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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사순5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02 조회수1,505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4년 4월 2일 (금) -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10,31-42

<유다인들이 예수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 몸을 피하셨다.>

 

  31) 유다인들은 돌을 집어 예수께 던지려고 하였다. 32)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내가 아버지께서 맡겨 주신 좋은 일들을 많이 보여 주었는데 그 중에서 어떤 것이 못마땅해서 돌을 들어 치려는 것이냐?" 하고 말씀하셨다. 33) 유다인들은 "당신이 좋은 일을 했는데 우리가 왜 돌을 들겠소? 당신이 하느님을 모독했으니까 그러는 것이오. 당신은 한갓 사람이면서 하느님 행세를 하고 있지 않소?" 하고 대들었다. 34)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의 율법서를 보면 하느님께서 ’내가 너희를 신이라 불렀다’ 하신 기록이 있지 않느냐? 35) 이렇게 성서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모두 신이라고 불렀다. 성경 말씀은 영원히 참되시다. 36)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거룩한 일을 맡겨 세상에 보내 주셨다. 너희는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한 말 때문에 하느님을 모독한다고 하느냐? 37) 내가 아버지의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38) 그러나 내가 그 일을 하고 있으니 나를 믿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일만은 믿어야 할 것이 아니냐? 그러면 너희는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39) 그 때에 유다인들이 다시금 예수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 몸을 피하셨다. 40) 예수께서는 다시 요한이 전에 세례를 베풀던 요르단 강 건너편으로 가시어 거기에 머무르셨다. 41)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예수께 몰려와서 서로 "요한은 기적을 보여 주지 못했지만 그가 이 사람에 관해서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면서 42) 많은 사람이 거기에서 예수를 믿게 되었다.◆

 

[복음산책]  손에 돌을 쥔 채로 가르침을 받다.

 

  어제 복음의 마지막 구절에서 손에 돌을 집어들고 예수를 치려고 했던 유다인들이 또 다시 돌을 집어들었다. 요한복음을 통틀어 유다인들이 예수를 돌로 치려한 것은 모두 두 번이었다.(8,59; 10,31) 물론 같은 자리에서 집어든 돌을 놓았다가 다시 집어든 것은 아니다. 어제 복음과 오늘 복음 사이에는 요한복음의 여섯 번째 표징사화에 해당하는 ’태생 소경의 치유’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생트집 사건’(9,1-41), 그리고 이 사건과 직접 연결된 ’목자와 양의 비유’(10,21) 가르침이 자리하고 있다. 유다인들이 돌로 예수를 치려했던 첫 번째 이유는 초막절 축제 마감에 즈음하여 성전에서 행한 가르침과 논쟁 때문이었다.(8장) 이는 예수께서 자신의 신성(神性)을 밝히신 이유 때문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자신을 유다인들이 믿고 있던 하느님께서 파견한 메시아인 동시에 아들로 선포하신 것, 아버지처럼 영원한 생명을 주관하신다는 것, 그리고 유다인들이 조상들 중에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던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에 먼저 있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오늘 복음의 바로 전 구절로서 ’목자와 양의 비유’를 통한 가르침에 잇따른 논쟁에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10,30)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었다.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예수를 돌로 쳐죽이려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둘 다 "너희는 너희 하느님의 이름 야훼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야훼는 자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자를 죄 없다고 하지 않는다"(출애 20,7)는 십계명의 제2계명에 근거한다. 따라서 야훼의 이름을 모욕한 자는 "반드시 사형시켜야 한다. 온 회중이 그를 돌로 쳐죽여야 한다. 내 이름을 모욕한 자는 외국인이든지 본국인이든 사형에 처해야 한다"(레위 24,16)는 시행세칙에 저촉되는 것이다. 다른 신들을 섬기자고 선동하는 자들 또한 "돌로 쳐죽여라. 그는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건져내 주신 너희 하느님 야훼와 버성기게(벌어져 틈이 생기게 만드는) 하려고 꾀는 자이니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신명 13,11)는 세칙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세칙들이 예수님께는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스스로 당신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죄가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 스스로가 자신에 대하여 지나칠 만큼 자상하게 가르쳐 주시는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내가 아버지께서 맡겨 주신 좋은 일들을 많이 보여 주었는데 그 중에서 어떤 것이 못마땅해서 돌을 들어 치려는 것이냐?"(31절)고 말씀하신 것이다.

