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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부활5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12 조회수1,523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4년 5월 12일 (수) - 부활 제5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15,1-8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1)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2)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모조리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도록 잘 가꾸신다. 3) 너희는 내 교훈을 받아 이미 잘 가꾸어진 가지들이다. 4) 너희는 나를 떠나지 마라. 나도 너희를 떠나지 않겠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는 가지가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나에게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6) 나를 떠난 사람은 잘려 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런 가지를 모아다가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7)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다. 8)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되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복음산책]  제자들인 가지는 사랑으로 포도열매를 맺는다.

 

  요한복음 15-17장은 예수님 고별사의 두 번째 부분으로서 후대에 와서 첨가된 부분이라고 했다. 누가, 왜, 이 대목을 추가로 편집해야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추가 편집된 요한복음 21장을 떠올리면 답이 보인다. 21장을 살펴보면 베드로의 위상(位相)을 높이기 위해 그와 부활예수와의 각별한 만남을 주선하고 있는 편집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15-17장의 의도 또한 그 내용 속에 담겨있다고 말할 수 있다. 편의상 앞서간 13-14장을 1차 고별사라 하고, 이 대목을 2차 고별사라 하고 그 내용을 살펴보자.

 

  예수님의 2차 고별사는 ’포도나무 비유’를 통한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15,1-17), 증오와 미움으로 가득 찬 세상과 제자들의 관계(15,18-16,4), 오실 성령에 대한 말씀과 성령과 제자들과의 관계(16,5-15), 제자들의 기쁨과 슬픔(16,16-33), 그리고 예수님의 장엄한 기도(17장)로 구성된다. 예수님의 기도(17장)는 그 기도의 장엄함 때문에 ’대사제의 기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는 제자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바라시는 기도(17,1-8)와 제자들이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시는 기도(17,9-19), 그리고 미래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바라시는 기도(17,20-26 끝)로 마무리된다. 이렇게 2차 고별사는 1차 고별사보다 훨씬 길고 주제도 다양하다. 1차 고별사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사랑의 새계명, 성령의 약속과 성령의 정체, 예수님의 떠남과 재림에 관한 말씀이 반복되면서, 2차 고별사에는 새로운 주제들이 더해지고 있다. 새로운 주제들이 앞서간 내용들을 재삼 발전시켜 그 의미를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이 주제들을 미루어 볼 때 추가 편집자의 의도는, 첫째로 제자들이 앞으로 직면할 문제들을 극복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며, 둘째로 복음서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요한복음공동체 또한 이 대목을 자신이 당면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 표본으로 제시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편집자는 대략 요한복음공동체의 일원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2차 고별사는 1차 고별사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학습적 효과를 내고 있다. "자, 일어나 가자"(14, 31b)로 끝을 맺고 있는 1차 고별사가 시기적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예수님과 제자들 간의 현장감(現場感)을 부각시키고 있다면, 2차 고별사에서는 예수님과 제자들, 나아가 예수님과 요한복음공동체 간에 필요한 관계를 확실하게 정립하려는 학습감(學習感)이 고조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2차 고별사를 1차 고별사에서 완전히 떼어 독립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1차 고별사에 이어지는 말씀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오늘 복음의 포도나무 비유는 ’나무-가지-포도’라는 상징성 이상의 실재(實在)를 담고 있어 별다른 해석이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론 여기서도 "나는 ~이다"는 예수님의 자기계시적 언명이 사용되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요, 하느님은 농부이시다"는 것이다. 하나 특이한 점은 "너희는 가지다"(5절)라는 말씀에서 보듯이 예수님의 자기계시적 특허가 제자들에게도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포도나무의 가지에 해당하는 제자들은 예수님의 교훈을 받아 이미 잘 가꾸어진 가지들로 소개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받았다 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여기서 열매는 포도를 가리키며, 나아가 가르침에 따른 행동실천을 의미한다. 이 행동실천의 골자는 1차 고별사의 핵심주제인 사랑의 새계명이다. 따라서 제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랑의 열매를 맺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열매를 맺기 위해 사랑 자체인 나무에 끝까지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공동체이든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 공동체가 예수님께 신앙을 둔 믿음의 공동체라면, 예수님 때문에 세상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길 것이며, 예수님 때문에 생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예수님 안에 있다. 따라서 우리 공동체 안에 어려움이 있다면 ’포도나무와 그 가지’의 비유말씀을 재삼 음미하면서 우리 자신과 예수님의 관계를 다시금 조명해야 하는 것이다. 포도나무의 가지가 포도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하며, 나무에 붙어 있으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포도원 주인에 의해 잘려나갈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는 꼭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경고성의 말씀도 되겠지만, 제자들이 우선 서로 사랑함으로써 예수님의 사랑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시는 그분의 강렬한 소망이기도 한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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