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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부활2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24 조회수1,335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4년 4월 24일 (토) - 부활 제2주간 토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6,16-21

<제자들은 예수께서 물위를 걸어오시는 것을 보았다.>

 

  16) 그 날 저녁때 제자들은 호숫가로 내려가서 17) 배를 타고 호수 저편에 있는 가파르나움으로 저어갔다. 예수께서는 어둠이 이미 짙어졌는데도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으셨다. 18) 거센 바람이 불고 바다 물결은 사나워졌다. 19) 그런데 그들이 배를 저어 십여 리쯤 갔을 때 예수께서 물위를 걸어서 배 있는 쪽으로 다가오셨다.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은 겁에 질렸다. 20)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나다, 두려워할 것 없다" 하시자 21) 제자들은 예수를 배 안에 모셔들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배는 어느새 그들의 목적지에 가 닿았다.◆

 

[복음산책]  인생항해의 안전한 항로이신 예수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의 일곱 개 기적사화 중 다섯 번째에 속하는 물위를 걸으신 기적을 들려준다. 일곱 개의 기적사화는 ①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2,1-11), ② 고관 아들의 치유(4,46-54), ③ 베짜타 못가의 병자치유(5,2-9), ④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6,1-15), ⑤ 물위를 걸으신 기적(6,16-21), ⑥ 태생 소경의 치유(9,1-12), ⑦ 죽은 라자로의 소생기적(11,1-44)이다. 예수께서 물위를 걸으신 기적은 마태오(14,22-33)와 마르코(6,45-52)복음에도 보도된다. 요한, 마태오, 마르코복음이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다음에 오늘 기적사화를 제각기 배치하고 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서로 다르다.

 

  원전(原典)으로 통하는 마르코복음(6,45-52)에 의하면 예수께서 제자들을 재촉하여 배를 타고 갈릴래아 호수의 북동쪽에 위치한 베싸이다로 보내신다. 그리고는 혼자 산에서 기도하신다. 그 동안 날이 저물어, 즉 밤이 되었는데도 배는 역풍을 만나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밤이었지만 이것을 보신 예수께서는 물위를 걸어서 제자들 쪽으로 오시다가 그들 곁을 지나쳐 가시려고 하신다. 시간은 흘러 새벽 4시쯤이었다. 이에 제자들이 유령을 보는 줄 알고 비명을 지른다. 모두가 겁에 질렸던 것이다. 그런데 예수께서 제자들을 향하여 "나다, 겁내지 말고 안심하여라"(50절) 하고 말씀하신다.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자 바람도 그쳤다. 제자들은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는 빵의 기적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라고 복음서는 보도하고 있다. 마르코는 이렇듯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권능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위를 걸으시고, 예수님 앞에 풍랑도 복종하는 이변(마르 4,35-41 참조)을 통해 명실공히 예수님은 인간과 자연 위에 군림하는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저 놀라고 겁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음은 메시아이신 예수님께 대한 제자들의 미성숙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마태오복음(14,22-33)은 마르코복음과 같은 상황에서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에 벌어진 독창적인 사건을 첨가했다. 즉, 베드로를 부각시켜 예수를 향하여 물위를 걷게 하지만 거센 바람 때문에 물에 빠져들게 만든다.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베드로를 건져 주시면서 그의 약한 믿음을 탓하신다. 예수와 베드로가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친다. 그 때 배 안에 있던 제자들이 "주님의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33절) 하고 고백한다. 마태오가 이 사건을 원전에 덧붙이고 다른 결론을 유추한 까닭은 마태오복음공동체의 현실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이는 곧 마태오복음공동체의 당시 교회적 상황과 미래 교회의 교회론적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요한복음(6,16-21)은 원전의 내용을 대폭 줄여 기적의 다른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기적의 맛을 본 사람들이 자기네들 방식으로 예수를 왕으로 삼으려는 시도에 반(反)하는 예수의 태도(6,15)로 시작된다. 빵의 기적이 있은 후 예수께서는 산으로 피해 가셨고, 그 날 저녁 무렵에 제자들만 배를 타고 호수 북쪽 가파르나움으로 가고 있었다. 어둔 밤이 되었음에도 예수께서는 돌아오지 않으셨고, 배는 거센 바람과 사나운 풍랑을 만나게 된다. 그래도 배는 힘들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 때 예수께서 물위를 걸어 제자들의 배로 다가가신다. 이에 제자들이 겁에 질리자,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다. 두려워할 것 없다"(20절)고 말씀하신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배 안에 모시려 하는 순간, 그들은 어느새 목적지에 가 닿았다고 복음서는 기록하고 있다. 요한복음은 6장을 통해 ’생명의 빵’에 관한 새로운 신학을 모색하고 있는 바, 예수께서 물위를 걸으시는 기적을 그 가운데 삽입함으로써 "나는 나다"(에고 에이미)라는 구약의 하느님 현존(출애 3,14)을 예수님께 적용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곳이며, 그 현존이 체험되는 곳이며, 하느님의 놀라운 생명이 선사되는 곳이다.

 

  하루의 대낮에 빵의 기적이 있었으나 그 대낮이 사람들로 하여금 표징의 참 뜻을 이해시키는데는 밝기가 충분하지 못했다. 배를 타고 있는 제자들 모두에게도 어둠이 깔려있다. 제자들은 분명 군중과는 다르지만 예수께서 부재(不在)하여 계신다는 점은 같다. 예수께서 계시지 않는 곳은 어둠과 두려움뿐이다. 어둠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항해(航海)는 목적지에 이를 수도 없다. 그러나 빛과 안전함을 베푸시는 "나는 나다"이신 예수께서 함께 하시는 항해는 우리의 인생을 영원한 생명의 목적지로 이끌어 줄 것이다. 생명자체이시며, 이 생명을 우리 세상에 가져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항로(航路)가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나다"이신 그분께 대한 굳건한 믿음과 확신이다. 이런 믿음과 확신이 없이는 예수가 한낱 ’유령’(마르 6,49; 마태 14,26)으로 착각될 수도 있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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