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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주님만찬저녁미사)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08 조회수1,903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4월 8일 (목) - 주님 만찬 저녁미사

 

[오늘의 복음]  요한 13,1-15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1)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예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2) 예수께서 제자들과 같이 저녁을 잡수실 때 악마는 이미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를 팔아 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3) 한편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의 손에 맡겨 주신 것과 당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4)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5)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 6)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그는 "주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7) 예수께서는 "너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8) 베드로가 "안 됩니다.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 하고 사양하자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 하셨다. 9)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주님, 그러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어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10) 예수께서는 "목욕을 한 사람은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그만이다. 너희도 그처럼 깨끗하다. 그러나 모두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11) 예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 넘길 사람이 누군지 알고 계셨으므로 모두가 깨끗한 것은 아니라고 하신 것이다. 12)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고 나서 겉옷을 입고 다시 식탁에 돌아와 앉으신 다음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왜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는지 알겠느냐? 13)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14)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15)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

 

[복음산책]  사랑의 세족례 - 제자들의 발을 씻김

 

  오늘 성목요일 저녁에 거행되는 주님의 최후만찬미사로서 교회는 예수부활대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파스카 성삼일(Triduum Paschalis)’에 들어간다. 파스카 성삼일은 부활대축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것은 수난과 죽음 없이는 부활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파스카 성삼일과 부활대축일’을 일년 전례력을 통틀어 기념하는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구원의 신비들 중에서 가장 거룩하고 성대하고 뜻깊은 축제로 거행한다. 오늘 주님 만찬 저녁미사에서 특이한 사항은 요한복음의 모범을 따라 세족례를 행하는 것과 영성체후 기도가 끝나고 성체를 옮겨 따로 모시고, 제단을 벗기고 십자가를 가리는 것이다.

 

  오늘 미사에서 봉독되는 말씀들을 보자. 교회는 주님만찬미사에서 전통적으로 제1독서로는 과월절과 무교절 축제의 기원을 밝히는 출애굽기(출애 12,1-8.11-14)를 봉독하고, 제2독서로는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담은 고린토 1서(1고린 11,23-26)를 봉독하고, 복음으로는 예수의 마지막 만찬 중에 세족예식을 담은 요한복음(요한13,1-15)을 봉독한다. 우리는 이미 어제 복음을 통하여 요한복음이 최후의 만찬을 공관복음과는 다른 시점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을 숙지하였다. 공관복음은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무교절 첫날에 준비시켜, 과월절이 시작된 후의 시점에 행하신 것으로 보도하고, 또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함께 보도하고 있다.(마태 26,17-29; 마르 14,12-25; 루가 22,7-23) 사도 바울로의 고린토 1서 말씀도 공관복음에 준한다.(1고린 11,23-26) 그러나 요한복음은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요한 13,1) 만찬을 행하신 것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더욱이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빼고 이 자리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례’를 보도하고 있다.(요한 13,4-15) 이렇게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서에 기술된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최후만찬의 날짜에 대하여는 성서학자들 간에 논란이 많다.

 

  공관복음사가들의 의도는 분명히 무교절과 과월절 축제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데 있다. 이들 축제의 의미를 한데 묶어 예수께서 세우시는 신약의 성체성사를 ’누룩 없는 빵’과 ’어린양의 피’에 연결짓자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무교절과 동시에 시작되는 과월절 첫날 시작 직전에 과월절 만찬을 준비하게 하셨고,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 만찬을 하시는 중에 자신의 몸과 피를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담아 새로운 계약을 세우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약의 성체성사이며, 십자가 죽음으로 내어놓게 될 자신의 목숨(살과 피)을 담은 구원의 성사이다. 예수께서는 구약의 과월절 만찬 위에 신약의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이다. 이로써 공관복음은 예수님의 성체성사 제정을 예수님 공생활의 마지막 결론으로 내세운다고 볼 수 있다. 요한복음은 제자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예식을 통하여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13,14-15)는 예수님의 제자들에 대한 지상명령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예수님 공생활의 결론을 세상과 제자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요한복음은 6장, 빵의 기적과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통하여 예수님의 성체성사 제정을 간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둘 다를 얻은 셈이 된다.

 

  약 2000년 전 오늘 예수께서 당신 제자들과 함께 나누었던 마지막 만찬이 우리 앞에 실제로 드러난다. 오늘의 만찬미사는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이 그분의 제자들인 바로 우리들이 함께 나누려는 것이다. 그때와 똑같이 그분은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살과 피로 주시며, 그분의 살과 피는 그분의 모든 것, 즉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아낌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이것이 곧 성체성사로서 인류를 위한 구원의 성사요 사랑의 성사인 것이다. 성사(聖事)의 신비로움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것을 하느님께서 우리 눈에 보이도록 이루어 주셨다는 데서 출발하지만, 그 신비의 본질은 바로 사랑이다. 우리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에게 나의 몸까지 줄 수는 없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이 되어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주셨다. 그분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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