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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부활2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22 조회수1,457 추천수8 반대(0) 신고

◎ 2004년 4월 22일 (목) - 부활 제2주간 목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3,31-36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사랑하셔서 모든 것을 그의 손에 맡기셨다.>

 

  31) 위에서 오신 분은 모든 사람 위에 계신다. 세상에서 나온 사람은 세상에 속하여 세상일을 말하고 하늘에서 오신 분은 모든 사람 위에 계시며 32) 친히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신다. 그러나 아무도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33)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참되시다는 것을 확증하는 사람이다. 34)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 하시는 말씀은 곧 하느님의 말씀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에게 성령을 아낌없이 주시기 때문이다. 35)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사랑하셔서 모든 것을 그의 손에 맡기셨다. 36) 그러므로 아들을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며 아들을 믿지 않는 사람은 생명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하느님의 영원한 분노를 사게 될 것이다.◆

 

[복음산책]  세상일보다는 하늘의 일에 익숙해져야 할 우리들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 3장의 마지막 단락이다. 이 단락의 내용은 이해하기가 다소 어렵다. 그것은 이 대목이 정작 누구의 말인지 분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누구의 말이냐에 따라 내용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맥상으로는 세례자 요한의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확히 들여다보면 세례자 요한의 증언인지, 예수님 당신의 말씀인지, 아니면 복음서 저자의 말인지 분간하기가 힘들다. 요한복음 3장을 다시금 분석하면, 전반부(3,1-21)는 과월절 축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올라와 머무시던(2,13.23) 예수께서 유대교의 지도자에 속하는 니고데모와 가진 대화를 소개하고, 후반부(3,22-36)는 세례자 요한의 예수께 대한 마지막 증언을 보도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3장의 후반부에 속하기 때문에 세례자 요한의 직접적인 발설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지만, 공동번역 성서에 따르면 직접화법의 인용부호가 없다. 그렇다고 간접화법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오늘 복음의 대목은 몇 가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① 오늘 대목을 그냥 그 자리 두고 생각하면, 세례자 요한의 간접적인 증언이거나 요한복음서 서문(프롤로그: 1,1-18)과 같은 저자의 증언으로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증언의 주체는 세례자 요한으로 보아야 한다. 오늘 복음의 자세한 해설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세례자 요한을 증언의 주체로 보고 몇 마디 붙여 보겠다. 세례자의 앞서간 증언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은 요한 자신에 대한 예수의 우월성이다.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30절)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 자신은 분명히 세상에 속하여 세상일을 말하는 사람이다.(31절) 그러나 그는 예수의 증언을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의 참되심을 확증한 사람이 되었다.(33절) 세례자 요한은 예수를 믿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의 길을 닦고 준비하는 선구자로서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고, 헤로데 안티파스에게 잡혀 감옥에 가기 전에 오늘 복음을 통하여 예수께 대한 마지막 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② 대부분의 성서학자들은 요한 3,22-30을 현재 위치에서 옮겨 요한 2,12 뒤에 놓아야 자연스럽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따르면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증언에 속할 수 없으며, 자연히 니고데모와의 대화(3,1-21)에 붙게되어 예수님의 간접적인 증언이 되든지, 아니면 복음서 저자의 증언이 된다. 후자(後者)의 경우라면 이는 요한복음 서언(프롤로그: 1,1-18)과 같은 형식이 된다. 이는 예수님의 장소이동에 주목한 결과이다. 예수께서 본격적으로 등장하시기 전에 세례자 요한이 먼저 활동을 하였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세례자는 우선 요르단강 건너편 베다니아에서 물로 세례를 베풀고 있었다.(1,28) 이곳은 예루살렘 근처 동쪽으로 약 2Km 지점에 위치한 베다니아와는 다른 곳이다. 예루살렘 근처의 베다니아는 마르타, 마리아, 라자로가 살던 곳(요한 11,1.18; 12,1.19)이며,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던 전·후 시점에 머물렀던 장소(마태 21,17; 26,6; 마르 11,1.11; 14,3; 루가 19,29; 24,50)이다. 따라서 세례자 요한이 세례를 베풀던 곳은 예루살렘에서 동편으로 36Km 떨어진 예리고를 지나 약 8Km 지점에 있는 요르단강에 바로 인접한 베다니아이다. 예수님의 활동은 세례자 요한의 활동지역인 이곳 베다니아에 오신 것으로 시작된다.(1,29) 예수께서 당신이 자라난 나자렛으로부터 오셨다면 그 길은 무려 100Km 정도에 달한다. 예수께서 이곳까지 오신 이유는 세례를 받기 위해서이다. 비록 요한복음에 세례자가 예수께 세례를 베풀었다는 언급은 없으나 공관복음을 미루어 볼 때 예수께서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마태 3,13-17; 마르 1,9-11; 루가 3,21-22) 그 다음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갈릴래아 지방 가나의 혼인잔치에 참석하셔서 첫 번째 기적을 베푸셨고(2,1-11), 그 다음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2,12). 여기서 요한복음은 예수께서 과월절 축제를 앞두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2,13)고 하는데, 성서학자들은 이곳에 3,22-30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상경하시기 전에 유다지방으로 가셔서 세례를 베풀었다(3,22)는 말이 된다. 정확한 세례활동장소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베풀었다면 이곳은 원래 요한이 세례를 베풀던 요르단강 건너편 베다니아(1,28)가 틀림없다. 그 사이에 세례자 요한은 살림에서 가까운 애논으로 옮겨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3,23) 살림지방의 애논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요르단강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으로서 사마리아 지방과 베레아 지방의 경계지역으로서 데카폴리스 지방에 속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예수께 대한 세례자 요한의 마지막 증언(3,27-30)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예수께서는 과월절 축제를 맞아 요르단강 건너편 베다니아에서 상경하여(2,13) 먼저 성전을 정화하셨고(2,14-22),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관심(關心)과 호감(好感)을 얻으셨으며(2,23-25), 이곳 예루살렘에서 니고데모와의 긴 대화(3,1-21)를 주도하셨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 복음(3,31-36)은 이 대화의 결론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오늘 대목은 예수님의 간접증언이나 프롤로그(1,1-18)와 같은 복음서 저자의 증언으로 볼 수 있다.

