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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부활6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17 조회수1,455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4년 5월 17일 (월) -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15,26-16,4a

<진리의 성령이 나를 증언할 것이다.>

 

  26) "내가 아버지께 청하여 너희에게 보낼 협조자 곧 아버지께로부터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분이 나를 증언할 것이다. 27)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16,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것은 너희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2) 사람들은 너희를 회당에서 쫓아 낼 것이다. 그리고 너희를 죽이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고도 그것이 오히려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올 것이다. 3)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짓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4) 그러한 때가 오면 내가 한 말을 기억하라고 너희에게 이렇게 미리 말해 두는 것이다."◆

 

[복음산책]  성령 하느님: 진리이며 협조자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에 대한 1차 고별사(13-14장) 전체를 주도하는 가르침은 ① "서로 사랑하라"는 사랑의 새계명 선포, ② 아들의 자기계시적 정체성과 아버지와의 일치성 공개, ③ 성령의 약속과 오시는 성령의 정체성 공개로 요약되며, 이 주제들은 2차 고별사에서 더욱 심화된다고 했다. 특히 "서로 사랑하라"는 새계명은 2차 고별사의 시작부분에서 단순히 제자들 상호간의 사랑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확충되었다. 이는  지난 부활 제5주간 중반부터 봉독된 복음에서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와 이 비유의 실제적인 의미를 통하여 입증되었다.(15,1-17) 농부이신 아버지와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과 그 가지들인 제자들은 모두 같은 하나의 사랑으로 밀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유(比喩)는 어디까지나 비유로 머문다. 그것은 비유(比喩)가 어떤 논리적 귀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예수께서는 당신과 제자들 간에 원하시는 관계를 포도나무와 가지에 비유하여 이론적으로 설명하셨고, 그 비유를 ’아버지-아들-제자들’ 상호간의 사랑의 관계로 정립하셨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으면 열매를 맺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문제는 이론(理論)이 아니라 실제(實際)와 현실(現實)이다.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는 아주 출중한 이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아버지의 계명을 지킴으로써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과 같이 제자들이 예수님의 계명을 지켜 현실적으로 스승의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는 가능성은 이론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는 이론에 바탕을 둔다. 그렇지만 실제에는 항상 변수(變數)가 있기 마련이다. 제자들이 우선은 서로 간의 사랑을 통하여 스승의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제자들이 세상에 나가 열매를 맺음으로써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무름을 방해하는 변수는 바로 세상 그 자체이다. 세상은 열매를 맺으려는 제자들에게 박해와 고통을, 심지어는 죽음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세상은 늘 구원을 갈망하면서도 불신(不信)을 내포하는 양면성의 변수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당신을 믿고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닥쳐올 변수(變數), 즉 세상의 미움과 박해를 예고하는 한편(15,18-25), 변수의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 주신다. 그 방책은 바로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발(發)하시는 성령이시다.(26절) 성령께서는 제자들이 맞이할 고난(苦難)의 시간들에 함께 해 주실 것이다. 성령께서는 제자들이 당하게 될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실 ’협조자’이시며, 예수님에 관하여 세상에 무엇을 증언하여야 할지를 알려주실 ’진리의 성령’이시다. 성령은 아버지와 아들의 영(靈)으로서 아들이 오셨던 바로 그곳으로부터 오실 것이다.

 

  성령께서는 곧 제자들의 믿음(신앙)을 굳건하게 해 주실 분이다. 여기서 ’믿음’(fides)이란 그 ’내용’(fides quae; contents)과 그 ’행위’(fides qua; act)를 함께 뜻한다. 예수님께 대한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을 믿는가’ 하는 내용(內容)뿐만 아니라, ’어떻게 믿는가’ 하는 행위(行爲)도 동시에 포함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모든 것을 다 알아듣지 못하고 있으며, 어려움이 들이닥칠 때 한없이 약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 예를 들면, 최후의 만찬석상에서 있었던 베드로의 장담(요한 13,36-38)과 실제로 스승을 거듭 배반하는 베드로의 모습(요한 18,15-18.25-27)을 보라. 또 베드로의 예수께 대한 메시아고백이 메시아의 수난을 거부하는 장면(마태 16,13-23)을 보라. 제자들이 처음부터 예수님과 함께 있었다고는 하나(27절) 세상을 향해 ’무엇을’ 증언(證言)해야 할지를, 지금까지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진리의 성령’께서 일러주실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이 예수님 때문에 회당에서 쫓겨나고 급기야 죽임을 당하는 일을 겪어야 할 때(2절) ’협조자’ 성령께서 그들을 도와 끝까지 함께 해 주실 것이다. 이는 비단 제자들이 당하는 박해의 시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진리이시고 협조자이신 성령께서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사도들을 기둥으로 삼아 건설된 교회가 현존하는 세상 끝날까지 활동하실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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