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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화의 단계
작성자박용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06 조회수1,591 추천수14 반대(0) 신고

 

 

대화의 단계

 

 

자, 여러분, 자기 옆, 앞, 뒤에 있는 분들의 얼굴을 보십시오

지금이 미사시간이니까 당연히 들 모이셨겠습니다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 얼마나 신기한 일입니까?

 

그러나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이 다 여러분 각자와 마음이 통하고 친교를 맺는가?

그렇지 않지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그 정도와 깊이가 다 다릅니다

내가 저 사람과 얼마나 깊은 만남을 갖는가 하는 것은

대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화에는 다섯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스쳐 지나가는 단계

가장 낮은 단계의 대화입니다

상투적인 얘기들이지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인사말 정도만 하고 헤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옷이 예쁘네요 등등의 지나가는 말만을 흘려놓는 단계

 

이런 단계의 말에 대하여 폴 사이몬은 ’침묵의 소리’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 날밤 나는 보았네

천명 아니 더 많을지도 몰라

사람들은 정말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지껄이고

실제로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듣고 있네...

 

이런 경우가 많지요

이런 상태의 만남은 마치 물과 기름이 만난 것과 같습니다

보아도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 그런 만남인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면, 속임수 뒤에 홀로 숨어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을 합니다

사교적인 모임이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이야기나 신문에 난 사람들의 스캔들에 대하여 이야기들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주지도 받지도 못합니다

이런 상태에 있는 분들은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다닙니다

 

이 단계는 여전히 고독한 단계입니다

자신에 대하여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내 생각과 판단을 이야기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나의 생각을 드러내기는 하는데

의사표현을 하기 전에 스스로 아주 엄격한 검열을 거칩니다

즉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것입니다

만일 상대방이 하품을 하거나

시계를 보거나 하면 금방 이야기를 마무리짓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단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려고 할 뿐입니다

 

네 번째 단계

자기 감정을 이끌어내는 단계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알기 원한다면 머릿속에 든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 속에 든 것도 끄집어내야 합니다

이 때부터 마음이 나누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감정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인가?

우리들 대부분은 감정적으로 솔직하게 얘기했다가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까봐

걱정하는 바람에 자기 감정을 얘기하길 꺼리고 속으로 끙끙 앓습니다

저도 그랬었지만 훈련을 받고 난 이후로는 제 감정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런 훈련의 일종이지요

 

마지막 단계

정직한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사랑이 깊어지려면 서로에 대해 정직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면과 부정직을 합리화시키는 온갖 이유는 결국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이런 관계는 거짓 관계입니다

 

이런 관계에서는 마음이 불안합니다

언제 거짓이 탄로 날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제가 대화의 정도에 대해 말씀드린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대화수준만이 아니라

기도에도 적용이 됩니다

 

기도란 하느님과의 대화인데

그 대화의 내용이 어느 단계인가 하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믿음의 정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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