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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께 바치는 헌시
작성자이정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14 조회수1,529 추천수7 반대(0) 신고

 

 

 - 인생의 저녁에-

 

 

 

 

 

제 등가죽에서 채찍으로 솟아나던

 

용광로의 불길 속에서

 

어느 날

 

때깔 좋은 옷만 보면 사주고 싶던

 

평범하고 단란한 꿈도

 

가벼운 한숨 되어

 

날아가 버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어 붙은 입

 

직장 선배와의 훈훈했던 소주 한 잔으로

 

어루만지고

 

허나 그 목축임만으론 갈증의 허기를 채우지 못해

 

 

 

 

 

뼈와 가죽만 살아 남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던 살이 타들어 가던

 

냄새나는 지긋지긋한 병고

 

수십 번도 되풀이했던 초창기의 보따리 싸고 풀기도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아 드리고자 했던

 

눈물조차 말라버려 소금 기둥으로

 

남아 있던 두 줄기 영혼의 핏자국

 

 

 

 

 

두 손 안에 남아 있던 세상의 따스한

 

체취는 꽃잎 같은 아이들을 위한

 

빈대떡 반죽으로 짓이겨 내고

 

 

 

 

 

닳고 닳은 검은 돌자갈을 밟으며

 

골목을 누볐던 돈보스코 성인의 흔적을 찾아

 

내면의 거친 숨소리에도 사뭇 놀라 멈칫거리던

 

젊은 날의 로마

 

 

 

 

 

꽃바람 타고 물결 위에 흔들거리는  밤불빛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 찾아

 

구석 구석 누비는 발바닥의 헐떡거림을

 

용케도 화살기도로 알아 들어 주시는 당신

 

자판기 앞에서

 

함박 웃음으로 그렇게 거기

 

서계십니다.

 

 

 

 

당신을 향해

 

벼랑을 기어 오르다

 

열 개의 손톱들이 닳아 빠져

 

제 가슴을 흥건한 진물로 적신다 해도

 

 

 

 

혹여 꽃망울 터뜨리는 환한 기쁨에 털썩 울게

 

놔두신다 해도

 

이제 저는 어쩌지 못합니다

 

 

 

 

주님!

 

"인생의 저녁에 빈 손으로 당신께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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