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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돌아보면...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4-29 조회수972 추천수12 반대(0) 신고

복음 말씀: 요한21,1-14

 

희뿌연 새벽 안개를 헤치고 티베리아 호숫가에 오셔서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 하신 예수님 말씀에 마음이 멈췄습니다.

 

언제는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 하시더니 이번엔 왜 "오른편일까?"

(물론 복음서가 다르지만 오늘은 그런 것을 다 벗어나 묵상해봅니다.)

 

하느님을 점점 알게 되면 될수록 그분의 말씀대로 잘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못된 나의 모습뿐 아니라

내 근원적 죄악의 뿌리까지도 파없애버리려 애를 썼습니다.

정말 잘 되어가는 것 같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돌아보면" 한발짝의 진전도 없었다는 생각에

좌절감과 무기력감에 휩싸일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공허한 공염불같다는 생각에

차라리 그분을 몰랐던 것이 더 나을 뻔했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빨리 체념하고 적당히 사는 편이 더 편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 말은 그땐 명료하게 깨닫지 못했다는 말이겠죠)

그런 무능함, 허탈감... 속에 깊이 빠져있을 때마다,

그분은 내게 오셔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깊은 곳에 그물을 쳐라!"  

 

그렇습니다.

그 부정적으로만 보이던 어두운 결함들

그 끝을 모를 나락의 심연

바로 그 안에

빛나는 황금 고기떼가...

그분이 누구신지 알아보게 해줄 영적 보화가...

무진장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베드로가 끌어낸 것이 고기떼가 아니듯이...

베드로가 포획한 것이 바로 그분이셨듯이...

내 깊은 심연 속에서 그분은 나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기꺼이, 즐거이,

사로잡힐 채비를 하시고서....

 

그분이 누구신지 정작 알아볼 수 있는 곳은

저 까마득히 높은 저 하늘이 아니라

바로 그 깊고 깊은 어두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숨어버리고 싶은

나만의 비밀스런 용궁 안에

온갖 종류의 신비스런 양식들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분을 만난 후,

나의 교만과 위선과 탐욕들은 그분이 정말로 누구신가를

그리고 내가 정말로 누구인가를 알아보게 한

귀한 보물들로, 선물들로 눈부시게 탈바꿈되었습니다.

그것들도 부활을 겪어야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내가 지나온 삶의 모든 것들은,

심지어 부끄러워 상기하기도 싫은 그것들까지도

그분을 건져올리기 위한 그물이 되어주었습니다.

 

고통스러울수록 더 튼튼한

쓰라릴수록 더 효력이 있는 그런 그물 말입니다.

 

그. 런. 데.

"왜 오늘은 오른편입니까? 예수님?"

"가르쳐줄까?"

짓궂은 개구장이처럼 씨익~~ 웃으시며 그분은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네가 나를 찾기 위해 맨날 그런 나락으로,

깊은 우울의 심연으로 항상 떨어질 필요는 없단다.

네 가장 가까이...

네 제일 편한 곳..

바로 그곳에 나는 늘 대기하고 있단다.

그저 잠깐 오른편으로 몸을 돌리기만 해봐라"

 

오, 주님!

난 그것도 모르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또 밤새 헛손질을 했습니다.

 

당신이 바로 내 오른편에서

그 많은 양식을 <배터지게>^^* 마련해놓고

"아침을 들어라" 하고 대기 중이신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예수님!

이제 왜 당신을 찾으러 그 먼 여행을 떠나겠습니까?

왜 그 짙은 우울의 안개속을 헤매겠습니까?

당신을 찾기 위해, 만나기 위해

전 항상 제 오른편,

가장 쉽고 편하고 마음 든든한 그곳에

당신이 있다는 것을 잊지않겠습니다.

어디 떠나지 마시고 제곁에 계셔주세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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