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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부활팔일축제 토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16 조회수1,123 추천수14 반대(0) 신고

◎ 2004년 4월 17일 (토) - 부활 팔일축제 내 토요일

 

[오늘의 복음]  마르 16,9-15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

 

  9) 일요일 이른 아침, 예수께서는 부활하신 뒤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는데 그는 예수께서 일찍이 일곱 마귀를 처음으로 나타나셨는데 그는 예수께서 일찍이 일곱 마귀를 쫓아내어 주셨던 여자였다. 10) 마리아는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이 소식을 전해 주었다. 11) 그러나 그들은 예수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과 그 여자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12) 그 뒤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시골로 가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13) 그 두 사람도 돌아와서 다른 제자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으나 그들은 그 말도 믿지 않았다. 14) 그 뒤 열 한 제자가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나타나셔서 마음이 완고하여 도무지 믿으려하지 않는 그들을 꾸짖으셨다. 그들은 예수께서 살아나신 것을 분명히 본 사람들의 말도 믿지 않았던 것이다. 15)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

 

[복음산책]  세상으로 파견되는 부활의 증인들

 

  마르코는 16장으로 전체 복음서를 마감하면서, 16장에서 부활사화를 보도하고 있다. 16장은 크게 다섯 단락으로 구분된다. 사건을 중심으로 볼 때 단락을 구분하는 일은 비교적 쉽지만, 단락의 내용을 분석하는 데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단락의 내용이 상황을 보도하는 형식인지, 아니면 결과를 단순히 설명하는 형식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상황보도의 형식은 사건을 발단과 전개의 과정으로 풀어가면서 필요하다면 직접화법의 대화를 삽입한다. 단순설명의 형식은 결과만을 전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열거하면서 필요하다면 간접화법을 이용한다. 이제 16장 전체를 단락으로 구분하여 보자. ①단락: 안식일 다음날 새벽녘에 무덤을 찾아온 여인들을(막달라 마리아, 살로메, 야고보의 마리아) 향하여 천사가 예수부활을 선포한다.(1-8절) => 상황보도. ②단락: 일요일 이른 아침 막달라 마리아에게 부활예수가 발현한 사건이 있었고, 마리아가 이 사실을 전하자 제3자인 제자들이 부활과 발현 자체를 불신한다.(9-11절) => 단순설명. ③단락: 부활하신 예수께서 시골로 가는 두 제자에게 발현한 사건이 있었고(루가 24,13-35 참조), 당사자가 이 소식을 전하자 제3자인 제자들이 불신한다.(12-13절) => 단순설명. ④단락: 부활예수께서 열 한 제자들의 식탁모임에 발현하시어 그들의 완고한 불신을 꾸짖으신 뒤 직접화법으로 지상사명을 전달하고 필요한 능력을 수여하신다.(14-18절) => 상황보도. 제5단락: 부활예수께서 승천하셨고, 제자들은 스승의 명을 따라 활동한다. 부활예수는 영적(靈的)으로 존속(存續)하여 제자들의 활동에 함께 하신다.(19-22절) => 단순설명.

 

  오늘 복음은 16장의 ②단락, ③단락, 그리고 ④단락의 발현과 꾸중과 지상사명전달 부분으로 짜여져 있다.(9-15절)  ①단락(1-8절)은 우리가 ’나해’ 부활성야의 복음으로 듣게된다. 그런데 성서학자들은 마르코의 원복음이 16장 8절로 끝난다는데 입을 모은다. 무덤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여인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예수의 부활사실을 선포하고, 이 소식을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전할 것을 분부했지만 "여인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면서 무덤 밖으로 나와 도망쳐 버렸고, 그리고 너무도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였다"(8절)는 여기서 마르코복음이 끝나다니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그 근거로 8절이 그 다음에 이어지는 9절 이하의 내용과 전혀 연결이 되지 않고 있으며, 9절 이하의 내용이 마르코의 문체와 표현양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②단락의 완전한 상황보도기사가 요한 20,11-18에서 발견되고, ③단락과 ④단락의 완전한 상황보도기사가 루가 24,13-35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르코복음의 후기 편집자가 이 부분들의 상황보도기사를 그대로 베껴오지 않고 단순설명기사로 축약하여 첨가하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후기 편집자가 무엇 때문에 이들을 첨가했을까? 우선 마르코복음 공동체의 신앙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신자들은 16장 8절로 끝나는 마르코복음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곧 부활신앙이 그리스도교신앙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되는 과정에서 예수부활에 대한 불신과 부활체험 여부(與否)가 불거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추가보도의 필요성이 제고(提高)된다. 즉, 부활사건을 선포해야 할 여인들이 사명을 수행하지 않자(8절: 원복음의 끝), 직접 체험자인 막달라 마리아(9-11절; 요한 20,11-18)와 엠마오의 두 제자(12-13절; 루가 24,13-35)가 등장하고, 체험자가 예수부활사실을 전해주는데도 불구하고 부활사건을 체험하지 못한 제3자에 해당하는 열 한 제자들이 믿지 못하는 사실을 강조하고, 마지막으로 부활예수가 직접 발현하여 제자들의 완고한 불신을 꾸짖는 동시에 그들의 불신(不信)을 불식(拂拭)시키면서, 부활의 증인으로 제자들을 파견하고자 하는 것이 후기 편집자의 의도인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제자들이 여전히 예수부활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오늘 복음만 본다면 그렇다. 그러나 복음서의 나머지 부분(16-22절)을 읽어보면 제자들의 부족한 믿음은 영적(靈的)으로 제자들 가운데 존속하시는 예수님에 의해 채워진다. 특히 여인들도 다물었던 입을 열어 베드로와 그 일행에게 자기들의 체험담을 보고했다(21절)고 함으로써 예수님의 영적 실존이 효력을 가져왔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예수부활의 첫 증인이 되어야 했을 여인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입을 다물어 버린 것으로 끝날 뻔한 마르코복음에 후기 편집자가 마태오, 루가, 요한복음, 그리고 사도행전 등에 보도된 발현사화와 파견전승을 간략하게나마 덧붙임으로써 복음서 전체의 내용을 만족스럽게 마무리짓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복음서가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독자(讀者)의 결말이 남았고, 아직도 신앙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결말도 남아있다. 당장은 우리의 부활신앙도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그 날, 일요일 새벽에 아무도 확실한 부활신앙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며, 제자들조차 빈무덤에서 출발하여 예수님의 영적 도움으로 자신의 부활신앙을 채워갔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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