 

  어제 복음에서와 같이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께서는 ’돌에 맞아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신다. 오히려 죽을 뻔한 빌미를 제공하면서까지 당신의 신적(神的) 본성(本性)을 계시해 주신다. 당신과 아버지가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예수가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라는 생각을 굳혔고, 그래서 손에 돌을 집어든 것이다. 이렇게 오늘은 유다인들이 손에 돌을 집어든 채로 예수님의 자기계시적 가르침을 만나게 된다. 유다인들이 예수께 "당신은 한갓 사람이면서 하느님 행세를 하고 있지 않소?"(33절) 하고 대들자, 예수께서는 "하느님께서 너희를 신(神)이라 불렀다"(34절)는 율법서의 말씀을 인용하신다. 여기서 율법서는 모세오경과 예언서만이 아니라 구약성경 전체를 의미한다. 이 말씀은 정확히 시편 82장 6절을 가리킨다. 그러나 문맥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아삽의 노래에 해당하는 시편 82장 전부를 봐야 한다: "하느님께서 신(神)들을 모으시고 그 가운데 서시어 재판하신다. 언제까지 너희는 불공평한 재판을 하려는가? 언제까지 악인에게 편들려는가? 약한 자와 고아를 보살펴 주고, 없는 이와 구차한 이들에게 권리 찾아주며, 가난한 자와 약자들을 풀어주어라. 악인의 손에서 구해주어라. 그들은 분별력도 없고 깨닫지도 못하여 어둠 속을 헤매고만 있으니 세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나의 선고를 들어라. 너희가 비록 신(神)들이요, 모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들이나 그러나 너희는 보통 인간처럼 죽겠고 여느 군주처럼 넘어지리라. 하느님이여, 일어나시어 온 세상을 재판하소서. 만백성이 당신의 것이옵니다."(82장)

 

  위의 시편 내용에서 시편저자가 하느님의 재판에 부친 신(神)들이 누구인가? 여기서 신들은 바로 이스라엘의 지도자(재판관, 관리)들을 의미한다. 그들이 하느님의 능력, 즉 정의를 실현하는 기능을 대리하기 때문이다. 시편저자는 백성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살펴야 할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불의(不義)를 정당화하고 권리를 남용함으로써 대리적 기능을 저버렸음을 지적하고, 이로써 그들이 신(神)으로서의 품위를 상실했음을 선포한다. 그러나 적어도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神)이라 불리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예수께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율법서의 말씀을 인용하여 자신이 하느님의 일을 행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신(神)이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이 좋아하시는 일을 헤아리지도 행하지도 못함으로써 ’신(神)이 됨’과 ’아들들이 됨’의 자격을 박탈당한 유다인들은 손에 돌을 거머쥐고 예수를 해치려 한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벗어나 요한이 한 때 세례를 베풀던 요르단 강 건너편으로 가서 머무르셨다고 한다. 요르단 강 건너편이라면 거기가 어디인가? 바로 예수님 스스로가 세례를 받으시고, 성삼(聖三) 하느님의 현현(顯現: epiphany)과 더불어 아들로서의 계시를 받은 곳이며, 공생활의 준비를 위한 대피정(40일간)을 하셨던 곳이다.(마태 3,13-4,2; 마르 1,9-13; 루가 3,21-22; 4,1-2 참조) 예수께서 이곳에서 자신의 세례를 상기(想起)하시고 하늘에서 들려왔던 아버지의 음성을 되새겼을 것이다. 사순절은 이렇게 우리가 이미 받은 세례성사를 기억하는 시기이며,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는 시기이기도하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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