 ~ 이다"(ego eimi: 에고 에이미)라는 도식을 사용하신다는 것이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자주 이 도식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신다.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겁에 질린 제자들에게 "나다. 두려워 할 것 없다"(6,20)라고 하신 부분이다. 그 외에도 예수께서 ’나는 생명의 빵이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포도나무다. 착한 목자이다’라고 하신 말씀은 모두 이 도식에 속한다. 이 도식은 참으로 엄청난 진리를 담고 있다. 이는 일찍이 하느님의 이름을 묻는 모세의 조리 있는 질문에 하느님께서 "나는 곧 나다"(출애 3,14)라고 말씀하신 것과 같다. 예수께서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이러한 증언에 어떤 다른 증인이 필요하겠는가? 예수님 스스로가 증인이시고, 동시에 하느님 스스로가 증인이신 것이다.(18절) 따라서 예수께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고 하시면, 그분은 참으로 세상의 빛이시다. 이 빛은 단순히 예루살렘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머지않아 십자가 높은 데서 온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자신의 몸을 태워 죽음의 어둠을 비추는 생명의 빛으로 활활 타오르게 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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