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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너는 엉터리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3-31 조회수1,813 추천수12 반대(0) 신고

 

우리 주변에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시는, 부활하신 주님의 이 은총을 충만히 보여 주는 모범이 있는가? 부활하신 주님은 오늘날 우리 시대의 인간의 삶속에서 현재하시는가?

 

나는 기꺼이 "예!" 라고 대답하고 싶다. 나는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가 그 모범이라고 믿는다. 나는 캘커타에서 마더 데레사가 세운 첫 번째 집, 곧 ’죽어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집’에서 많은 시간을 일하며 보냈다.

 

나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원에서 머물다가 그 집에서 남자들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사랑의 선교 수사회의 줄 속에 서게 되었다. 사랑의 선교 수사회 형제들은 옆방에서 목욕을 하고 있던 남자들의 몸을 말려주기 위해 줄을 서서 수건을 들고 대기중이었다.

 

내가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천천히 샤워실에서 나왔다. 그를 쳐다보는 순간 나는 내 뒷사람이 팔꿈치로 내 등을 살짝치며 "나환자군요! 나환자예요!"하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도 샤워실에서 나오는 그 사람을 보는 순간 그의 몸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짓물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샤워실에서 나와 내게로 다가오던 그 남자는 나환자였다.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 서 있었던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이 남자가 내 차례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수건으로 감싸안았다. 이어서 다리가 없고 뻣뻣한 두 팔로 능숙하게 자기 몸뚱이를 세워서 내 앞으로 온 남자를 닦아준 다음에 안아서 침대에 누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사람들을 닦아주러 줄을 섰다. 이번에는 누군가를 안고서 문을 열고 내게로 다가오는 사람을 보았다. 그 소년은 긴장병 환자였다. 턱 끝에 고정된 태아의 자세로 전신이 마비되어 있었다. 이 소년을 돌보면서 나는 그가 거리에서 어떤 사고를 당했음을 알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 소년은 그로 말미암아 극도의 두려움과 압박감에 시달린 나머지 이 같은 방어 자세를 취한채 온 몸이 굳어버린 것이었다.

 

점차 그곳의 일에 숙달되고 또 많은 충격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점차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은 조만간 죽음을 맞이할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몰골은 형편 없었다. 하지만 그 방에서 나에게 다가온 감정은 일종의 기쁨이었다.

 

그 사실이 너무도 이상해서 나는 내가 실제로 이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나 자신을 점검해 보기 시작하였다. 이게 사실인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그것은 사실이었다. 기쁨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그들의 눈에서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죽어가고 있었지만 행복해 보였다.

 

이같은 사실을 알아채면서 나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수녀들은 의학 박사요 정식 간호사들이었다. 그들은 허리를 구부려 약물 투여 장치를 다 설치한 후에도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그 사람이 자신들의 사랑을 느낄 때까지, 자신들이 함께 하고 있는 그 사람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까지, 그리고 그가 만족을 느낄 때까지, 잠시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만족을 느끼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또 자신들의 사랑을 느꼈을 때에야 비로소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로 갔다.

 

드디어 나는 그방에 가득 찬 기쁨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비록 죽어가고 있었지만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비록 죽어가고 있었지만 행복을 느꼈다. 나는 이들중 많은 사람들이 난생처음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으리라 확신한다.

 

나는 수녀들을 바라보며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엉터리야. 넌 의술을 이용해서 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어. 넌 이 사람들을 사랑한답시고, 이 사람들에게 네 사랑을 느끼게 해준답시고, 이 사람들에게 만족을  갖다준답시고, 단지 그 구실로 그들을 간호하고 있을 뿐이지."

 

이 체험은 나를 변화시켰다. 내 앞에 펼쳐졌던 그 광경을 보면서 내 안에 솟구쳤던 몇가지 물음은 그 후 항상 내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를테면 그것은 이런 의문이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 사랑을 느끼고 있는가? 내 삶속의 사람들은 나를 통해 만족을 느끼고 있는가? 공동체에서 나와 함께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 사무실 동료들, 친구들은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있는가? 그들은 나에게서 만족을 느끼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들은 대단히 도전적이었다.

 

약물 투여 장치로는 충분하지 않다! 봉사로는 충분하지 않다! 선행의 실천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내가 봉사하고 있는 그들은 과연 내 사랑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그들과 함께 일하는 동안 그들은 나를 통해 만족과 함께 그들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고 있는가? 내 안에서는 이러한 의문이 불타올랐다.

 

                                <참된 양식/ 로버트 파빙 신부> 편집정리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 사랑을 느끼고 있는가? 공동체에서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있고 나에게서 만족을 느끼고 있는가?"를 화두로 삼고 사랑을 실천해야함을 깊이 느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직장 공동체에서, 교회공동체 안에서 마음으로 사랑하고 섬기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 보게 됩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기대하고 있는 것과 다를 때는 가차 없이 판단하고, 사랑은 뒷전이고 일의 효율성이나 성과에만 촛점을 맞추고 거침없이 튀어 나오는 비판 하는 말을 하고는 후회막급입니다.

 

같은 의미의 말을 하더라도 부드럽게, 자존심 상하지 않게 상대를 존중하면서 말을 하면 좋을텐데 직설적으로 내뱉는 말을 하고는 "아이쿠 또 잘못했네"하고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일의 효율성면에서도 "충분히 사랑받고 있고 인정 받고 있다"라고 느낄 때와 좋지 않은 소리로 지적을 받았을 때는 천양지판인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에는 나의 감정과 내 생각만이 중요하게 생각되기 때문이죠.

 

사랑이신 주님, 오늘 아침 미사때, 저의 이런 약함 때문에 당신께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저를 발견하고 저는 그저 당신께 감사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이웃에게 말하고 행동할 때, 당신에게 말하듯이 조심스럽고도 친절하게 사랑을 담아서 말하고 대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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