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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부님, 섭섭하지만 기다리겠습니다
작성자이정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14 조회수1,726 추천수7 반대(0) 신고

 

 

 

 신부님이 저희 본당에 오셔서 강론을 하실 때 소박하고 진솔하신 인상에서 풍겨나오던 그 해맑은 웃음에서 비롯된 신부님 찾아 뵙기가 시작되었고  본당 신부님들과는 생활의 패턴이 또 다른 수도원 신부님들의 생활도 잠깐 엿볼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도 있었습니다. 끊임없는 일 속에 파묻혀 돌아 가는 일상이 저희 평범한 평신도들의 삶과는 너무 달라서 저렇게 무리하게 일하시다가 건강에 별탈이 없을까 염려되기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물론 사제의 삶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는 분명히 달라야 하고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연말에 일에 지쳐 너무 피곤하신 나머지 방문객이 얘기하는 도중에 잠깐 졸기도 하셨는데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약간의 섭섭함도 자리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는 것도 전해드립니다.

그러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게 아니고 사제로서 완벽한 삶에의 추구와 더불어 반드시 바위틈에서 졸졸졸 흐르는 샘물의 목춤임도 추구해야할 등가의 가치임을 잊지마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십여년을 몸담고 살아 오신 신부님께서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실까보냐는 나름대로의 생각도 해보지만 그 점에선 쉽사리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모든 것에는 조화가 필요합니다. 영과 육의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완벽한 삶에의 추구도 가능한 것이지 그러지 못할 때 병들듯이 말입니다. 신부님께서 잊지 마시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셔야 할 덕목입니다.

 

  몇 번 만나뵙기는 하였으나 말씀이 너무 없으셔서 그나마 1년 동안 날마다 대하는 글로 신부님의 면모를 알아가는 중에 중단이 되어 섭섭합니다. 작년 봄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글들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꽃잎 같은 인연’이란 글은 날마다 한 두 번씩 스무 번쯤 읽었던 것 같습니다. 수 천 수 만개의 꽃잎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 동안 만났던 많은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 소중했던 만남들을 통해 인연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반추하시던 신부님의 시심은 말 그대로 신부님이 좋아하시는 “장미꽃이 아름다운 것은 장미꽃잎에 난 상처때문’인 것처럼 그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숱한 세월 속에서 때때로 싸우고 으르렁대던 상처들이 꽃잎에 숨어 아름다운 아이들의 ‘알토란 같은’ 화사한 미소를 안고 떨어져 내리는  무수한 꽃이파리들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조락과 새파란 청춘을 주님 한 분께 불살랐던 신부님의 열정을 반추하고 계셨을 신부님의 어깨에 빠알갛게 물들어 가는 석양의 노을을 이 순간에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너무 순수하고 고지식하셔서 고맙기도 하고 가슴이 싸르르하기도 했었지만 신부님이 쉬셔야겠다고 느끼셨다면 이젠 쉬셔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이제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시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한껏 목을 축이십시오. 기도서도 소설도 시도 잠언서도 만화도 재미있게 읽으십시오. 덮고 나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그냥 재미있게 읽으세요.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그렇게 말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찾아오실 때 손에 책을 들지 않고 빈 손으로 오셔도 창가에 서시면 그냥 떠오를 것입니다.

 

 그 숱한 시간들 속에서 부대끼며 일상을 존재하게 했던 그 ‘알토란 같이’ 화사했던 아이들의 미소가 수천 수만 개의 어여쁜 꽃이파리들이 되어 신부님 눈앞에 꽃비로 다시 뿌려질 것임을 저희는 믿습니다. 신부님의 건강을 첫째로 돌보겠다는 약속만 하시고 돌틈사이로 흐르는 시냇물의 소리도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시러 서둘러 새파란 풀잎사이로 걸음을 총총이 옮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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