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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북한난리에 우리가 웬 법석이냐?
작성자이정원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28 조회수1,227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단골 미용실엘 갔습니다.

 

팁없이 이발료가 7,000원 하는 동네 미용실 입니다.

 

머리 위에 달려 있는 텔레비젼에서는 북한의 용천을 돕자고 왕왕 거리고 있습니다.

 

30이 갓 넘은 사장님, 말이 사장이지 종업원이기도 한 헤어디자이너 이철씨가 가위를 들다 말고 텔레비젼을 흘끔 보더니, 뜬금 없이 넋두리를 합니다.

 

우리도 살기가 점점 어려워 지는데 왜 북한난리에 우리가 저 법석을 떱니까?

 

뭘 저렇게 요란스럽게 도와 주자는 겁니까? 지난 번 수해와 불난리에 발생한 우리 이재민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저렇게 도와 주면, 김정일이가 고맙다고 하기나 한데요? 우리 일들이나 제대로 하지....

 

요즘 장사가 않돼서 큰일 입니다. 아저씨 같은 분은 어차피 직장생활을 하시니 머리를 깎아야 하지만, 경기가 없어서 그런지 이 근처 동네 아줌마들 도통 파마를 않합니다.

 

파마값이 25,000원인데 몇년간 오히려 내렸습니다. 그래도 않해요. 작년보다 파마 손님이 40%나 줄었어요.  작년말부터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불경기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금년 1월부터 우리 가게도 서서히 손님이 줄더니 지금은 최악입니다. 아저씨 같은 직장인도 최근에는 블루클럽에서 5,000원짜리 싼 머리를 깎느라고 저희 집에 덜 온답니다. 지금도 제 혼자 있다가 선생님 예약받고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이 동네 아파트가 말이 중산층이 산다고 하지, 따지고 보면 자기집 보다 전세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주머니들이 파마값이 비싸다고 머리를 않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장사가 않돼면, 집세 빼고 재료비 빼고 나면 저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사가 이렇게 않되기는 제가 장사 시작하고 처음인걸요... 제 먹을 것도 없는 판에 북한 저 사람들에게 뭘 믿고 도와 주자는 것인지, 젊은이들은 취직이 않돼서 백수가 우글거리는 판에......

 

요즘 테레비젼 방송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북한난리에 언제부터 우리가 저렇게 야단법석을 떤대요?

 

평소, 언제나 아무 말없이 저의 머리를 정성스레 깎기만 했던 그였습니다.

 

그러한 이 사장이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북한을 돕자는 방송보도에 대하여 거침없는 비판을 합니다.

 

정말 장사가 어렵나 봅니다.

 

행여, 실수로 귀라도 자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가위 든 사람은 오로지 손님의 머리에만 정신을 집중하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긋이 감은 눈과 함께 여느 때와는 다른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어서 빨리 머리 깎는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주님.

 

7.000원짜리 미용실 사장의 걱정을 덜어 주소서.

 

그가 돈 걱정 없이 사는 부자가 되게 하소서.

 

서울 반포4동 성당  이 정 원 알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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