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마음-개구쟁이

요한 복음 1장을 보면

예수께서 가시는 것을 보고

요한의 제자 두 사람이 따라나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오는 이유를 알고 계셨으면서도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십니다

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을 말로 내어놓으라고 요구하십니다

예수께서 던지신 이 질문은 영성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드러내는 힘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신 것은

그들의 내적인 힘, 내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선문답이었던 것입니다

즉 자신의 제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물으셨던 거지요

이것은 예전의 고승들이 많이 썼던 방법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과 병든 사람은 말하는 자세가 다르다고 합니다

마음이 병든 사람은 어떤 자세를 갖는가?

1.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화가 났어도 그것이 화가 난 것인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표현하지도 못합니다

2. 자신의 감정을 부인합니다

   "서운하지?" 그러면 "아니"

   "화가 났지?" 그래도 "아니"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속 좁은 사람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은 것입니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3. 반박할 자료를 찾습니다

  자기가 화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내가 지금 이러는 것은 화가 나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4. 상대를 비난합니다

  내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 말을 안 들어서 그냥 하는 소리예요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예요 하고 상대방을 몰아 부칩니다

  그리고 자신을 보지 않고 상대가 가진 허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5. 화가 났을 때 그것을 잘 들여다보거나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제나 술로 달랩니다

이렇게 마음의 힘이 약하거나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은

자기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고만 합니다

이에 반해서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자기 감정을 표현합니다

화가 났으면 화가 났다고 기분 좋으면 좋다고

이것이 왜 중요한가?

뒤끝이란 말 아시지요?

뒤끝이 좋다 뒤끝이 좋지 않다고들 하지요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자신이 화가 났을 때 화를 내거나 화가 났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그것을 털어 버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뒤끝이 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그 감정이 나를 따라다닌다는 것입니다

즉 늘 꽁하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건강한 상태는 마치 개구쟁이 아이 같을 때라고 합니다

마음속의 감정은 마구 요동을 치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병들어 가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제자 두 사람에게 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늘 우리에게 질문을 하십니다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답을 하실 때에는 정말 솔직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진솔한 기도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내 마음을 다 열어 보일 수 없지만

하느님께는 내 속의 온갖 것들을 다 보여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제 마음 안에 힘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감추어둔 그 감정이 마치 숨겨놓은 물걸레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썩어 들어가 냄새를 풍긴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하는 말이나 행동 등, 기타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하느님 앞에서 개구쟁이가 되어야 합니다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신

말씀의 의미를 묵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