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추락하는 날개에 더 강한 힘을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07 조회수1,287 추천수9 반대(0) 신고

 

작년 말부터 주님에게서 조금씩 멀어져 가는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다. 불행한 일이

었다. 그 수많은 인고의 세월을 믿음으로 일관했던 내 삶에 믿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풍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의 골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말씀으로 치유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용서라는 단어는 수면 위에 겉도는

낙엽과 같았다. 말로는 용서를 했다고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남을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에는 그분도 머물러 계시지 않은 듯 했다. 그래서 차츰 영적인

힘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나의 나약함 때문이었다. 사탄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 온 것이다. 용서도

강한 사람이 수월하게 한다. 강한 사람은 사탄의 유혹에 걸려 넘어져도 다시 일어

날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약한 사람이 어떤 실패나 좌절은 딛고 일어선

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할 분이 주님이시다. 그러나 사람이 한번 시험에 들기 시작하면 보지 않아야 될 것을 보게되고, 듣지 않아야 될 것을 듣게 되며, 언행을

삼가 해야 할 줄을 알면서도 삶의 방향을 자기중심에 맞추고 분별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주님께서 가르치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약한

사람과 악에 물든 사람을 멀리하라 한 것 같다. 팍팍한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 중 하나였던 내가 그 시련 기간동안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신심이

견고했을 때 썼던 글들이 걸림돌로 돌변한 것이다. 신앙의 증거로서 드러내던 문장

하나 하나가 결국 사람들을 속인 셈이 되었다. 그 글들을 읽고 공감하던 사람들의

실망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니 몸둘 바를 몰랐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았던 것

이다. 순간에 위선자로 낙인찍힌 것이다. 그러나 내가 느낄 수 없고 볼 수 없는

속마음은 왠지 평안했다.

 

지난 부활 제4주일이었다. 미사참례에서 그 원인을 깨달았다. 나에게서 멀어지셨

다고 느꼈던 주님께서 계속 들려주신 말씀의 메아리 때문이라는 것을...

그 날 비로소 그분의 음성을 들은 것이다. 막혔던 귀가 뚫린 것이다. 자신을

세 번이나 부인하던 베드로를 용서하시던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진실했던 그 순간

만을 기억하신다는 것을...

 

자비의 하느님이셨다. 신앙인이 누구를 용서하지 못한다면 그는 나락으로 떨어

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주님께서는 이제 나도 너를 용서했으니 너도 그를 용서

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던 내 속내를 훓터 내리셨다. 빛으로 오신

주님께서는 추락하는 내 영혼의 날개를 이렇게 낚아채신 것이다. 그리고 더

강한 힘을 실으시어 한순간에 내 안의 어두움을 몰아내신 것이다.

 

이제 정원에 활짝 핀 매그놀리아의 소담스런 꽃처럼, 내 남은 인생을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변함없는 주님의 사랑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2004. 5.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고 말씀하신 오늘 복음을 미리 묵상하다

 참회하며 쓴 수필 한편 올렸습니다. 시애틀 시간은 6일 낮 12시입니다.

 평화의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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