 

  이 주장에 따라 내용을 분석하면 우선 예수님은 위에서 오신 분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되신 역사예수의 초월성을 말한다. 이 초월성은 곧 예수의 역사성(歷史性)과 성자의 선재성(先在性) 사이를 오가는 자유(自由)이다. 선재(先在)하는 성자는 성부와 본성(本性)으로 같은 하느님이기 때문에 성자의 말은 곧 하느님의 말씀이다.(34절) 하느님의 본성상(本性上) 성자는 성부의 모든 것을 공유(共有)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넘겨받았다.(35절) 이렇게 성자의 말이 곧 하느님의 말씀이 될 수 있고, 성부 하느님의 모든 것을 성자가 공유하는 까닭은 성령(聖靈) 때문이다.(34절) 성령 하느님이 역사적(歷史的) 예수와 선재적(先在的) 성자 사이를 오갈 수 있게 하는 활동의 원리(原理)인 셈이다. 따라서 사람이 되신 성자 예수를 믿는 사람은 하느님 성부께서 베푸시는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고, 불신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원한 분노를 사게 되는 것이다.(36절) 여기서 하느님의 분노는 종말론적 심판을 의미할 수 있으나, 니고데모와의 대화(3,18)에 연결하여 본다면 불신자체로 이미 심판 받은 것을 의미한다. 예수의 증언을 거부하고 예수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속하여 세상일에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31-32절)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 우리들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기까지는 불신과 신앙 사이에 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일보다는 하늘의 일에 점점 익숙하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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