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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사순5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31 조회수1,448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3월 31일 (수) - 사순 제5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8,31-42

<아들이 너희에게 자유를 준다면 너희는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31) 예수께서는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32)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33)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우리는 아브라함의 후손이고, 아무한테도 종살이를 한 적이 없는데 선생님은 우리더러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하시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하고 따졌다. 34)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죄를 짓는 사람은 누구나 다 죄의 노예이다. 35) 노예는 자기가 있는 집에서 끝내 살 수 없지만 아들은 영원히 그 집에서 살 수 있다. 36) 그러므로 아들이 너희에게 자유를 준다면 너희는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37) 너희는 아브라함의 후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를 죽이려고 한다. 너희에게 내 말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38) 나는 나의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것을 말하고 너희는 너희의 아비가 일러준 대로 하고 있다." 39) 그들은 "우리 조상은 아브라함입니다" 하며 예수께 대들었다. 예수께서 "만일 너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면 아브라함이 한 대로 할 것이다. 40) 그런데 너희는 하느님에게서 들은 진리를 전하는 나를 죽이려고 한다. 아브라함은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 41) 그러니 너희는 너희의 아비가 한 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시자 그들은 "우리는 사생아가 아닙니다! 우리 아버지는 오직 하느님 한 분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42) 예수께서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와 여기 와 있으니 만일 하느님께서 너희의 아버지이시라면 너희는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나는 내 마음대로 온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보내셔서 왔다."◆

 

[복음산책]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오늘 복음도 어제 복음과 같이 예수와 유다인들 사이의 논쟁을 들려준다. 요한복음사가는 이 논쟁을 통하여 예수의 신적(神的) 자기계시를 도모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유다인들의 고정관념을 근거로 한 고집과 아집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예수와 유다인 지도자들 사이의 절벽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둘 사이의 이해 가능한 지평이나 공감대는 점점 멀어만 간다. 논쟁의 결과는 결국 서로의 고립으로 치닫는다. 어제 복음은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고 했다.(30절) 그런데 그들이 ’정말 예수님을 믿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는 우리보다 예수께서 먼저 가지신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31절)라는 서두로 시작한다. 언뜻 보기에 예수께서 믿음을 가졌다는 유다인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려는 듯이 보이나 실상은 논쟁의 연속이다.

 

  논쟁의 연속으로 전개되는 오늘 복음은, 그러나 두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산다면 참으로 예수의 제자가 되고, 그럴 때 진리를 알게 되며, 이 진리가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한다(31-32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죄를 짓는 사람은 누구나 죄의 노예가 된다(34절)는 것이다. 오늘의 두 가지 가르침은 다 ’자유’와 관련이 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인데, 참으로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사는 것’이다. ’말씀을 새기고 산다’는 것은 참다운 제자로서의 믿음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예수를 향한 단순하고 순간적인 이끌림이나 매료됨이 아니라 충실함과 인내함으로 말씀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예수의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제자는 그 보상으로 진리를 알게 될 것이고, 진리가 그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32절) 여기서 진리란 두말 할 것 없이 예수님 자신을 가리킨다. 결국 진리이신 예수께서 자유를 주시는 것이다. 그러나 죄를 짓는 자는 죄의 노예가 된다.(34절) 노예는 자유를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는 신분일 뿐만 아니라 아예 자유를 지니지 못한 신분이다. 이는 죄 자체가 참다운 자유를 선사하는 진리이신 예수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죄를 지은 자는 자유가 없는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제 죄를 지은 자의 죄를 용서하시고 참다운 자유를 선사하시는 분은 오직 예수님 한 분뿐이시다.(36절) 예수님은 진리이시고, 진리가 곧 사람을 참으로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참다운 자유는 다시금 진리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진리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그가 비록 자유를 주장하더라도 그 자유는 종종 아무 거리낌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방종(放縱)이 될 수밖에 없다. 그에게 참다운 자유를 선사하는 진리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예수와 진리, 이는 예수님 옆에 어떤 무엇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은 스스로가 바로 진리 자체이신 것이다. 진리란 예수님이 어떤 철학자로서 배워 익혀 제자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어떤 불변의 지성적 가르침도 아니다. 진리는 바로 예수님 그 자체이시다.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은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말씀 안에 사는 것은 진리이신 예수님 안에 사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자주 진리(예수님)가 주는 자유(은총)의 삶과, 진리를 거부하는 죄(세상)가 주는 가책(종살이)의 삶을 두고 선택의 고민에 자주 빠지게 된다. 그러나 진리를 택한 자는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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