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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성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05 조회수1,391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4년 4월 6일 (화) - 성주간 화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13,21-33.36-38

<너희 가운데 나를 팔아 넘길 사람이 하나 있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

 

  21)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몹시 번민하시며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 가운데 나를 팔아 넘길 사람이 하나 있다" 하고 내놓고 말씀하셨다. 22) 제자들은 누구를 가리켜서 하시는 말씀인지를 몰라 서로 쳐다보았다. 23) 그 때 제자 한 사람이 바로 예수 곁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예수의 사랑을 받던 제자였다. 24)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눈짓을 하며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여쭈어 보라고 하였다. 25) 그 제자가 예수께 바싹 다가앉으며 "주님, 그게 누구입니까?" 하고 묻자 26) 예수께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줄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하셨다. 그리고는 빵을 적셔서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다. 27) 유다가 그 빵을 받아먹자마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그 때 예수께서는 유다에게 "네가 할 일을 어서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28) 그러나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예수께서 왜 그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무도 몰랐다. 29) 유다가 돈주머니를 맡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러는 예수께서 유다에게 명절에 쓸 물건을 사오라고 하셨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라고 하신 줄로만 알았다. 30) 유다는 빵을 받은 뒤에 곧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 31) 유다가 나간 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받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하느님께서도 영광을 받으시게 되었다. 32) 하느님께서도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신다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에게 영광을 주실 것이다. 아니, 이제 곧 주실 것이다. 33)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가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이제 잠시뿐이다. 내가 가면 너희는 나를 찾아다닐 것이다. 일찍이 유다인들에게 말한 대로 이제 너희에게도 말하거니와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36) 그 때 시몬 베드로가 "주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지금은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37) "주님, 어찌하여 지금은 따라갈 수 없습니까?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 베드로가 이렇게 장담하자 38)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정말 잘 들어 두어라.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

 

[복음산책]  가리옷 사람 유다의 길과 수제자 베드로의 길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의 제2부(13장-21장)에 해당되는 첫 부분이다. 요한복음 제1부(1장-12장)가 세상을 향한 예수님의 자기계시적 업적을 전개(展開)하는 과정이라면, 제2부는 이 업적의 완성(完成)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제2부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예수님의 제자들 앞에서 행하신 마지막 말씀(13장-17장)과 십자가 죽음과 부활사건(18장-21장)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 복음은 그 전반부에 속하는 것으로 예수께서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석상에서 그들의 발을 씻겨주시고 난 뒤, 새계명의 선포 부분(13,34-35)을 제외한 가리옷 사람 유다의 배반과 함께 베드로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그의 배반을 예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제 복음에서 3백 데나리온 어치의 향유 한 근을 예수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았던 마리아의 예수를 위한 사랑의 행위를 심한 낭비의 행동으로 생각하고 투덜거렸던 가리옷 사람 유다는 이미 예수를 배반할 자로 암시되었다.(12,4-6) 물론 이 부분은 복음서가 기록되던 시점에서 소급하여 언급된 부분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복음서의 기록과는 관계없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다. 예수님만 빼고는 다른 어떤 제자들도 유다가 배반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할 수 없었다. 유다는 최후의 만찬 석상에도 함께 자리를 하였고, 예수께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그의 발도 씻어주셨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때가 되자 예수께서는 몹시 착잡한 심정으로 예언적 비밀을 폭로하신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 가운데 나를 팔아 넘길 사람이 하나 있다."(13,21) 이 비밀이 폭로되자 만찬석상은 순식간에 서로에 대한 의심과 자신에 대한 변명의 자리로 변한다.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13,22) 사뭇 걱정스런 어투로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마르 14,19; 마태 26,22) 하고 자신 없는 반문을 하기도 하고, "자기들 중에 그런 짓을 할 자가 도대체 누구일까"(루가 22,23) 하고 서로 묻기도 했다. 이미 그 전날 대사제들을 찾아가 예수를 넘겨줄 것을 약속하고 그 값으로 은전 서른 닢을 챙겨먹은 유다도(마태 26,14-15) 나서서 예수께 "선생님, 저는 아니지요?"(마태 26,25) 하고 물었다. 수제자(首弟子: 베드로)와 애제자(愛弟子: 통상 요한을 지칭함) 사이에 눈짓이 오가면서 마침내 배반자(背反者)를 색출한다. 애제자가 예수께 속삭인다: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25절) 예수께서 스스로 배반자를 암시적으로 지목하신다: "내가 빵을 적셔서 줄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26절) 이로써 배반자는 수제자, 애제자, 예수님, 그리고 배반자 스스로의 선에서 밝혀졌다.(이 장면을 묘사한 15세기경의 그림이 있다.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콜마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마르틴 숀가우의 작품이다.) 이제 배반자는 더 이상 그 공동체 안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예수님 스스로 유다를 밖으로 내보내신다. "네가 할 일을 어서 하여라."(27절) 유다는 곧 밖으로 나갔고 때는 밤이었다. 유다에게는 배반의 밤이지만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실 영광의 밤을 내다보시고 남은 제자들에게 말씀을 계속하신다.

 

  수제자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오갔을까? 유다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운명(運命)으로 태어난 것인가? 아니면 재수가 없는 것일까? 베드로의 머릿속이 복잡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요한복음에서 참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새계명"(34-35절) 부분이 오늘 복음에는 빠져있다고 했다. 이 부분을 원래 자리에 넣어 읽어보면, 베드로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거나 그의 생각이 한 곳에 머물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31-34절)는 부분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복음서의 문맥상 베드로는 예수께서 선포하시는 새계명("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을 흘려들은 것이 분명하다. 그 때문에 갑작스레 "주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36절) 하고 물으면서,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37절) 하고 장담한다. 결국 수제자도 걸려들었다. 예수께서는 스승을 배반할 자가 유다만이 아님을 이미 내다보고 계셨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새벽닭이 울기 전에 실제로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였고, 닭이 울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마태 26,75; 루가 22,62)

 

  사태가 이쯤 되면 제자들 중 어느 누구도 스승을 배반할 가능성에서 배제될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사실 바로 그날 밤에 제자들은 예수를 버리고 모두 달아났다.(마태 26,36) 스승에 대한 제자의 신의(信義)와 충성(忠誠)은 장담(壯談)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行動) 속에 있음을 본다. 배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작 배반했을 그 순간에 해야 할 가장 필요한 일은 즉시 회개하는 것이다. 유다인 종교철학자 마르틴 부버(1878-1965)는 ’인간의 가장 큰 잘못은 회개할 수 있는 모든 순간에 회개하지 않는 데 있다’고 하였다. 성주간 화요일은 이렇게 가리옷 사람 유다와 수제자 베드로가 걷게 될 길, 같은 길인 듯 하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보여준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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