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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부활5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14 조회수1,592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4년 5월 15일 (토) -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15,18-21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내가 세상에서 가려 낸 사람들이다.>

 

  18)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도 나를 먼저 미워했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19) 너희가 만일 세상에 속한 사람이라면 세상은 너희를 한집안 식구로 여겨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내가 세상에서 가려 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20) 종은 그 주인보다 더 나을 수가 없다고 한 내 말을 기억하여라. 그들이 나를 박해했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의 말도 지킬 것이다. 21) 그들은 너희가 내 제자라 해서 이렇게 대할 것이다. 그들은 나를 보내신 분을 모르고 있다."◆

 

[복음산책]  제자보다 한 걸음 앞서 가시는 예수님

 

  어제 복음에서 스승과 제자들 간의 관계는 아들이 아버지와 가지는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보았다. 아들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방법의 최고절정은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13절)에 있다. 제자들이 스승의 계명을 지켜 스승의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즉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음으로써"(16절) 스승과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이에 준(準)한다. 스승인 예수께서 사랑의 계명 때문에 제자들의 목숨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예수께서 벗을 위하여 목숨을 내어놓는 것은 ’벗’에 해당하는 ’제자’들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계명’ 때문이다. 아버지의 계명은 ’아버지가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것’이며, 이 때문에 외아들을 보내 주신 것(요한 3,16)이다. 그래서 아들도 아버지의 계명에 충실하여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시는 것"(요한 13,1)이며, ’벗’이 된 제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시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앞서간 복음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스승과 세상 안에서 조명되는 제자와 세상의 관계로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말씀은 주제는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이와 대조되는 세상이 드러내는 미움과 증오이다. 말씀의 배경에는 아직도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15,1-8)가 자리잡고 있다.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는 나무와 가지는 모든 생사(生死)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물론 말씀의 핵심은 예수님 때문에 제자들이 겪게 될 세상의 미움과 증오, 그리고 박해와 죽임이다. 나무가 겪게 되는 모든 것은 가지 또한 겪게 될 것이다. 복음서 편집의 시점에서 볼 때 제자들을 이미 예수님 때문에 세상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스승이 똑같은 미움을 받았으며, 제자들이 스승에게 속해 있기 때문에 세상이 제자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고 있다.(18절) 만약에 제자들이 예수님의 계명을 어기고, 그래서 그 사랑 안에 머물지 않고 있다면, 즉 나무에서 잘려나간 가지처럼 세상의 가지들과 어울려 지낸다면 세상의 사랑을 받을 것이지만, 제자들이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는 자체가 아직도 머물러 있음을 암시한다.(19절)

 

  "종은 그 주인보다 더 나을 수가 없다고 한 내 말을 기억하여라"(20절)는 말씀은 고별사 첫 부분에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후 이미 언급한 "종이 주인 보다 더 나을 수 없고 파견된 사람이 파견한 사람보다 더 나을 수 없다"(13,16)는 말씀을 상기시킨다. 이것이 여기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예수님은 당신이 사랑하시는 제자들을 벗으로 여기고 있지만,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아버지-아들’, ’파견자-피파견자’의 관계를 잊지 않고 있으며, 제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주인-종’, ’나무-가지’의 관계를 잊지 않고 계신다. 세상이 주는 미움과 박해 가운데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친구-친구’의 관계보다 ’주인-종’의 관계에 있다. 그러나 박해 가운데서 예수께 대한 사랑 때문에 목숨을 내어놓으면 그 관계는 ’친구-친구’ 관계로 승화되며, 이 사랑은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가장 큰 사랑이 되는 것이다. 말씀의 요지는 세상의 미움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격려하여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고 증언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요한복음은 자주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양면성을 가르친다. 제자들을 미워하고 박해하는 세상은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자를 배척하여 하느님을 등져버린 인간세계를 가리킨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과 세상은 하느님께서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까지 보내어 구원하시려는 대상이다. 세상은 즉 심판(審判)의 대상인 동시에 구원(救援)의 대상인 셈이다. 세상은 완고한 불신과 증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래서 한없이 약하고 보호와 구원을 갈망한다. 우리들의 세상, 평화를 주기보다는 온갖 두려움과 불안만 제공하는 곳, 이 곳이 바로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현주소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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